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세계로 흩어진 온갖 종류의 기호. 혀는, 사람에 따라 모든 미각을 갖는 것이다. 단, 그것은 납득이 가는 한에서의 일이다. 초식동물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고 한다면, 토할 것이다. 육식동물이 풀을 먹더라도, 되새기지 못해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눈앞에 있는 것은 먹을 것. 인간만이 때때로 그 인식을 잘못해 실수를 저지른다.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고, 먹어야 할 것을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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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 흰 땅과 검은 땅이 뒤섞인 대지에 건강한 식물은 자라날까. 증오의 토양을 비료로 삼아 슬픔에 찬 식물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 까. 그의 마음, 그의 몸을 상처 주려고 했던 자들. 당신들이 심은, 이 식물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분명히, 아무것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들에게는 동물에 대한 관심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의연히 홀로 서 있는 고독을 유지하는 동물에게가 아니라 배후에 무리를 거느린 동물에 대한 관심밖에. 무리를 이룬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가 눈을 뜰 때쯤에는 내게 아이가 있을 거에요. 그가 그렇게 사랑하고, 내가 그렇게 증오했던 사람의 아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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