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PC에서 웹까지, 그리고 HDTV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기술에 기대하는 건 변화다. 그러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만큼 파괴적인 변화를 불러온 기술도 없다. 컴퓨터가 손안에 들어오면서 비디오카메라, 마이크, GPS와 가속 센서가 달린 강력한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디자이너인 내게 지난 몇 년은 신나면서도 좌절스러운 시간이었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일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아이폰(iOS) 앱 개발을 하려면 우선 맥 컴퓨터가 있어야 했고, 또 오브젝티브C 언어를 새로 배워야 했다.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려면 자바를 배워야 했다. 모바일 웹은 언급하기도 싫다.
AT&T 대리점으로 아이폰을 찾으러 가는 도중의 일이었다. 드디어 어도비가 "플래시를 주머니에 담자!"는 망상을 실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애플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이폰에서는 플래시를 쓸 수 없어! 그러자 어도비는 단호하게 애플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아이폰에서 플래시 무비를 실행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아예 수정한 AIR를 플래시 애플리케이션에 내장해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어처구니없는 생각일까? 그렇다. 하지만 과연 이뤄졌을까? 물론!
문제는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는 이런 아이디어를 전혀 반기지 않았다. 잡스는 그 유명한 공개 서한에서 플래시를 '철 지난' 기술이라 평하며, 애플 앱스토어에서 플래시가 포함된 앱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비는 잡스의 대응에도 전혀 움츠려 들지 않았다. 다만 공격의 물꼬를 틀어 AIR(Adobe Integrated Runtime)를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팜(Palm) OS에 배급했다. 애플이 뭐라고 으르렁거리건 간에 플래시 콘텐츠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돌아갔다. 애플이 퍼뜨린 플래시 루머와 달리 눈에 띄는 속도 저하도 볼 수 없었다. 그 결과, 디자이너의 천국이 도래했다. 이젠 웹이나 일반 PC 환경을 위해 제작했던 콘텐츠를 약간만 수정해 끊임없이 늘어나는 모바일 기기로 포팅할 수 있다. 더 이상 자바, 오브젝티브C 같은 언어들을 배울 필요가 사라졌다. 이미 알고 있던 플래시와 액션스크립트의 지식을 약간만 끌어올리면 간단하다.
안드로이드는 초창기 애플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게다가 윈도우 모바일 7(번역이 진행되는 2011년 10월 현재, 윈도우 8(2012년 출시 예정) 개발자 테스트 버전이 공개됐다. 윈도우 8은 모바일과 통합된 환경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 옮긴이) 등의 다른 기술들이 아이폰의 iOS와 맞설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애플의 목이 점점 조여 들고 있다.
결국 애플이 꿈틀했다. 어떤 관점에선 놀랍도록 뻔뻔하게도 애플은, 플래시 프로페셔널로 만든 네이티브 앱의 앱스토어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플래시는 충분히 훌륭한 플랫폼이다.
이렇듯 갑작스레 주어진 오늘의 상황은 디자이너들에겐 전혀 의외의 기회다. 오늘날 사람들마다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는 너무나도 강력하다. 이미 만들어진 웹 콘텐츠를 모바일용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물론 몇 가지는 신경 써야 한다. 앞으로 전체 시스템이 좀 더 발전하면 데스크톱용 AIR 프로그램을 곧장 모바일 기기에 포팅해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iOS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차례차례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앞으로 코드 한 줄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방법, 액션스크립트의 고급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 게임을 만드는 방법, 이렇게 만들어진 솔루션을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려놓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모바일 개발을 배우며 직접 따라해보자. 당신의 컴퓨터는 지금 당신의 손 위에 있다. ---저자 서문 중에서
2011년 11월 9일, 어도비는 플래시 플레이어 지원 중단을 선언한다. 여러 언론사는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미소' 같은 야한 헤드라인으로 기술면을 장식했다. 마치 어도비가 모바일 시장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듯……
인정한다. 나도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많이 놀랐다. 그러나 놀람이 가라앉을 즈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래시 작업 경험이 있다면 알 것이다. 플래시 구동 환경은 플래시 플레이어와 AIR가 있고, 어도비는 그간 AIR와 플래시 플레이어 양쪽을 모바일에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 건을 다루는 기사들은 하나같이 AIR의 향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이 없었다.
퍼즐 조각은 어도비 대변인의 정정 요청을 빠르게 받아들인 「LA타임스」 기사를 읽고서야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요는 이렇다. "낡은 도시락 통을 버리겠다고 했지, 도시락을 포기한다고 한 적 없다."
플래시의 역사를 돌아보자. 1995년 퓨처웨이브 사의 퓨처스플래시 애니메이터에서 시작, 매크로미디어에 인수(1996년)됐다가 다시 어도비에 인수돼(2005년) 지금까지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한 회사를 거치? 다양한 환경 변화를 겪어왔다. 회사 이름과 소프트웨어 이름은 두 번, 내장 스크립트 이름도 한 번, 개발 툴은 네 번 넘게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오늘날 플래시가 시장의 많은 부분을 점유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어도비는 2007년 최초의 AIR를 발표한 이후 계속 플래시 플레이어를 버리고 싶어 했다. 똑같은 앱을 실행하는데 단순히 브라우저를 거치는가, 아닌가의 차이로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짜증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플래시 플레이어가 있었기에 AIR 플러그인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편이 정확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환경은 어떻게 변해갈까? 개인적으로는 어도비가 모바일 플래시를 포기하는 날은 결코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모바일 환경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네들이 더 잘 안다. 모바일 브라우저의 플래시 플레이어는 사라지겠지만, 그 빈자리를 AIR 플러그인이 채울 것이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양철도시락을 보온도시락으로 바꾼 정도의 차이밖에 되지 않는다. 사용자는 도시락 통이 바뀌었는지 어땠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아니 도리어 모바일 앱의 관점으로 보자면 플래시 플레이어의 지원이 중단된 덕분에 앱 개발이 반사적으로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모바일 웹에 플래시를 탑재하기 까다로울 수 있으니까.
적어도 한동안은 질문지에 플래시라는 항목을 새로 덧붙여야 할 것 같다. 데스크톱 앱/위젯도 약간의 포팅 과정을 통해 모바일 앱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충분히 매력적인 장점이다. 선택의 가짓수는 늘었지만, 차차 더 쉽고 뻔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