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장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흑룡강성으로 물러나겠습니까? 장 총독은 공존을 원하고 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장 총독은 적절한 보상이라면 감당할 결심이 되어 있습니다.” “먼저 우리를 건드린 것은 장 총독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존이라. 특사님, 공존은 없습니다. 이제 만주는 독호님의 땅입니다.” 박미정의 말에 사마원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타협의 여지도 없이 박미정은 장작림의 파멸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가 난감해서 궁싯거릴 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장 총독에게도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사마원은 눈을 번쩍 뜨고 박미정을 바라봤다. 장작림이 살 수 있는 길만 열어 주면 저 여인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정말 독호님과 장 총독이 공존할 방법이 있습니까?” “속담에 이런 말이 있죠? 죽을 수가 있으면 살 수도 있다.” 박미정이 생글생글 웃는 눈으로 사마원을 바라봤다. 꿀꺽. 소리나 나게 침을 삼킨 사마원이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정보장님, 그게 무엇입니까?” 그러자 박미정이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서늘한 눈빛으로 사마원을 바라봤다. “장 총독은 주고치가 반란을 일으키도록 이간질했고, 내몽골과 일본군을 사주해 우릴 공격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입은 피해는 막대합니다. 그러나 장 총독이 잘못 생각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몰랐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강자가 차지하는 법. 이것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인류의 역사입니다. 또한 장 총독이 먼저 걸어온 싸움이니 누구도 우리에게 뭐라 말하지 못합니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으니까요. 그렇죠? 특사님.” “예? 예…….” 그녀의 말에 사마원은 무조건 대답했다. 그녀가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장작림이 독호를 파멸시키기 위해 저지른 모든 일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이제 만주의 새로운 강자는 명실 공히 독호가 분명했다. 사마원은 가슴 아프지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그를 똑바로 보며 박미정이 입을 열었다. “따라서 이제 독호님은 만주의 주인입니다. 그러니 장 총독이 살길은 하나지요.” “하, 항복을 하라는 것입니까?” 얼굴색이 파랗게 변한 사마원의 말에 그녀는 방긋 웃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장 총독이 살길은 만주를 떠나 북경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사마원은 그만 분노가 목구멍으로 치밀었다. 하지만 사마원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건 항복하라는 것보다 더 심한 말이군요. 만주를 내놓으라니? 장 총독은 결사항전을 택할 것입니다. 그럼 독호님도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정보장님.” 사마원의 말에 박미정이 머리를 젖히고 웃었다. “호호호.” 그리고는 차가운 눈으로 사마원을 쏘아보며 마디마디 힘을 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