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무렵의 여자들은 종종 패가 갈린다. 결혼한 여자, 결혼할 여자 그리고 결혼을 못했거나 안 한 여자. 결혼한 여자와 결혼할 여자는 같은 편이다. 그리고 결혼 못한 여자와 결혼 안 한 여자가 또 다른 한 팀이다. (결혼 못한 여자와 안 한 여자의 정확한 구분은 어렵지만, 대체로 여전히 결혼에 대한 열망은 품고 있지만 그것이 성사되지 못한 여자를 ‘결혼 못한 여자’라고 정의하겠다.) 워킹맘와 전업주부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질투처럼 결혼한 여자와 결혼 못한 여자 사이의 감정 역시 수면 위 백조처럼 겉과 속이 다르다.
“결혼, 그거 좋은 거 하나 없어. 급하게 하지 말고 싱글을 즐겨!”
기혼자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싱글들에게 조언한다. 특히 아이를 낳고 일과 가정에 치이며 사는 여자들이라면 더욱더 싱글의 삶을 찬양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진짜 속내는 다르다.
‘너희들도 나처럼 결혼하고 애 낳아봐. 거기다 일까지 하며 사는 게 가능할 것 같니? 빨리 승진하고 연봉 더 받으면 뭐 하냐? 그래 봐야 이미 한물간 노처녀인데!’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이미 결혼 제도권에 안착한 여자들은 자신들이 ‘승자’라고 의식한다. 결혼이라는 힘든 과제를 일찍 청산한 ‘능력 있고 매력적인 여자’라는 자부심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배우자가 전문직 종사자이거나 대단한 집안의 남자라면 그 우월 의식은 차고도 넘친다.---‘미혼과 기혼, 그 미묘한 신경전’
실제로 아늑한 집에서 과거보다 더 행복한 삶을 꾸린 듯 보이는 여자들도 많다. 아이와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밀어두기만 했던 취미 생활을 시작하는 여자들도 있다. 현재의 상황과 환경에 충실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할 줄 아는 재미를 터득하는 여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자에게 일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이 그대의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일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일이라면 미래의 언젠가 활짝 그 꽃이 필 수 있도록 조금 더 투자하기를 바라고, 막연히 동경하기만 했던 일이라면 이제부터 조금씩 페달을 밟아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취미 생활을 통해 관심이 생겨난 일이라면 그 관심이 능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자신을 믿고 독려하기를 바란다.
지금은 옹알옹알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그대에게 안기는 아이가 언젠가 “엄마, 난 지금 혼자 있고 싶어요!”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날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영원히 함께할 것 같던 남편이 어떠한 이유로 당신 곁을 떠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최소한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일을 통해 조금 더 의미 있고 조금 더 젊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 남편 몰래 친정 엄마 냉장고를 바꿔줄 수 있는 능력도 과시할 수 있다면 좋겠다.---‘일하는 여자로 살 것인가, 살림하는 여자로 살 것인가?’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이직을 준비하며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성공적인 이직이라는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하지만 HR 전문가들은 20~30% 정도의 인상률에 덜컥 회사를 옮기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를 반영할 때 전략적인 이직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예를 들어 진급의 기회, 안정감, 업무 이해도, 인간관계, 배려와 이해 등을 따져볼 때 연봉 20~30% 인상은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조직을 위해 별다른 헌신과 공헌을 하지 않은 낯선 사람에게 외국 연수나 보직 전환과 같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새로운 직장으로 옮겼을 때 당분간 감수해야 하는 것들을 따져본다면 20~30% 인상되는 연봉은 기회비용으로서 약소하다는 것이다.
연봉의 액수에 따라 이직을 결정할 때는 40% 이상 인상될 경우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회사에서 40% 이상 인상된 연봉을 받으려면 최소 5년 이상은 걸리기 때문이다. 연봉 외에 조직 문화, 여성 임원 비율, 임원들의 출신 학교, 복지 환경 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과장급의 이직이라면 더 이상의 이직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성공적인 이직을 위한 여우 같은 전략’
맛있는 상보 대화를 완성하려면 먼저 상대방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어제 만난 사람에게는 통했던 화법이 오늘 만난 사람에게는 먹히지 않을 때가 있고, 남편에게 구사하는 언어가 친구들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 대화의 본질은 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탐색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중심적이고 상대방에게 명령하기를 좋아하는 고집 강한 스타일에게는 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가려고 애쓰기보다 많이 듣고, 인정하는 방법이 좋다. “어머! 그랬니?”, “정말? 대단하다!”, “그렇구나. 난 몰랐네” 등 공감의 추임새를 많이 써서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열어놓은 다음 정작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는 게 요령!
반면 수다쟁이 스타일의 사교적인 사람들과는 감성적인 코드의 이야기를 많이 꺼내며 수다 형식의 왁자지껄한 대화법이 좋다. 이들 타입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절제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호감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다소 내성적이고 조용한 타입과 대화할 때는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지도, 재미있는 분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가질 필요 없다. 날씨, 마시고 있는 커피에 대한 생각, 최근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 등 일상적인 대화로 말문을 트면서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대화법을 추천한다. 우리 남편이 바로 이런 타입인데 나처럼 수다쟁이인 사람들은 별말을 안 하고도 대화에 잘 적응하는 이런 부류의 타입이 답답하고 갑갑하다. 때문에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던지거나 무리해서 과장되게 말해보기도 하지만 영 효과가 없다. ---‘상대를 꿰뚫어보는 대화의 기술’
남자는 자신을 세상에서 최고로 대우해주는 여자에게 마음을 연다. 이 여자 앞에서만큼은 ‘내가 가장 잘난 남자’라고 착각할 수 있다면 남자는 그 여자를 쟁취하고픈 승부욕을 갖게 된다. 단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첫 번째 만남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수다쟁이처럼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거나 헤플 정도로 웃어대며 지나치게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연출하지 말라는 뜻이다. 오히려 비밀의 화원에 들어선 것처럼 당신의 정체를 쉽사리 알 수 없게 만드는 신비한 매력을 풍기는 것이 똑똑한 전략이다. 많은 말 대신 오가는 눈빛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정보와 마음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하고, 가공된 언어보다 사소한 몸짓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상대가 직감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리하다.---‘소개팅에서 애프터를 받지 못하는 이유’
분노의 감정이 온몸을 역류했지만 사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남편은 자신이 열심히 번 돈으로 소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남편 덕으로 살고 있었으니 할 말은 없었다. 때문에 우리 가족의 권력 구조는 남편 중심으로 심히 편중돼 있었다. 남편 귀가 시간 전에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해야 했고, 이왕이면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상차림을 해야 했다. 불평등한 결혼 생활 같았지만, 그의 노동으로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대가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 무렵이었으리라. 어느 순간 남편에게 열등감과 시기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월급의 차이가 능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그가, 원하는 물건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는 그가 묘하게 부러웠다. 그리고 그 감정은 다른 영역으로도 확대됐다.
“어라! 이거 무슨 책이야? 당신 이런 분야 책도 읽어? 다 읽으면 나도 보게 여기다 둬!”
“당신 골프 시작했어? 그럼 다음 달부터는 나도 할래. 부부가 함께해야 좋지!”
외동아들, 큰오빠에게 사랑을 빼앗긴 막내딸처럼 나는 남편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 내가 논문이라는 답답한 노동을 하는 동안 남편 혼자 지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했고, 나 혼자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되는 건 아닌지 조급해졌다. 남편만큼은 똑똑하고 싶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인정받는 일을 하고 싶었고, 남편이 누리는 모든 문화적 혜택을 공유하고 싶었다. 지기 싫었다. 그것은 참으로 예상치 못한 감정이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족 가까운 ‘가족’이자 ‘부부’인데 말이다.
---‘최대의 라이벌, 부부끼리도 경쟁을 한다’
서른 즈음의 여자들 외모는 자신의 일을 대변하는 아이콘과 같다. 외모만 살펴봐도 그간의 삶을 유추할 수 있고 추구하는 인생의 색깔 또한 묻어난다. 그러니 서른 무렵부터는 외모를 업무 영역과 매치시켜 전략적인 콘셉트를 짜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언젠가부터 서른 무렵의 여자에게 일이란 ‘이름표’와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그 사람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단서, 그것이 바로 ‘일’이 아닐까 싶다.
20대 여성들에게 일이란 서른 무렵의 여자들의 일과는 다르다. 아직 정체성이나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지 못한 채 외모 가꾸기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고, 20대라는 나이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이런저런 일과 사람을 경험하며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니 말이다. 그러나 30대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30대 여성에게 그간 이뤄놓은 나름의 업적과 기반을 기대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30대 여성들이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며 상대방의 명함을 유심히 들여다보거나 빠른 속도로 패션 스타일을 훑어보는 것도 그 안에 일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탓이다. 때문에 일에 맞는 옷차림과 스타일 연출이 중요하다.
---‘커리어 우먼을 꿈꾼다면 외모와 업무를 함께 연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