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저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은 것이다. 때로는 잔잔하게 물결치는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때로는 거친 비바람을 몰아치는 태풍을 동반하는 거대한 해일을 뚫고 나가야 하는 법이다. 잔잔한 바다를 항해할 때는 바다의 무서움을 모르지만, 비바람을 동반한 해일로 변했을 때 비로소 바다의 무서움을 알게 되는 법이다. 그때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뚫고 지나가겠느냐? 아님, 잠시 항구로 피하겠느냐? 뚫고 지나간다고 결정하여도 뚫고 나갈지를 장담할 수 없는 법이고, 항구로 잠시 피했다가 나간다고 해도 때를 맞춰 도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법이다. 언젠가는 저기 버려진 배처럼 쓸쓸히 버려지거나, 아니면 바다 속에 가라앉게 되는 법이지.” 저무는 태양을 등지고 쓸쓸히 말하는 스승의 말뜻을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들은 지금 스승을 내달라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을 내달라 할 것이다. “듣기 싫다. 모두들 물러가라!” 임금은 두려움에 쇳소리를 내면서 신료들에게 나가라 말했다. 그러나 임금의 말은 대전 밖을 넘지 못했다. 임금의 말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말을 꺼낸 신료들은 한사코 자리에 앉아 이준혁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거두어 주시옵소서!” “직첩을 회수하고 사판에서 삭제하여 폐서인하고 절해고도에 위리안치 시켜야 하옵니다!” “목을 베어야 마땅할 줄 아뢰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해외에 대한 투자를 반대하는 것에서 출발하였지만, 이제는 군 소장파의 얼굴 마담인 이준혁에 대한 처형으로 바뀐 저들의 말. 말은 궁의 담을 넘어 다시 백성들에게로 달려갔다. 백성들에게 달려간 말은 다시 궁의 담을 넘어 편전의 문을 지나 임금에게 짓쳐들었다. “성총을 흐린 난신적자의 목을 베시옵소서!” “목을 베시옵소서!” 말은 달리기 힘들었는지 물이 아닌 피로 목을 축이기를 원하는 듯 자꾸 투레질을 하고 있었다. “듣기 싫다 하지 않았더냐! 물러들 가라!” 말을 달래기 지친 듯, 이제 임금은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임금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자, 궁의 담 안팎을 뛰어 넘나드느라 지친 말은 더욱더 피로 목을 축이기를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