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한 청년의 투신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연락을 받고 사건 현장에 나간 사람은 우형근 경위. 마흔여섯 살로 몇 년 전만 해도 수도권에서 유명한 민완형사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삶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되고, 자진해서 성장기에 자신의 추억이 깃든 지방의 경찰서로 전근을 해온 처지다.
매사에 적당주의로 나날을 보내던 그의 앞에 새롭게 강영준이란 경찰대 출신의 젊은 엘리트 계장이 부임해온다. 강 계장은 관내에 부쩍 늘어난 투신자살 사건에 의문을 품는다. 매사에 의욕적인 강 계장은 젊은 상관의 출현을 마뜩치 않게 여기던 우 형사에게 투신자살 사건을 조사해볼 것을 요구한다. 이에 수사에 나섰던 우 형사는 투신자살자의 대부분이 어린 청소년이며, 투신을 하기 직전에 PC방에서 ‘악마의 게임’이란 신종 게임을 했다는 기묘한 공통점을 밝혀내고 그 사실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게 투신자살 사건과 연관되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강 계장은 우 형사의 분석을 믿고 그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수사를 당부하는 한편, 자신이 손수 대학 연구실에 증거를 의뢰하는 등 과학적인 검증에 나선다. 시간이 지날수록 청소년 투신자살 사건이 증가하고 범지역적으로 확산된다. 이런 사실을 눈치챈 사회부 기자에 의해 지방 신문에 실리게 되고, 결국 커다란 이슈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우 형사는 사건의 이면에 ‘악마의 게임’이 있다는 확신을 버리지 않는다. 또한 자살한 청소년의 대부분이 부모의 사랑이 결여된 환경에서 자랐으며, 성장기에 아름다운 추억을 거의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렇지만 추억과 자살과 게임과의 함수관계를 밝혀낼 핵심 물증은 끝내 찾을 수가 없다. 사건 해결이 어려워지자 강 계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직접 게임을 해봄으로써 자살자의 의식구조를 분석하려고 시도한다. 결국 강 계장마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을 하기에 이르고 충격을 받은 우 형사는 그동안 수집한, 게임이 청소년을 자살로 몰아가는 여러 정황증거와 자료들을 잘 아는 사회부 기자에게 은밀히 건네주고 도움을 청하게 된다.
시일이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청소년들의 투신자살이 급증하고 마땅한 대책이 없자 격앙된 국민들의 항의가 대정부 성토로 치닫는다. 아파트 베란다마다 정부의 무능함에 항의하는 검은색 조기가 내걸리고, 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사회학자들이 한국의 특이한 사회 현상을 분석, 연구하기 위해 몰려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결국, 투신했다가 중상을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 있던 강 계장의 의식이 돌아오면서 PC 게임이 청소년의 자살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게 된다. 아울러 인간에게 추억이란 무엇이며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글이나 다름없는 무한경쟁의 물질만능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에게 수시로 일어나는 자살 충동으로부터 삶을 지켜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