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심슨 가족」」은 처음부터 수학으로 시작했다. 「바트는 천재」 첫 장면에는 과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수학 방정식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막내딸 매기가 알파벳 블록으로 탑을 쌓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매기는 6번째 블록을 올려놓고 뿌듯하게 바라본다. 늘 고무 젖꼭지를 물고 있는 영원한 한 살배기가 만든 여섯 글자는 EMCSQU이다. 숫자나 부호가 적힌 블록이 있었다면, 매기는 아인슈타인의 저 유명한 방정식 E=mc2를 완성했을 것이다
(1. 바트는 천재 p.16)

수학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방정식이 별문제 없어 보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지금 계산기를 몇 번이고 두드리다가 어이가 없어 계산기를 부숴버릴 참인지도 모르겠다. 호머가 저 악명높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정수해를 찾았다고?
(3. 호머의 마지막 정리 p.45)

조크 3
Q: 8을 반으로 나누면?
A: 가로로, 세로로?
Q: 무슨 뜻이지?
A: 가로로 나누면 0, 세로로 나누면 3.
(시험1. 초등학생 p.71)

이것은 ‘무한 더하기 1’을 외치면, 호머가 내뱉은 ‘무한’을 꺾을 수 있다는 네드 플랜더스의 계산이 빗나갔다는 걸 뜻한다. 사실 네드가 ‘무한 더하기 무한’을 외쳐 말씨름을 이기려 했다 해도 틀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힐베르트 호텔 이야기를 하나 더 보자.
(9. 무한과 그 너머 p.139)

그런데 「「심슨 가족」」 등장인물의 손을 유심히 보면 엄지 하나와 손가락 3개씩으로 양손을 합치면 모두 8개이다. 그렇다면 스프링필드에서는 8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고, 전혀 다른 진법(8진법)을 써야 하고, π도 달리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3.1103755242...). 「「심슨 가족」」에서는 8진법에 신경쓰지 않고 우리처럼 그냥 10진법을 쓴다. 그건 그렇다 쳐도 두 가지 의문점은 밝혀져야 한다. 첫째, 왜 스프링필드 주민의 손가락은 8개일까? 둘째, 손가락이 8개인데 스프링필드에서는 왜 10진법을 쓸까?
(12. 파이 한 조각 더 p.195)

이어지는 대화에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지만, 이진법에 밝은 시청자는 이 장면의 끔찍한 의미를 바로 알아챘을 것이다. 벽에 나타난 이진수 0101100101을 십진수로 옮기면 357이다. 이 수는 별 거 아니지만, 거울에 반사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수로 변한다. 이진수 1010011010을 십진수로 바꿔보자.
(14. 퓨처라마의 탄생 p.221)

작가들이 1,729를 님버스호 등록번호, 벤더 제조번호, 평행우주 번호 등으로 선택한 이유는 사실 이 수가 수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대화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1918년 말 아니면 1919년 초쯤 20세기의 위대한 수학자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Godfrey Harold Hardy, 1877?1947)와 스리니바사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이 나눈 대화였다. 출신 배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이토록 가깝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15. 1,729와 연애사건 p.235)

《심슨 가족》은 수학의 보물 창고<br/>『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과학 저널리스트 사이먼 싱이 지은 유쾌한 수학책이다. 《심슨 가족》이라는 애니메이션에 숨겨진 수학의 비밀을 찾는다는 제목은 다소 뜻밖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방송되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가진 애니메이션이지만, 심슨 가족과 수학은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br/><br/>그러나 《심슨 가족》의 첫 에피소드 [바트는 천재]에는 첫 장면부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 E=mc²가 등장한다. 젖꼭지를 문 매기 심슨이 블록으로 쌓은 단어가 바로 EMCSQU이다. 이어서 바트가 IQ테스트를 컨닝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영재학교에 들어가서 겪는 이야기 전체가 미적분을 이용한 코미디이다. <br/><br/>《심슨 가족》을 자세히 보면 π에서 메르센 소수,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까지, 대수와 기하, 확률과 통계, 차원과 우주 등 수학과 과학의 많은 요소들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2차원 애니메이션 세계에 살고 있는 호머 심슨이 3차원을 여행하는 에피소드 [호머³]는 제목 그대로 수학과 물리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br/><br/>《심슨 가족》 작가들이 뛰어난 수학자라는 걸 알면 이 코미디가 ‘교육방송’이 된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 데이비드 S. 코헨(하버드 수학 학사, UC 버클리 컴퓨터과학 석사), 켄 킬러(하버드 응용수학 박사) 등 쟁쟁한 학력 소유자가 즐비하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예일대학교에서 교수를 하다 《심슨 가족》작가가 된 제프 웨스트브룩의 경력이 압권이다.<br/>작가들은 《심슨 가족》을 수학의 보물창고로 만들었다. 그들은 시청자들에게 수준 높은 지식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었고, 작가들의 최종 목표는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수학을 한방울 한방울씩 은밀하게 주입하는 것이었다. <br/><br/>『심슨 가족에 숨겨진 수학의 비밀』은 코미디가 아니고, 수학 책이다. 그러나 책에서 두 가지가 만나는 지점은 매우 흥미롭다. 수학이 클래식 음악과 동류라는 건 상투적인 이야기이다. 그런데 음악만 수학과 어울릴까? 심슨 작가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수학적 사고는 정말 웃기는 조크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수학의 핵심이 논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논리를 깊게 생각하면 그것을 비틀고 변형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나 봅니다. 논리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은 모순된 상황에서 굉장한 유머를 찾아냅니다.<br/>사이먼 싱과 함께하는 유쾌한 수학 여행 <br/><br/>즐거운 심슨 가족과 유쾌한 작가 사이먼 싱이 만났으니 책은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마치 추리 소설을 쓰듯이 가볍고 밀도 있게 쓰고, 우주 ‘빅뱅’을 영화관에 초대하듯이 독자를 이끌고 가는 솜씨는 여전하다. <br/>저자는 애니메이션 곳곳에 담긴 수학 개념을 중고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심슨 가족의 손가락이 8개라는 사실에서 8진법, 10진법, 16진법을 풀어 설명하거나, 무한의 개념을 호텔 이야기로 깔끔하게 풀어준다. 호머가 3차원으로 들어간 이야기로 차원을 설명하더니, 뫼비우스 띠, 4차원의 뫼비우스 띠인 클라인 병, 나아가 분수 차원과 프랙탈로 넘어가고. 결국 조크 시험문제로 마무리한다. (해설은 275쪽 옮긴이 주에 있다.)<br/><br/>Q : 베노이트 B. 만델브로트의 ‘B'는 무엇을 의미할까? <br/>A : 베노이트 B. 만델브로트 <br/><br/>2005년 하버드 대학교 총장 로렌스 서머스의 성차별 발언을 계기로 만들어진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 [여학생이 원하는 건 오직 수학뿐Girls Just Want to Have Sums]에서는 수학을 공부하고 싶은 리사 심슨이 남학생으로 변장해 공부한다. 이 책에서는 여성임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소피 제르맹의 일화로 이어진다. 아르키메데스에서 제르맹, 그리고 가우스로 이어지는 수학의 역사는 감동적이다.<br/><br/>수학의 역사를 설명하며 소개하는 수학 일화(우리가 잘 아는 유명인사들의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의 일화들도 담겨 있다.), 혼자 피식 피식 웃다가 참지 못하고 옆 사람을 끌어들여 함께 폭소하게 만드는 수학 유머들이 가득 차 있다. <br/> “중고등학교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수학시간이 그리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수학도 있다. 곳곳에 담긴 수학 유머와 퍼즐, 5차례 수학 시험은 식탁의 화제를 풍부하게 한다. 축구감독이 내일 경기에 쓸 수 있는 전략도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