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점점 커져오자 진을 치고 대기 중이던 에치젠의 센고쿠 다이묘 가인 아사쿠라 가의 아시가루(足輕)들의 안색이 점점 새하얗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농민병들로 구성된 그들 중 일부는 금방이라도 도주할 듯이 온몸을 움찔거리기까지 했다. “전원, 침착하게 진형을 유지하라!” “도주하는 녀석들은 즉결 처단을 당할 것이다!” 일선에서 아시가루들을 지휘하는 아시가루 소두들은, 그들 또한 두렵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각자가 지휘하는 수하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아시가루들이 힐끔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뒤에는 일단의 사무라이들로 구성한 독전대가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빼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망할 놈의 사무라이들. 우릴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들은 뒤로 빠지기냐?” 한 아시가루가 자신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독전대를 원망하며 이를 부득거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는 사이 전방의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짐승의 털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허리에는 칼이나 편곤을, 그리고 손에는 화살을 재어둔 활을 든 여진 기마병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망할 놈의 악귀들…….” 두려움에 휩싸인 아시가루들 중 한 명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바로 그 순간, 아사쿠라 가의 아시가루들과 150여 보(180m)까지 접근한 여진 전사들이 일제히 활을 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시가루 소두들은 각자 손에 든 방패를 들어 자신들의 머리 위를 가리며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화살 공격이다! 모두 머리를 가려라!” 각 소두들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시가루들 전원은 황급히 방패를 들어 자신들의 머리를 가렸다. 바로 그 순간, 여진 전사들이 쏜 수천여 대의 화살들이 아시가루들의 머리 위에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쉬이익~! 퍼퍼퍼퍽! 퍼버벅! “크악!” “끄어억!” 우박이 지붕에 쏟아지는 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졌다. 그 속에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도 간간히 섞여 있었다. 아시가루들이 든 방패는 단단한 참나무 판자와 대나무로 만든 뼈대에 제대로 무두질하지 않은 짐승의 생가죽이 씌워져 있어서 일반 나무방패보다 다소 무겁지만 방어력은 더욱 뛰어났다. 그래서 일반 화살들은 그럭저럭 막아 낼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