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고슬라비아의 성지 메주고리에 성모님을 찾아가 '목숨을 걸고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그 기도의 소망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나는 이 세상에서 목숨을 걸고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내 목숨을 몇 번이나 내던져야 할 만큼 참담한 대가를 치른 끝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가톨릭 수사가 아니라 전과 11범이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결혼을 선택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는 눈의 가시처럼 불편하고 무서운 흉악범이었지만, 내게는 그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였다. 그개 내 돈을, 내 피를 다른 여자에게 내주어도, 그에게 고막이 터지고 온몸이 마비되도록 얻어맞으면서도 나는 절대로 그를 놓을 수 없었다. 나마저 끈을 놓아버리면 그는 고아가 되었기에….
수십 억의 유산 탕진과 정신병원 입원과 두 번의 자살기도, 남편의 1년 6개월 징역살이, 일본과 미국으로의 도피 등 나는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사랑을 얻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사랑의 승리자임을 자부한다. 그러기에 나의 사랑은 위대하다. 나는 이처럼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시인 이해인 수녀님에게 책을 출간하게 해달라고 편지를 썼고, 수녀님의 도움으로 이 책을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과거의 그 참담한 눈물과 고통이 모두 사랑으로 승화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나는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나는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나 사랑을 느끼면서 그에게 받았던 그 순수함의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전과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고, 모든 것을 잃으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가 나를 가혹하게 대할 때에도 난 그것이 순간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기다려왔다.
나는 그를 갓난 아기처럼 대했다. 내가 돌봐주어야할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를 대하자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게 되자 오히려 내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변하지 않았으나 나는 변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 내 두 손은 비었고, 나는 그 손으로 어린애 같은 그를 받아들였다. 그 후부터 그는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