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1005 (권양훈 kwon yanghun 1967년 부산출생 & 설소영 seol soyoung 1968년 서울출생
세부아노(Cebuano)가 되어가는 권양훈
비행기로 4시간 30분이면 세부(Cebu)를 만날 수 있다. 공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온몸을 감싸는 열대권의 뜨거운 공기이다. 요즘은 세부(Cebu)가 가슴과 머릿속에 항상 맴돈다. 그 곳만 생각하면 흐뭇해지며 웃음이 나온다.
우리가 세부(Cebu)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빠실(Pasil)이라는 동네이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장소의 기억은 그곳 특유의 향기와 함께 평생을 간직할 소중함 그 이상일 것이다. 우리에게 빠실(Pasil)은 기억의 뇌를 자극하는 공간의 향기와 낯설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들로 마치 우리가 오래전에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 우연히 표류한 시간여행자(time traveler)가 되어 과거의 기억을 타국의 현재에서 마주하는 데자뷔(deja vu)를 경험한다.
세부아노(Cebuano)의 얼굴표정과 일상의 모습들은 언제나 친근하게 다가온다. 우리에겐 이미 사라진 풍경들이지만, 세부 거리에는 얼음을 팔거나, 빨래를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들 모두가 웃음을 보내주며 따스한 눈길을 준다. 우리 어릴 적처럼 동네를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많고, 골목마다 노점상들이 즐비하며, 길가에서 닭을 키우는 아저씨들도 있다.
세부아노(Cebuano)들은 여유로움과 즐거움이 몸에 배어있어, 급한 것과 큰 욕심도 없이 조그마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원색이 잘 어우러져 있는 세부(Cebu)의 풍경에서 세부아노(Cebuano)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다.
우리에게 이번 작업은 마치 시간여행자(time traveler)가 된 것처럼 세부아노(Cebua-no)들과 함께 세부(Cebu) 속 세부(detail)를 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한 번 두 번 촬영이 거듭될수록 자연스레 소환되어진 우리 유년의 기억들 때문에 세부의 풍경과 삶의 소소한 모습들을 더욱더 애틋한 마음으로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촬영 내내 세부에서 만난 많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이 책을 통해 촬영에 협조해 주신 세부아노(Cebuano)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