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소개로 선을 본 남자는 신양에게 적극적으로 대쉬하였다. 만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남자는 신양을 어머니와 누나에게 데려갔다. "얼굴이 왜 그래? 무턱이야." 어머니는 혐오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듯 오만상을 찌푸렸다. 신양은 다른 사람에 비해 턱이 짧은 편이다. "뭘. 얼굴이 조막만한 게 인형 같네." 누나가 말했다. 위로인가 아니면 조롱인가. 신양은 모멸감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모면하고 싶었다. 남자의 집에 다녀온 후로 남자의 태도가 변했다. 그만 헤어지자고 한다. 어머니가 어디 가서 궁합을 봤는데 신양의 사주가 남자를 누르는 팔자라 결혼하면 불길하다는 것이다. 신양은 35세가 되도록 변변한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천연기념물이며 그 남자가 첫사랑이다.
이별통보에 충격을 받은 신양은 몇 날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만 쏟아냈다. 엄마가 걱정할까봐 집안에서는 울지도 못하고 집 뒷산에 가서 울었다. 실컷 울고 나니 슬픔도 가라앉았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일에만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와 헤어진 게 너무 힘들다며 다시 만나자는 것이다. 신양은 그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만나더라도 좀 튕기며 그를 애먹이다가 마지못해서 만나는 척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리 오라면 오고 저리 가라면 가는 강아지마냥 쪼르르 한 걸음에 달려 나갔다. 그런 그녀를 보고 친구가 한 마디 했다. 생긴 건 여우인데 하는 짓은 곰이라고.
남자는 신양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앞으로 좀더 잘해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신양은 응어리졌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르르 녹았다. 그를 용서했다. 그리고 예전처럼 그의 전화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다시는 신양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두 번 상처 받았다.
몇 달 후. 중매를 했던 지인으로부터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신양은 서너 번 더 소개팅을 하였다. 모두 평범한 사람이었으나 근래에 본 남자는 또라이였다. 그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했다. 신양은 그의 첫인상이 싫었다. 그래서 다시 만나자는 그의 전화를 받고 냉정하게 거절하였다. 그랬더니 그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