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타타. 사방에서 울리는 총성. 천사의 강림 정교회의 뒷산으로 탈출한 독호와 제국군 장교들은 바위산에서 고립되었다. 이 산은 나무가 거의 없는 돌투성이 산이어서 사람의 움직임이 서서히 밝아 오는 하늘을 배경으로 은폐물이 많지 않았다. “잡아라!”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 산을 포위한 2천 명의 별동대가 악을 쓰며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개미떼처럼 올라오는 별동대를 보는 안드레이 중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앞뒤가 완전히 포위된 상황. 여기서 여황을 탈출시키지 못하면 제국은 끝장이다. 그의 얼굴에 비장한 결심이 어렸다. “제군들, 아무래도 우린 여기서 모두 죽어야 할 것 같다. 나와 함께 죽을 각오를 가진 장교들은 남고, 나머지는 여황 폐하를 호위해 뚫고 나간다.” 그의 말에 장교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안드레이의 말뜻을 그들도 깨달은 것이다. “까짓것, 어차피 이미 한 번 죽었던 목숨입니다. 사령관님, 제가 남지요.” 작전참모가 앞으로 나서자 장교들이 저마다 말했다. “저도 남겠습니다.” “저도요.” 결국 모두가 나서자 안드레이는 목이 멨다. 이들은 여황을 살리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고 있었다. “고맙다, 제군들. 제국은 그대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때 독호의 말이 들렸다. “이봐, 안드레이 중장. 죽으면 끝이야. 조금만 적을 막으면 지원이 올 것이다.” 독호의 말에 장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지원이 온다는 것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독호군이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자, 총알을 아끼면서 놈들을 막아라.” 사기가 오른 안드레이가 바위를 넘어 다가오는 적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탕탕. 그러자 장교들도 신중하게 적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총알이 얼마 없다는 것이었다. “놈들은 소수다. 여황을 잡는 자에게 포상금을 내릴 것이다. 공격하라.” “와아아!” 별동대가 함성을 지르며 기를 쓰고 올라왔다. 독호는 선두에서 지휘하는 별동대의 장교를 향해 총을 겨눴다. 적에게 빼앗은 모신나강 소총이라 사거리가 길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적을 겨눈 순간, 겨눔자에 놈의 몸이 걸려들자 독호는 지그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컥.” 별동대 정치위원인 토살리크는 머리에 번개가 치는 것을 느끼면서 벌렁 넘어졌다. 독호가 쏜 총알이 그의 머리를 박살내 버린 것이다. “저격병이다. 허리를 굽혀라.” 다른 정치위원이 질겁해서 머리를 바위에 박고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것이 들렸다. ‘바투가 오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는데…….’ 그동안 놈들을 막아야 했다. 겨우 20명의 장교들을 데리고 2천 명의 별동대를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여황만을 데리고 자신만 탈출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제국군 장교들도 구해야 앞으로의 작전에 유리할 것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