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왜 뱀이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껍질을 벗는다라면...?'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레도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혼마보다 먼저 타모츠가 대답했다.
'성장하기 위해서죠.'
후미에는 웃었다.
'아니요.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도 없는데 말이죠. 다리 같은게 있든 없는 뱀은 뱀인데.'
후미에는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봐요. 여기까지가 제 남편으 말씀. 지금부터는 제 생각인데요. 이 세상에는 다리는 필요하지만 허물을 벗는데 지쳐 버렸거나, 아니면 게으른 뱀이거나, 방법조차 모르는 뱀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런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을 팔아먹는 똑똑한 뱀도 있는 것죠. 그리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하는 뱀도 있는 거고요.'
--- p.248-249
도후쿠 신칸센을 이용하면, 도쿄에서 우츠노미야까지는 1시간 안에 갈 수 있다. 오후가 조금 지났을 무렵이다. 금연 차량의 빈자리를 보고 자리를 잡은 뒤, 자료가 든 가방을 발밑에 놓았을 때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 안에는 혼마와 나이가 같아 보이는 양복 차림의 남자가 눈에 띄었다. 비즈니스로 길을 떠나는 샐러리맨일 것이다. 옆줄 통로 쪽에 앉은 젊은이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다. 일부러 내는 듯 한 큰소리에다 명령조의 어투를 보니 사람을 쓰고 있는 입장인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으로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왜 다들 목소리가 크고 바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도후쿠 신칸센은 도쿄 역을 떠나자마자 지하로 들어갔다. 우에노 역에서는 지하 홈에서 멈췄다. 통화 상태가 나빠졌는지 젊은이는 혀를 차면서 전화 스위치를 꺼버렸다. 혼마는, 휴대폰은 상당히 비쌀 텐데 저것도 카드로 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혼마는 집에 할부로 산 물건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봤다. 대형 가구나 전기제품은 거의 다 그럴 것이다. 그렇지, 물건별로 그 가게랑 계약해서 조금씩 지불했던 것 같다. 그런 일은 전부 아내가 맡고 있었다. 따라서 가구 색깔이나 전기제품의 종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만 집안에 들여놓았다. 혼마가 관여한 것은 예산에 대해 의논할 때뿐이다.
대개의 남자들이 다 그럴 것이다. 아직 가정이 없는 독신자라도 가구를 고르는데 까다로운 남자는 만난 적이 없다. 특별히 그런 데 취미가 있지 않은 이상 집의 인테리어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대차이도 있는 것 같다. 지금 20대의 젊은이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원룸아파트의 인테리어나 가구, 가정용품을 선택하는 데 까다로운 모양이다. 혼마가 소속되어 있는 수사 1과에는 그런 젊은 형사가 없지만.
--- p. 144~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