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렇게 자문해보았다. 이 손이 붓글씨를 쓰기 위한 손이라면, 나는 어째서 아직도 노동자에 불과한 걸까? 도대체 나 같은 사람이 어째서 가족이 살 만한 변변한 장소 하나 가질 수 없는 걸까? 이 방을 보라. 이건 개집이고 달팽이집이다. 생각해볼수록 기분이 더 나빠졌다. 빈은 이렇게 맹세했다. 좋아, 조만간 내 가족을 위해 좋은 아파트를 얻어내고야 말겠다! 그들이 아파트를 주지 않으면 끝없이 물고 늘어질 것이다!
--- p 62~63
저 미친놈이 오늘 저렇게 기분이 좋은 이유가 뭘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어. 갑자기 리우는 손자를 떠올렸다. 겨드랑이에 식은땀이 났다. 회의 중이라 집에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재무과에 가서 거의 울먹일 듯한 얼굴로 니나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손자를 공장의 보육원에서 집으로 데려가 잘 지켜보라고 그의 아내에게 전해달라는 심부름이었다. 샤오 빈, 이 저주받을 미친 개자식! 그놈을 감방에 처넣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싶었다.
--- p 181
그들은 벌써 화요일이니 항의서한이 일주일 안에 잡지의 편집진에게 도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은 수도에 가는 건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곤란한 점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에게 이 암담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간청했다. 그것을 반전시키는 일은 오직 이 여행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친구들이 깊은 물과 뜨거운 불 속에 들어가 있는데, 어찌 그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랴?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 이상 꾸물거릴 여유가 없었다.
--- p 19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