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한 중국 신하는 불꽃놀이에 대해 “불꽃이 바퀴를 따라 돌아가니, 떨어지는 가지에서 복숭아꽃이 싹튼다네. 연기구름이 집을 에워싸고, 아름다운 호수 위로 반짝이는 빛들이 떠다니네.”라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16, 17세기 동안, 유럽은 대관식이나 종교 축제, 전쟁의 승리, 귀족의 결혼식, 왕족의 탄생 등 축하 행사에 쏘아 올린 불꽃으로 휩싸였다. …그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매년 부활절에 로마의 산탄젤로성에서 쏘아 올린,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쇼였다. 이탈리아의 야금학자 바노초 비링구초(1480~1537)가 자신의 책《불꽃 제조술》에서 “마치 하늘이 열리고 하늘의 모든 별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 “인간에게 해를 주고 공포감을 일으키는 강력하고 끔찍한 물질로 이루어진 이 불꽃은, 우리를 행복하고 즐겁게도 해준다. 불꽃놀이는 놀이 외 그 어떤 다른 목적도 없다. 그리고 아무리 길어도, 연인들의 키스보다 길 수는 없다.” --- 「불꽃놀이」 중에서

과장적이고 우울한 탐미주의자 루트비히왕(1845~1886)의 세 성 중 노이슈반슈타인성은 그가 가장 사랑했던 건물이다. 이것은 바그너가 오페라로 만들었던, 백조로 변한 독일 왕자의 전설인 로엔그린 이야기에 나온 것처럼 작은 탑이 있는 13세기식 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 성을 짓는 일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1869년, 일꾼들은 티롤을 내려다보는 깎아지른 바위 노두까지 가파른 길을 만들었다. …그의 침실을 조각하는 데만 열네 명의 목수가 투입되어 4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공식 알현실은 공상적인 비잔틴 스타일로 꾸며졌다. 또, 왕의 서재인 작은 종유석 동굴은 폭포와 단계별로 변하며 움직이는 전기 ‘달’로 완성되었다. 탑들이 장대처럼 솟은 노이슈반슈타인의 충격적인 외관은 디즈니랜드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성의 모델이 된다. …루트비히는 왕좌에서 물러난 이틀 뒤에 호수에 빠져 의문사 했다. 그때까지 17년 동안이나 공사가 이루어져왔지만 노이슈반슈타인성은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루트비히가 거기서 지낸 날은 겨우 172일뿐이다. --- 「폴리(장식용 건물)」 중에서

기적을 행하는 면에서 단연 독보적이었던 성자는 바로 헨리 2세의 심복에 의해 캔터베리 성당 안에서 살해된 캔터베리의 대주교 토머스 베켓(1118~1170)이었다. …특히 재미있는 기적이 있다. 영국의 램숄트 마을의 남매에 대한 이야기인데, 치즈를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고 있는 누나에게 남동생이 기도를 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소녀는 성 토머스 베켓에게 기도를 했다. 그날 밤 그 순교자는 두 아이의 꿈속에 나타나 치즈를 오래된 단지 안에 두지 않았느냐며 기도에 응답한다. 일어나서 보니 치즈는 정말 거기에 있었다. 고마웠던 아이들은 사제와 함께 캔터베리에 갔고, “사제의 이야기에 거기 있던 모두가 미소 지었다.”고 한다. --- 「기적」 중에서

부채는 아시아에서 향신료와 실크를 수입했던 포르투갈의 상인들 덕분에 거의 동시적으로 유럽에 전파된다. …곧 150명이 넘는 부채 밀매자들이 파리에 가게를 연다. 오페라 극장에서 펄럭거리는 부채는 극장을 나비들이 바삐 움직이는 들판으로 바꾸어놓는다. …1711년 영국의 조지프 애디슨(1672~1719)는 …그 당시의 부채질 방식들을 화가 난 부채질, 겸손한 부채질, 소심한 부채질, 혼란스러워하는 부채질이나 즐거운 부채질, 교태를 부리는 부채질 등으로 구분하며 “나는 숙녀들의 부채질만 봐도, 그녀가 웃는지, 찌푸리는지, 얼굴이 붉어지는지 알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여류작가 제르멩 드 스탈(1766~1816)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무리 매력적이고 우아한 여인도 부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바보처럼 보일 것이다.” --- 「오기(일본 부채)」 중에서

예술사가들이 오래된 그림을 X-레이 촬영해 찾아낸 수정 자국인 펜티멘토는 그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후회하다’라는 라틴어 paenitere에서 왔다.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28~1885)의 자화상 〈상처 입은 남자The Wounded Man〉에서 …쿠르베는 나무 아래에 축 처져 누워 있다. 눈은 반쯤 감고 입술은 일그러뜨린 채. …하지만 1973년 그 그림을 X-레이로 촬영한 결과, 그 슬픈 주인공이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음이 밝혀진다. …그 작품의 초기 버전에는 14년간 그가 사랑했던 비르지니 비네가 그의 옆에 그려져 있었던 것. 그 둘은 나무 그늘 속에서 한데 얽혀 낮잠을 잔다. 그는 팔로 그녀의 어깨를 둘렀고, 그녀의 얼굴은 그의 가슴에 묻혀 있다. 하지만 비네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떠나간 뒤, 쿠르베는 그녀를 그림에서 지우고는 대신 그 자리에 두꺼운 갈색 결투용 외투를 그려 넣었다. …그가 몇 년 후 친구에게 썼다. “내 영혼은 고갈되었고, 가슴과 정신은 고통으로 가득 찼다네.” --- 「펜티멘토(그림에서 수정한 이미지)」 중에서

화려한 연회를 위해 야심 찬 요리사들은 파이 반죽으로 성을 조각했고, 색색의 젤리 체스판을 내놓았으며, 간 고기와 콩을 반죽해 먹을 수 있는 왕관이나 나무, 동물 등을 만들었다. …이런 음식들은 식용이 아니라 장식용이었다. …영국의 잔칫상에는 고기나 야채를 반죽해 만든 수사슴이 옆구리에 화살이 박힌 채 등장했다. 화살을 뽑으면 상처에서 클라레(프랑스 보르도산 적포도주-옮긴이)가 쏟아져 나왔다.
가장 잘 알려진 소텔티는‘스물네 마리의 검은 티티새 파이’다. 15세기 말, 유럽 전역에서 구운 파이껍질 아래에 구멍을 뚫고 살아 있는 새를 집어넣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들이 위쪽 껍질을 자르면 새들이 푸드덕 하고 날아갔다.

<b>세상의 모든 ‘우아한 것들’을 한자리에</b><br/>르네상스 시대 정원의 분수, 비스듬히 기대어 앉는 야릇한 동양풍의 쇼파, 베네치아의 가장무도회, 일본의 기모노, 야외에서 즐기는 식사, 프랑스 요리사의 전설적인 푸딩, 귀뚜라미의 노랫소리, 여성의 단발머리, ‘Yes’라는 말…. 언뜻 보기엔 제각각으로 보이는 이 목록의 공통점은, 바로 ‘우아하다’는 것. 이 책은 서구 문화에서 오래전부터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온 것들을 알파벳순으로 집대성한 독특한 백과사전이다.<br/><br/>이 책의 원제는 〈Encyclopedia of the Exquisite〉으로, ‘탐구하다’, ‘찾다’라는 뜻의 라틴어‘exqu?r?re’에서 나온 단어 ‘exquisite’은 정성껏 골라낸 것들로, 대단히 정교하고 ‘강한 기쁨이나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지은이는 신기한 유물들로 가득 찬 16세기의 백과사전에서 힌트를 얻어 이 기발한 목록을 만들어냈다. 패션잡지 〈W〉 유럽판과 〈WWD〉 (Women's Wear Daily)에서 에디터로 일해온 그녀가 섬세한 심미안으로 골라내어 우리 눈앞에 펼쳐놓은 100가지 물건(때론 살아있는 생명체이거나 추상적인 개념, 특정 단어이기도 하다)들은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하나같이 마음을 끄는 것들이다. 유니콘, 이집트 오벨리스크처럼 낯설고 희귀하여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는가 하면, 휘파람이나 석양, 적란운(구름)처럼 흔하지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도 ‘우아함’을 지닌 대상으로 꼽는다. 한마디로 이 책은 문화와 예술, 패션, 음식, 여행, 언어 등 인간의 삶 구석구석을 아우르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유유히 거닐며 수집한 스타일 모음집이다.<br/><br/><b>아름다움에 얽힌 역사적 사실들과 풍성한 이야깃거리</b><br/>미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다. 아름다움이란 인류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항상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되어왔다. 클레오파트라의 미모,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려한 스타일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동반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지은이는 인간의 삶에 깃들어온 ‘우아함’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방대한 자료 수집과 조사를 거쳐 엮어내었다. 각 장마다 잘 짜인 크고 작은 일화들과 풍부한 인용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다. 덕분에 우리는 어느 순간 불꽃놀이를 즐기는 고대 중국에 있다가도, 한바탕 춤사위가 벌어지는 19세기 파리의 뒷골목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또, 즐거움 뒤에는 다양한 분야에 관한 역사적 상식도 기다리고 있다. 루이 16세 앞에서 펼쳐진 열기구 비행(9p), 샴페인의 탄생 배경(39p)과 레이스 달린 야한 란제리의 등장(84p), 인도에서 시작된 배드민턴(171p)과 2차 세계대전 동안 기발하게 사용된 붉은 립스틱 이야기(184p) 등을 알고 나면 의외의 지식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제 이 책이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비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