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 로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고대생들 중 일부가 전경들에게 쫓겨 마치 메뚜기처럼 윤여철의 김밥집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안면이 있던 윤여철의 도움을 바라고 한 절박한 행동이었다. 그들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콜록콜록.” 상황이 위급함을 안 윤여철이 바로 아주머니들에게 소리쳤다. “문 내리세요!” 아주머니들도 거의 반사적으로 문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쫓아 온 전경들이 한발 빨랐다. 전경들은 문을 내리는 아주머니들을 거칠게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저기 있다! 잡아!” 전경들은 곤봉을 휘두르며 사정없이 학생들을 두들겨 패면서 끌고 갔다. “으악!” “개새끼들. 비싼 등록금 내고 어디서 데모질이야.” 거친 욕설과 곤봉이 난무했다. 처절한 현장을 목격한 윤여철은 순간적으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나서면 자신도 다칠 건 분명했다. 다만 이대로 물러선다면 부끄러움이 온몸을 감쌀 것 같았다. 큰일이 기다리고 있는 자신이었지만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는 건 못난 짓이란 판단이 섰으나 망설임도 함께였다. 겁도 났지만 윤여철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섰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퍽! “큭.” 아무 소리 없이 내리친 전경의 곤봉에 어깨를 맞아 바닥으로 쓰러진 윤여철이었다. “이 새끼는 또 뭐야! 이놈도 끌고 가!” 전경들이 그를 우악스럽게 잡았으나 아주머니들이 결사적으로 말렸다. “안 돼요. 이 사람은 우리 사장님이세요.” “김밥집 사장이야?” “네, 사장입니다.” 잠시 주춤거리던 전경 고참은 뭔가 망설이더니 그냥 뒤돌았다. “학생들만 끌고 가.” 아주머니들의 도움으로 겨우 연행되는 걸 면한 윤여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