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열무물김치는 더운 여름 국이나 찌개를 대신할 수 있어 너무 좋은데 … 새콤하게 잘 익은 국물을 살얼음 동동 뜨게 얼렸다가 한 그릇 푸짐하게 담아내면 더위로 잃은 입맛 살려주는 데는 최고죠. 아작아작 씹히는 열무 맛도 좋거니와 국물 쭉 들이키면 거짓말 조금 보태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얼큰한 맛을 어찌 설명할지.
이렇게 먹는 것이 아쉽거나 부족하다 싶으면 쫄깃하니 국수 삶아 국물 넉넉하게 말기도 하고, 보리밥에 고추장과 함께 쓱쓱 비벼 먹기도 하고, 냉면 위에 완숙으로 삶은 달걀과 함께 얹어 비벼 먹기도 하는데 어떻게 먹어도 입맛 확실하게 살려주는 여름철 대표 물김치죠.
--- 99쪽, 열무물김치 中 -
정갈하게 담긴 모양에서 드러나듯 마치 잘 익어 벌어진 석류를 닮았다 하여 ‘석류김치’라 이름 붙여진 무물김치예요. … 찬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풍지를 발라야 할 즈음, 쪽 고른 무를 골라 도톰하게 토막 썰어 바둑판 모양이 되도록 가로세로 잔 칼집을 넣어가며 석류김치를 담습니다. … 석이채, 대추채, 밤채, 실고추 등 정성스레 준비한 색색이 고운 재료로 만든 김치소를 채워가며 아름다운 한 송이의 석류와 같은 무물김치를 담근답니다. 은은한 대추 향이 어우러진 담백한 맛에 톡 쏘는 시원한 국물까지 자작하게 담아내면 손주며느리의 야무진 솜씨가 맘에 드셨던지 무겁던 입을 떼시어 “은은한 향도 좋고, 좋구나” 하셨지요.
--- 145쪽, 석류김치 中 -
새벽같이 일어나 반들반들하니 윤나게 닦는 장독의 수많은 항아리들이 일 년 내내 두고 먹을 장아찌들로 하나 둘씩 채워지면 곡간에 쌀 넉넉히 쌓아 둔 것처럼 든든합니다. … 새봄을 알리는 곰취나 두릅, 죽순을 시작으로 풋마늘, 오이, 양파, 고추, 표고, 능이, 새송이, 오디, 호박잎, 밤, 감 등…. 때맞춰 나온 싱싱한 제철 나물과 채소들 놓칠세라 손질하여 담가 놓다보면 150여 개가 넘는 항아리에 각기 다른 맛을 지닌 장아찌들로 가득한데, 조금만 바지런 떨면 자연이 알아서 곰삭혀주는 맛이 있어 오늘도 꾸덕꾸덕하게 오이와 호박 말려 봅니다.
--- 247쪽, 자연을 담은 종가의 장아찌 中 -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