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소에 뛰어들어 점화장치를 파괴한 분대장이 빙긋 웃고는 허리에서 신호권총을 뽑아 들었다. 펑펑펑. 하늘로 솟구치는 푸른 불덩이. 그것은 우그로브 평야의 어디서나 보였다. “독호님, 특공대원들이 임무를 수행한 것 같습니다.” 유철만의 보고에 천천히 말을 몰고 나오던 독호가 머리를 끄덕였다. 평원에 묻힌 폭약 때문에 화공전술을 사용한 독호였다. 우그로브산이 불타는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저 불길이 대원들의 목숨을 구했으니 다행이었다. 숲이 아무리 기중한 자원이라고 해도 대원들의 목숨보다 귀할 수는 없었다. “참모장, 즉시 장갑열차를 투입하라.” “옛.” 유철만이 환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즉시 무전수에게 명을 내렸다. “장갑열차 사령관에게 출동명령을 내려라.” “옛, 참모장님.” 무전수가 장갑열차를 찾고 10분이 지나자 철교가 우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일본군은 독호군을 우그로브 평원에 끌어들이기 위해 철교를 그대로 나둔 것이 화근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 전황이 이렇게 변하리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흥. 너희들은 우리 독호군을 너무 얕봤다.’ 유철만은 쓰게 웃었다. 일본군으로서는 독호군을 중국의 수많은 군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이런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독호군은 군벌들과는 달랐고, 이미 수많은 전투를 겪은 강군이라는 것을 저들이 생각 못한 것이 패전의 요인이었다. 우르릉. 우르릉. 철교를 건너온 장갑열차가 무서운 굉음을 울리며 평야를 가로질러 협곡으로 돌진해 갔다. 달리는 장갑열차의 양옆으로 삐죽삐죽 나온 거대한 대포들이 협곡의 양옆을 향해 일시에 포탄을 쏟아 냈다. 콰르릉. 우당탕. 절벽에 설치해 놓았던 일본군의 기관총좌들이 산산이 깨져 날아갔고, 폭음과 불길이 협곡을 휩쓸어 버렸다. “자, 이제 우리 차례다. 전군 앞으로.” “우우우우우.” 두두두두두. 독호가 환도를 뽑아들고 내달리자 2만 친위군이 환도를 추켜들고 평야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쉬웅쉬웅. 하늘을 찢어 놓을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폭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산 뒤에 거치한 일본군 대포의 일제사격이었다. 콰콰쾅. 콰콰쾅. 은빛의 들판이 폭발음과 함께 산산이 뒤집어지고 흙덩이와 돌멩이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지금 적의 포들은 눈 먼 소경과 같은 상태.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 이미 독호군의 기병들은 산 밑에 바싹 근접한 상태였다. “제1대는 나를 따라 오른쪽으로, 제2대는 참모장을 따라 왼쪽으로 돌진하라.” “우왓.” 독호의 명에 배에 힘을 주며 외친 1대는 오른쪽 산 밑으로 방향을 틀었고, 2대는 유철만의 뒤를 따라 질풍처럼 달려가기 시작했다. 일본 황군의 역사에 ‘블라디보스토크의 치욕’으로 알려진 독호군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