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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명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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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천만명의 눈물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숨겨진 이야기

이옌 저 / 이은희 | 리베르 | 2009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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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95쪽 | 456g | 128*188*20mm
ISBN13 9788991759718
ISBN10 899175971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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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미를 단 못생긴 여인 편지로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는 사이 두 사람은 어느덧 사랑을 이야기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라운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주디스에게 그녀의 사진을 보내줄 것을 청했다. 그러나 주디스는 브라운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를 질책하는 듯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지금까지 당신이 말해왔듯이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저의 ‘뚜렷한 개성과 뛰어난 재능과 깊이 있는 사상’이라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제 얼굴을 알고 싶어하시나요? 당신이 줄곧 말해왔듯이 당신이 정말로 저를 ‘영원히 사랑하고’, ‘바다가 마르고 바위가 모두 닳을 때까지’ 사랑한다면, 제 얼굴이 아름답든 그렇지 않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만약 당신이 보시기에 제 용모가 너무 평범하다면, 혹은 추하기 짝이 없다면, 그래도 당신은 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브라운은 자신의 작은 요청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 뒤로 브라운은 더 이상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여전히 종전과 같이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둘의 사랑은 갈수록 깊어갔다.
브라운은 중령 계급을 달고 드디어 귀국하게 되었고, 가장 먼저 주디스에게 편지를 써서 만날 약속을 정하자고 했다. 주디스는 브라운에게 전보를 보내 만날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었다.
‘런던 전철역 1번 출구에서 제 책을 들고 서 계세요. 저는 가슴에 빨간 장미꽃을 꽂고 나갈 거예요. 하지만 제가 먼저 당신을 아는 척하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이 먼저 저를 알아보시고, 만약 제가 당신의 연인으로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모른 체하셔도 됩니다.’
그때 저 앞쪽에서 녹색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향해 또박또박 걸어왔다. 깊고 푸른 눈,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가 돋보이는 금발의 여인은 전형적인 앵글로·색슨계의 미인이었다. 중령은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고 가슴에 빨간 장미를 달았는지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는 브라운을 향해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그의 앞을 지나쳐 갔다. 1초, 1초의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같은 근거 없는 그의 믿음과 기대는 더욱 커졌다. 드디어 정각 6시, 저 멀리서 왼쪽 가슴에 붉은 장미를 단 여인이 아주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 순간 브라운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앞쪽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듯했다. 놀랍게도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여인은 못생기다 못해 매우 흉측한 모습의 여인이었다. 한쪽 다리를 잃은 그녀는 한쪽 팔만으로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다. 나머지 한쪽 팔은 붕대를 감고 있었고 얼굴 반쪽은 심한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모른 체해도 된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군. 아, 어쩌면 좋지? 정말 그녀를 모른 체해야 할까?’
짧은 시간 동안 브라운은 심한 갈등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껏 무수한 전쟁을 치른 그는 곧 냉정을 되찾아, 황급히 몸을 돌려 이미 그의 앞을 지나친 ‘흉측하기 짝이 없는 모습’의 여인에게 달려갔다.
“잠깐만요!”
그녀가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자 그는 웃으며 그녀의 책을 들어보였다.
“제가 바로 브라운이에요. 당신은 주디스 양이시죠? 이렇게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우리 우선은 저녁을 먹으러 가면 어떨까요?”
“아니에요, 저는 주디스가 아니라 패니예요. 저도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요. 조금 전에 녹색 옷을 입은 한 아가씨가 제게 빨간 장미를 달아주고는 이 앞을 지나가 달라고 하더군요. 만약 당신이 먼저 아는 척하면 그때 사실을 말해주라고 했어요. 그런 뒤에 ‘당신은 이미 전쟁보다도 어려운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전해주라더군요. 그리고 자신은 맞은편 식당에서 당신을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그녀의 말에 브라운은 방금 전보다 더 놀라 한동안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그대 날 사랑해야 한다면 아무런 바람 없이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주세요.
“그녀의 미소와 미모, 부드러운 말씨 때문에, 내 생각과 잘 어울리는 재치 있는 생각 때문에,
그런 날엔 편안한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그렇게 수놓은 사랑은 그렇게 사라질 수도 있답니다.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본문 중에서

아름다운 약속 포근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던 어느 오후 소년과 소녀가 병원 복도에서 마주쳤다. 네 개의 눈동자가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영혼이 촉촉하게 젖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둘은 서로의 눈빛에서 슬픔을 보았다. 어쩌면 동병상련일 수도 있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두 사람은 아주 오랜 친구 낰은 사이가 되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언제나 함께 지내면서 차츰 외로움을 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자신들의 병이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부모를 따라 각각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병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었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 편지를 하며 안부를 묻고 마지막까지 병과 싸울 수 있도록 응원했다. 편지 중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들 서로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어느덧 퇴원한 지 3개월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남자아이가 보낸 편지를 쥔 채 편안히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다. 입가에 미소마저 감돌고 있었다. 소녀의 어머니가 구슬프게 흐느끼며 소녀의 손에서 편지를 빼냈다.
운명이 괴롭혀도 두려워하거나 방황하지 마. 네 곁엔 항상 내가 있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하고 지켜줄 거야. 넌 혼자가 아니야…….
소녀의 어머니는 편지를 끝까지 읽지 못하고 딸에게 엎드려 하염없이 울었다.
다음 날 소녀의 어머니는 딸의 서랍에서 부치지 않은 편지 한 묶음을 발견했다. 가장 위쪽에 있는 편지에 “엄마, 보세요.”라고 써져 있었다.
‘엄마가 이 편지를 볼 때면 저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겠죠. 그런데 엄마,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저와 그 아인 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기로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네요. 그러니 엄마가 이 편지들을 순서대로 그 아이에게 부쳐주세요. 그러면 그 아인 제가 꿋꿋이 살아 있는 걸로 알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예요.’
딸의 유언을 읽고 난 어머니는 소년을 만나보고 싶었다. 만나서 딸의 이야기를 전하고 격려해주고 싶었다.
소녀의 어머니는 편지 봉투에 쓰인 주소를 보고 소년의 집을 찾아갔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영정 사진 안에서 웃고 있는 소년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소년의 어머니를 쳐다보자 그녀는 울면서 테이블에 놓여 있던 편지 묶음을 건네주었다.
“이거, 저희 아들이 남긴 거예요. 아들이 죽은 지 벌써 한 달이에요. 죽기 전에 자기랑 똑같은 운명의 여자아이가 자기 편지를 기다릴 거라고 이 편지를 남겼어요. 지난 한 달 동안 제가 그 앨 대신해서…….”
그녀의 말이 울음소리에 묻혔다. 소녀의 어머니가 다가가 소년의 어머니를 꼭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참 아름다운 약속이군요.”

진정한 친구는 죽어서도 친구를 지켜줍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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