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동해는 영화 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 <허균전>을 통해서 그의 역사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역사관이라 해서 뭐 대단한 심오하고 철학적이 있는 건 아니다. 단지 그는 이야기 자체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잠시 그가 쓴 영화 시나리오 <허균전>의 작의를 보겠다. [문학이란 실로 엄청나다. 그것은 한 국가의 가치와 버금가는 것이다. ‘인도와 셰익스피어 중 선택하라면 나는 셰익스피어를 선택하겠다’고 말한 토머스 칼라일처럼 위대한 문학은 시대와 나라를 뛰어넘어 인간의 심부를 뒤흔드는 강력한 것이다.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최고의 고전 작가들이 있다. 영국은 ‘햄릿’의 셰익스피어, 스페인은 ‘돈키호테 대 라만차’의 세르반테스, 독일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괴테, 그리스는 ‘오디세이아’의 호메로스, 중국은 ‘삼국지’의 나관중, 등등... 그 중에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대 라만차’이다. 세계 문학가들이 세계 최고의 고전을 뽑는다면 하나같이 돈키호테를 말한다. 그것은 세르반테스의 독특한 표현 방식(마치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떠돌아다니는 고소설을 복원해 집필한 것)과 총체적인 인간사와 역사관을 절묘하게 풍자로 풀어가지만 절대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부딪히는 과정 속에 결국 이상은 무너져 현실에 먹히고 말지만, 끝끝내 이상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인간사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세르반테스는 당시 사회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숨기고 또 숨기는 안전장치를 만들어 돈키호테를 완성했다. 그 안전장치가 바로 자신의 작품이 아닌 것처럼 집필하는 것과 재치, 유머로 무장한 풍자였다. 그것이 돈키호테를 위대한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본인은 돈키호테처럼 위대한 작가와 작품이 한국에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허균과 ‘홍길동전’이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된다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500년 동안 유교사상으로 억눌려 왔던 우리의 고전문학을 스스로 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보배를 보배로 여기 드러낼 때라고 말하고 싶다. 문학은 힘이며 훌륭한 우리의 것이 있는데도 그것을 꺼내지 않는다면 정말 어리석은 것이다. 홍길동전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닮은 점이 많다. 시대를 풍자한 것이나 시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작가 미상으로 했다가 2세대가 걸치고 나서야 작가명을 드러낸 것을 보면 말이다. 또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절묘하게 표현하면서 결국 절대 이상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홍길동전이다. 허균은 시대의 반항아였고 조선 기피대상 1호였으며 정치적으로 억울하게 처형당한 문학가이다. 허균은 현실 속에선 절대 세상을 뒤엎을 수 없음을 알고 문학으로 그 체제를 뒤엎으려 했던 반정가였다....(이하생략)] 동해는 항상 이야기를 말 한다.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것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속엔 역사도 있고 현실도 있고 상상도 있고 철학도 있고 가상도 포함하고 있다. 그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 단 그는 단순히 역사의 공간적 시간적 순서 나열만을 원하지 않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