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살림법》은 온전히 혼자 힘으로 내 삶을 책임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몰라 불안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쓴 책입니다. 큰 결심이나 준비 없이 시작한 독립생활에서 겪었던 자기 관리의 어려움과 여성이기 때문에 느꼈던 불안이 비단 저만의 경험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독립생활의 어려움, 그중에서도 특히 살림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작은 팁들을 ‘일인가구 살림법’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트위터로 소통하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 p.4
독립하기로 했다면 먼저 어느 지역에서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본인 직장이나 학교 근처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이라면 제일 좋고, 멀어지더라도 출퇴근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는 곳이 이상적입니다. 1인 가구로 산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해야만 하는 먹고, 자고, 씻고에 장 보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공과금 납부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 p.21
건강을 위해서도 스스로 요리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 먹는 음식의 경우 대체적으로 재료의 질이 낮고 그 질 낮음을 커버하기 위해 조미료를 과하게 쓰는 경우가 많아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탄수화물 비중이 높기도 하고요. 저도 독립 초기에는 배달 음식을 먹거나 외식을 많이 했는데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찌고, 체력이 약해지고, 내장 건강이 상하더군요. 애석하게도 건강이 안 좋아지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때 몸이 더 건강해지고 활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p.104
가장 중요한 건 굶지 않고 가능한 한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라면을 끓여서 끼니를 때우더라도 콩나물 한 줌 넣어서 채소를 섭취하고, 달랑 햄만 구워 먹더라도 양배추를 썰어서 부족한 채소를 보충해줍시다. 프라이드치킨을 시켜먹을 때는 토마토 하나 썰어놓고 같이 먹는 식의 자잘한 노력을 더해주세요. 뭘 먹더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건강하게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으면 건강을 좀 더 잘 지킬 수 있습니다. --- p.108
혼자 사는 사람의 식단은 탄수화물, 지방은 넘치기 쉽고,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과 무기질은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비타민과 무기질은 종합비타민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단백질과 식이섬유는 먹는 걸로 챙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장볼 때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으로는 대표적으로 달걀, 두부가 있고, 채소 중에서는 근대가 있습니다. 근대는 잎채소라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도 풍부하죠. 근대는 잘 씻은 뒤 접어서 피넛버터 등의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다소 질긴 채소라 잘라서 된장국에 넣어 끓여 먹어도 좋습니다. 근대 외에도 잎채소들은 다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니 자주 사 먹도록 합시다. 쌈채소 코너에 있는 채소들은 모두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 p.140
혼자 살다 보면 살림의 어려움뿐 아니라 다양한 불안·공포와도 마주하게 됩니다. 혹시 평생 이렇게 혼자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집에서 혼자 있다 사고를 당하면 어쩌지, 폭력이나 범죄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등 이런 걱정들은 그냥 무시하고 넘길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혼자 살기 때문에 동거인이 있는 경우보다 여러 면에서 더 위험한 게 사실이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죠. 불안을 키우기보다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 p.206
남성이라면 1인 가구든 아니든 간에 어지간해서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일이 없지만 혼자 사는 여성은 다릅니다. 그렇잖아도 여성들은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데 혼자 사는 여성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하죠. 저도 대도시에서 여성 1인 가구로 살면서 자신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저를 포함해 제 주변의 혼자 사는 여자 중 범죄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아본 사람이 없고요.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여자로 살면서 어떻게 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일상 속에서 계속 습득하고 실천하게 되더군요. 상당히 기력을 소모하게 되는 일입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비통하지만 누구나 안전을 보장받고 살아가는 사회가 오기 전까지는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 p.233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사회적 역할이 요구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기 때문인데요. 1인 가구는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또 쪼개서 자기 자신과 살림을 돌보는 데 써야 합니다. 제가 살림의 요령을 고민하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요령 없이는 얼마 안 되는 내 시간을 온전히 살림하는 데 쓰게 되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시간은 필요하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배우고 싶은 걸 배우거나, 친구를 만날 시간을 확보하려면 1인 가구는 더욱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요령을 익히고 적용해나가야만 조급함 없이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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