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강녕전에 있던 연산군은 한밤중에 함성과 함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대궐 곳곳에서 울려 퍼지자 한걸음에 자신에게 달려온 내관 김자원에게 부들부들 떨면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 “저, 전하! 아무래도 무슨 변고가 있는 모양이옵니다.” “모……모두들 어……어디로 갔느냐?” “그, 그것이…… 신이 얼른 상황을 살펴보고 오겠나이다.” “이, 이보게.” 김자원은 연산군이 평소의 당당함을 잃고 떨고만 있자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던지 밖을 살펴본다는 핑계를 대고 강녕전 밖으로 나갔다. 연산군은 떨면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내관이 부들부들 떨면서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칼을 빼든 무관들이 서 있었다. “저……저언하! 오, 옥새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러냐? 내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좋을 대로 해라.” 연산군은 떨고 있는 내관에게 옥새를 던지듯이 건네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무관들의 경계 하에 강녕전 밖으로 끌려 나갔다. 밖에는 박원종, 성희안 등이 반란군들 앞에 서서 연산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호송되던 연산군은 갑자기 두 사람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누구를 옹립할 생각이냐? 진성대군이냐?” “어허! 폐주가 감히 주상 전하를 함부로 입에 담다니!” 성희안은 연산군에게 호통을 쳤다. 그러자 연산군은 피식거렸다. “주상? 푸하하핫! 그래, 주상이 되겠지. 네놈들에게 휘둘리는 신세의 주상 말이다!” “아니, 그 무슨 망발을……!” 순간 뒤가 켕긴 성희안은 화를 버럭 내며 외쳤다. 그러나 연산군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진성대군에게 가서 전해라. 왕위를 오래 보전하고 싶다면 동조선에 매달리라고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연산군의 뜻밖의 말에 놀란 박원종이 질문했다. 그러나 연산군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에 화가 난 성희안이 신호를 보내자 군사들이 연산군을 끌고 갔다. 김승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끌려 나가는 연산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듣자하니 동조선의 사정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아는 모양인데……. 설마?’
1453년, 수양대군이 반정을 일으키기 바로 전날, 이를 감지한 김종서는 세종대왕 집권 시기인 1434년부터 조정 대신들은 물론이거니와 왕자들에게마저 숨겨왔던 비밀을 공개하며 단종의 안전을 요구한다. 이에 자칫 비밀이 누설되어 명나라의 간섭이 극심해질 것을 인식한 수양대군은 김종서의 타협안을 받아들이고, 김종서와 여러 원로 대신들은 아직 어린 단종과 함께 먼 바다 너머에 있다는 신대륙으로 떠나게 된다. 이후 그들은 낯선 이국땅에서 동조선이라는 나라를 건국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