“짭새다! 모두 피해.” 건물 정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재떨이파의 한 조직원의 목소리에 건물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순간에 진입한 형사들과 경찰특공대에 의해 1층이 제압되었다. 그러나 2층으로 오르려던 경찰은 곧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다. 계단 가득 사시미와 야구방망이 등으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결사적으로 막고 서 있었다. “개새끼들아, 올라와 봐! 너네 배때기는 칼이 안 들어간다냐?” 살기 띤 재떨이파 조직원의 거친 목소리에 경찰들은 순간 움찔했다. 잠시 경찰 선두가 주춤거리는데 뒤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저리 비켜 봐.” 목소리의 주인공은 경찰 개혁팀의 김병준 중위였다. 앞으로 나선 김병준 중위는 바로 상황을 눈치 챘다. 빙긋 미소를 지은 그는 바로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풀었다. “나 계엄사령부 경찰 개혁팀 김병준 중위다. 지금 즉시 깡패 새끼들은 칼과 흉기를 버린다. 불응할 시 계엄 포고 위반으로 현장 사살도 불사할 것임을 밝힌다. 난 경찰이 아니다. 군인이다. 따라서 이 총은 공포탄이 없다. 첫발부터 바로 실탄이다. 셋의 기회를 주겠다. 이후 바로 발사하겠다.” 살벌한 어투로 말한 김병준 중위는 권총을 사시미 칼을 든 앞쪽의 한 조직원 이마를 바로 겨냥했다. 권총의 총구에 조준당한 조직원의 얼굴은 순식간에 사색으로 변했다. “거기 앞에 사시미 칼 든 새끼! 회 썰라고 만든 칼을 왜 여기 들고 왔어. 셋을 센다. 버려!” 권총을 겨눈 상태로 무심하게 말하는 김병준 중위였다. “하나, 둘, 셋!” 지적을 받은 조직원은 순간 오금이 저려 사시미 칼을 버리고 싶었지만 조직의 보복과 사나이의 체면 때문에 주춤거렸다. 탕! “아윽!” 한 발의 총소리와 함께 그 조직원은 팔을 움켜쥐고 쓰러지면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움켜진 오른팔에서는 선혈이 뭉클뭉클 새어 나왔다. “오호, 심장을 쐈는데 빗나갔네. 너 오늘 용꿈 꾼 줄 알아라.” 병 주고 약 주는 김병준 중위였다. 그는 뒤를 돌아보며 놀라운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경찰특공대와 형사들에게 소리쳤다. “전원 총을 꺼내. 내가 셋을 센 후에도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깡패 새끼들은 사살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머리통이나 심장을 겨냥해서 잘 쏘기 바란다. 한 발에 한 명씩 골로 보내는 거야.” 김병준 중위의 지시에 모든 형사들과 경찰특공대는 총을 꺼내 조직 폭력배들을 겨냥했다. 조직 폭력배들은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공포를 감추지 못했다. 경고? 이딴 것은 약에 쓰려 해도 없는 군 장교가 앞에 나와 다짜고짜 총을 쏴 대는 현실에 넋이 나간 것이다. “셋의 기회를 주겠다. 칼 버려. 아니면 사살한다. 모두 안전장치 풀고 사격 준비.” 이건 도대체 항복을 권유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냥 쏴 죽이고 싶은 솔직한 심정의 김병준 중위였던 것이다. 까짓것 모조리 쏴 죽이고 다음 일은 다음에 걱정하고픈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를 본 목숨을 걸고 함께 따라 들어와 취재하던 기자들은 살벌한 분위기에 입을 쩌억 벌렸다. “하나, 둘…….” 쩡그렁~ 쩡그렁~ 텅! 셋을 미처 세기도 전에 일제히 칼과 흉기를 바닥에 버리고 손을 드는 재떨이파 조직원들이었다. 머리 위로 든 손들이 확연히 떨렸다. “모조리 연행해. 그리고 위에 있는 대가리들도 모두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