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토마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로 센 놈에게 갈 생각은 없어 보여 다소 안심이 됐다. 스스로에게 위로하는 시현이었다. 드디어 자정이 되고 여지없이 토마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크하하! 5년이 지났단 말이지.” “노인네, 오랜만이네요.” 씁쓸한 미소와 함께 시현이 인사를 건넸다. “닥쳐라. 이 쥐벼룩 같은 놈!” “노인네, 말이 심하십니다.” “네 이놈! 감히 내 몸을 가지고 놀아?” “제가 오고 싶어서 왔습니까? 정말 너무하네요.” 토마스의 욕설에도 일단 참았다. 노인을 공경하라는 스님의 가르침을 잊은 건 아니지만 울화가 터질 지경이었다. 토마스는 천천히 몸을 살펴봤다. 이제 자신이 밖으로 나갈 생각만 해도 기뻤다. 잠시 후 의아스런 목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뭐가요?” 욕을 얻어먹은 시현의 입에서 고운 답이 나오질 않았다. 말투는 기분 나빴지만 열심히 단련한 몸이 싫을 리 없었다. 사실 5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니 몸이 왜 이렇게 잘 단련된 거야? 별일이네.” “사람 어찌 본 겁니까? 저도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근데 전에 왜 안 했어?” “전 누가 하라면 죽어도 안 합니다.” 시현의 고집이자 신조였다.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아무도 그에게 강요할 수 없었다. 토마스가 말문이 궁색한 듯 다른 화제를 들고 나왔다. 트집거리를 잡은 듯 의기양양했다. “몸이 왜 이렇게 상처투성이야?” “다~ 영광의 상처입니다. 5년간 피눈물 나게 수련한 사람에게 그게 할 말입니까?” “상처가 많잖아?” “제길! 그냥 자빠져 잠만 자는 건데. 누구 좋으라고 개고생한 건지.” 드디어 서서히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는 시현이었다. 바로 토마스의 일격이 날아왔다. “말 좀 조심해라. 다시 말하지만 난 백작이다.” “전 전국구였습니다.” “난 영지의 지배자다.” “웃기지 마쇼. 전 주먹 하나로 전국을 주름잡았습니다. 지역구가 어디서 감히요?” “야, 이 자식아!” “왜요? 동네에서 설치던 분이 더 할 말 있습니까?” 치열한 설전이 이어졌다. 각자 한 성질 하는 탓에 절충점이 나올 리 없었다. 그저 각만 세운 채 티격태격 이어졌다. 마침내 말이 끊어지자 토마스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데 이거 왜 아직 안 바뀌나?” “그걸 내가 어찌 압니까?” 퉁명스런 시현의 반발이 나왔다. 토마스도 시현의 성격은 알고도 남았다. 더 말해봐야 본전도 찾기 힘들었다. 자정이 지난 지 꽤 오래되었다. 여전히 토마스는 나오질 못했다. 시현도 이상하다고 느낄 무렵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