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서울 생. 미주 중앙일보 객원 기자를 지냈고, 미 국무성 외신 기자단 소속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및 여러 분쟁 지역을 취재해왔으며, NRA(전미총기협회) 공인 사격교관으로 국내외에서 각종 전술사격 및 강의를 하고 있다. 히스토리 채널 및 크라임 TV의 ‘Set Photographer’로도 활동했고, 현재 월간 『플래툰』의 군사 전문 기자이자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의 군사 자문위원이다.
작전조원은 흐릿한 눈으로 미군들과 선 중위를 쳐다봤다. 꺼져가는 의식을 겨우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선 중위는 조용히 짐의 말을 통역했지만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짐은 다시 호통을 쳤다. “정신 차려! 내 질문에 대답해! 소속과 계급,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어디 있어?” 작전조원은 대답 대신 희미하게 웃었다. 선 중위는 짐의 질문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통역했지만 웃음뿐이었다. 그러고는 작게 입술을 움직였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의 입가에 얼굴을 들이대자 총격으로 엉망이 된 내장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풍겼다. 작전조원은 조용히 말했다. “려경원.” 그러고는 선 중위의 K1을 힘없이 움켜잡더니 자신의 머리를 향하게 했다. 멜빵으로 결속된 K1이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 그에게 끌려갈 리는 없지만 원하는 게 뭔지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pp. 24∼25
황장엽 비서의 얼굴에는 귀찮은 표정이 잔뜩 서렸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신임을 받는 김희지였지만 주체사상의 완성자이자 김 위원장의 스승인 이 노인은 언제나 껄끄러웠다. 스피커폰을 통해 진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황장엽 비서에게 용건을 이야기하며 호탕한 웃음을 날렸다. 그가 막 액수를 말하려는 찰나 황장엽 비서가 그의 말을 막더니 스피커폰을 껐다. 김희지는 내심 웃음이 났다. 노동당 최상위 서열인 그도 사리사욕 앞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황장엽 비서는 김희지를 슬쩍 쳐다보고는 얘기를 몇 마디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보고서를 덮으며 중얼거렸다. “이건 돌아와서 끝내야겠군.” 전화기를 든 황장엽 비서는 옆방에 머물고 있는 여광무역의 김덕홍 사장을 호출했다. “어, 아우. 내가 공화국에서 긴히 쓰일 물건을 좀 받으러 가는데 좀 데려다주면 좋겠어. 지금 내 방으로 와. 차 키를 가지고 말이야.” 황장엽 비서가 전화를 끊자 기다리고 있던 김희지가 말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황장엽 비서는 그를 날카로운 눈길로 쳐다봤다. 그러고는 얇은 입술로 칼날 같은 말들을 쏟아냈다. “왜, 내가 이 베이징에서 길을 잃을 거 같나, 아니면 돈 욕심이 나서 중간에 삥땅을 칠 거 같나?” 그의 목소리는 노여움이 적잖게 섞였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비서 동무.” “나 황장엽이야! 1센트도 안 틀리고 가져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방이나 잘 지키고 있으라우. 진 사장의 사무실은 여기서 10분만 가면 있는 화진 종합상가야. 자네도 거긴 잘 알지 않아?” 잠시 전에 그가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을 읽은 듯한 눈초리와 목소리였다.---pp. 103∼104
케이든 선은 약속 시간에 비해 조금 일찍 대사관에 도착했다. 지난번처럼 대사관의 식당으로 안내한 민 영사는 밥을 먹기 전에 간단히 맥주 한잔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시죠.” 짧게 대답하고 일상적인 얘기로 넘어간 케이든 선은 주머니에서 꺼낸 메모지에 볼펜으로 글씨를 써서 민 영사에게 건넸다. ‘탈레반 대사관과 PRT 테러 예상. 병력 8∼10. AK, RPG, VBIED. 2주 내에. 확인된 정보.’ “파르완 주는 어떠셨습니까저도 일 때문에 거기 몇 번 가보긴 했습니다만…….” 그 역시 다른 이야기를 하며 메모를 읽어 내려갔다가 그 메모지 밑에 뭔가를 적었다. ‘정보 CIA공격 주체는?’ “다 거기서 거기죠. 거기 한국군 PRT 기지도 취재해보고 싶은데 영사님이 힘 좀 써주세요.” 고민하던 케이든 선은 메모지의 여백에 ‘탈레반, 체첸, 북한’이라고 써서 건네줬다. 민 영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애써 웃은 그가 양복 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내서 메모지를 태워버렸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김유선 중위는 한미연합사 소속으로 강릉 대간첩 작전에서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린다. 그 공로로 ‘오케이 로직스’라는 정부 기관에서 일하게 된 그는 다시 황장엽 비서의 망명 작전에 투입되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지만, 북한 공작원 리철희의 역 공작과 정치권의 외압으로 조직이 재편성되면서 군을 떠나게 된다. 민간인의 신분으로 돌아온 유선은 부모님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아버지의 사업을 돕던 중, 그의 경력을 알아본 CIA에 스카우트되고 곧바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여러 작전에 참여한다. 연달은 첩모 임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그의 오랜 숙적 리철희의 한국 영사 암살 계획을 밝혀내고 그를 사살하지만 일상처럼 죽음과 마주해야 하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괴로워하던 유선은 첩보원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사랑하는 크리스틴과의 평범한 삶을 살고자 CIA를 떠나려 하는데…….
저자인 태상호Ted Tae는 『케이든 선』에서 북한 정보요원과 남한 정보요원과의 암투와 전술에 대해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케이든 선』은 독자들에게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켄 헤커슨Ken Hackathorn (IDPA 협회의 창립자)
국내에서 흔치 않은 다양한 실제 전장 경험을 가지고 다년간 국내외 특수부대 밀착 취재를 해온 군사 전문 기자답게 군사 전문지 수준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김상훈 (강원대학교 시각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교수)
한국 대중문학에서 테크노 스릴러는 취약한 분야 중 하나다. 이 분야를 지향하는 작가들은 적지 않지만 그에 대한 전문 지식, 무기나 국제 분쟁, 전술 등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분쟁 지역에서 미군과 함께 활동하며 각종 총기 및 전술훈련을 많이 경험해온 태상호 작가의 『케이든 선』은 국내 테크노 스릴러 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우리의 현대사를 소재로 해서 첩보전 및 특수전을 장치로 끌어다 쓴 보기 드문 밀리터리 테크노 스릴러이다. 저자의 오랜 현장 경험과 역사 인식을 담고 있는 『케이든 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충분히 흥미로운 소설이다. 윤민혁 (소설가)
『케이든 선』은 한국계로서는 매우 드물게 실전 경험을 가진 종군기자 태상호 작가의 오랜 현장 경험과 밀리터리 애호가로서의 깊은 지식이 그대로 녹아 있는 역작이다. 깊이 있는 디테일과 현장에서의 경험이 낳은 생생한 심리묘사는 『케이든 선』의 백미이며, 작가 개인의 경험과 삶이 배어 있는 듯 진솔한 글은 독자가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전인건 (학교법인 동성학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