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어머니. 잘 안 들려요. 뭘 봐요? 어디서요?” “시체라니까, 얘도 참. 욕조에서 말이야.” “뭐라고요? 아니, 아니. 아직 통화 안 끝났어요. 전화 끊지 말아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머니, 들리세요? 여보세요! 어머니! 아, 네. 죄송해요. 전화 교환수가 전화를 끊으려고 해서요. 무슨 시체인데요?” “남자 시체래. 코안경 말고는 아무것도 입은 게 없었다고 하더라. 스로그모튼 부인이 이 얘기를 하면서 어찌나 얼굴이 빨개지던지. 시골 주교관에서 살면 사람들이 그렇게 소심해지나 봐.” “거, 약간 특이한 얘기긴 하네요. 팁스 씨가 아는 사람이랍니까?” “아니, 그런 것 같진 않더라. 하지만 물론 팁스 씨가 스로그모튼 부인에게 그렇게 자세한 얘기까진 하지 않았겠지. 부인 말로는 팁스 씨도 당황해서 정신이 없는 것 같더래. 그 사람, 참 점잖은 사람인데. 경찰들이 집에 들이닥치고 그러니 정말 걱정이 되기도 하겠지.” “참 안 됐습니다! 참 곤란하겠어요. 어디 볼까, 그 사람 배터시 구에 살죠?” “그래. 퀸 캐롤라인 맨션 단지 59번지에 살지. 바로 공원 건너편이야. 병원 모퉁이 돌면 바로 나오는 큰 동네란다. 사실 네가 괜찮으면 거기 좀 들러서 우리가 뭐 해 줄 일 없냐고 물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전화했단다. 전부터 봤는데 그 청년 참 친절한 젊은이거든.” “아, 그럼요.” 피터 경은 전화를 향해 싱긋 웃었다. 공작부인은 언제나 피터경의 취미인 범죄 수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물론 부인은 드러내 놓고 말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일은 모르는 척 줄곧 점잖게 시치미를 떼고 계시고 있기는 하지만. “일이 언제 일어났답니까?” “오늘 아침 일찍 발견한 모양이야. 하지만, 물론 팁스 씨가 스로그모튼 부부에게 먼저 말할 생각은 하지 못했겠지. 부인이 우리 집에 온 건 점심 직전이야. 어찌나 기진맥진해서 왔던지 좀 더 있다가 가라고 권해 드렸지. 다행히도 나 혼자 있었단다. 나 혼자서 지루한 건 괜찮은데, 손님을 지루하게 만들기는 싫거든.” “어머니도 참! 아무튼 저한테 말씀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경매에는 번터를 보내고 저는 배터시로 슬렁슬렁 가서 불쌍한 팁스 씨나 위로해 줘야겠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몸조심하렴.” “번터!” “네, 주인님!” “어머님이 그러시는데 배터시에 사는 점잖은 건축가가 자기 욕조에서 시체를 발견했다는군.” “참말입니까, 주인님? 정말 신명나는 일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