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는 시선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 이게 인간의 세상인가? 말로는 많이 듣기는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선이군.
“그럼 자기 소개 좀 들어볼까?”
“내 이름은 로안, 나이는 너희들과 동갑이다. 외국에서 살다 와서 이곳의 규칙에 대해서 잘 모르니 잘 부탁한다. 특기는 고고학, 취미는 상형문자 해석이다. 고대 마야 문명에 관심이 많다. 집은 서울시 ○○구 △△동 ×××번지. 현재 고미술상과 고대 물품의 중개를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장물은 취급하지 않는다. 현재 동거인은 사돈의 팔촌의 고종사촌의 할아버지 한 분이다.”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반 아이들. 난 아마도 저들에게 낯선 타인으로 보일 것이기에 그러한 벽을 허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우선이다. 인간의 80% 이상이 첫인상을 나중까지 가지고 간다. 그러니 첫 인사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공식 자격증은 없으며,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결혼하기 위해서다. 태권도, 가라데, 쿵푸, 복싱, 주짓수, 킥복싱, 유도, 카포에라 등을 배웠으며, 내 재산은 2백억 정도로 추정하는데, 얼마 전 전담 재산 관리사가 죽어서 정확한 액수는 잘 모르겠다. 할 줄 아는 외국어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이집트어, 히브리어, 한국어, 일어, 중국어, 영어 등등이다. 고대 상형문자는 아직 배우는 중이고 취미 삼아서 근근이 하고 있다. 내 경호 문제는 안전상의 문제로 말하지 않겠다. 일단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경호팀은 학교 내 출입을 금지시키기로 했으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기타, 내가 좋아하는 물건은…….”
“어이, 그만 그만.”
중간에 내 말을 자르는 선생님. 나의 첫인사를 중간에 망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지?
“선생님, 제 소개가 아직 안 끝났습니다만…….”
“그, 그 정도면 충분한데!?”
“저는 친구란 서로 허물없이 지내고 서로 아껴주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배려해주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친해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소상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란 한자로는 친할 친(親), 옛 구(舊)이고, 서양에서는 friend를 F-FREE(자유로울 수 있고), R-REMEMBER(언제나 기억에 남으며), I-IDEA(항상 생각할 수 있고), E-ENJOY(같이 있으면 즐거우며), N-NEED(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고), D-DEPEND(힘들 땐 의지할 수 있는 고귀한 존재)라고 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친구는 벗이라 하여 벗 붕(朋), 그리고 믿음이라 하여 믿을 신(信), 친구는 빛이라 하여 빛 색(色), 친구끼리 기운이 서로 통한다 하여 기운 기(氣), 즉 붕신색기라고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는 법. 저를 소개해야 하는 건 친구를 사귀기 위한 기본적인 과정으로써…….”
“그냥 앉아라.”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