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성인(天地聖人)과 만물백성(萬物百姓)의 관계가 이런 소하고 닭과 같다는 것이 노자의 말씀이다. 반면에 공자의 인(仁)은 사람이 키우는 닭과 같다. 집도 지어 주고 먹이도 주고 물도 주고 춥지 않게 덥지 않게 보살펴주지만 언젠가는 손에 칼을 들고 닭의 모가지를 딴다. 이게 인(仁)이다. 노자는 백성이 잘살도록 도와주지도 않고 못살게 굴지도 않는 게 최고의 통치라 본다. 인이니 군자의 도리니 쓸데없는 나발을 불어대던 인간들이 죄없는 백성을 괴롭히고 전쟁터에 내몰고 재산을 뺏고 죽이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아예 백성을 무지무욕(無知無慾)하게 내버려두라는 심오고매한 노자의 주장이시다. 그러면 백성은 절로 행복할 것이요 자기가 행복해져도 그것을 통치자(성인)의 덕택으로 생각지 않고 내가 저절로 행복해졌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바로 도의 정치라는 가르침이다. '백성이 자기가 절로 행복해졌다고 생각하게 하는 정치야말로 최고 최선의 정치라는 것'이 이 대목의 골자요, 노자정치사상의 핵심이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개그계의 황제 도올의 쇼가 또 있다.
노자는 또 말한다. 天地가 不仁한 것처럼 聖人 또한 不仁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백성을 어여삐 여기고 사랑하고 은혜를 베풀고 교화하는 대통령을 좋아할지 모른다. 노자는 말한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은혜를 베풀면 안 되고 백성을 사랑한다 생각하면 아니 된다. 그는 인자하면 아니 된다. 그는 잔인해야 한다. 자기 당이라 편들고, 선거전에 자기에게 괘씸하게 굴었다고 미워하고, 정적이라 해서 그 능력이 있음에도 무조선 음해하기만 한다면 과연 지도자의 자격이 있겠는가? 天地不仁! 聖人不人! 그 얼마나 통렬한 핵심을 찌르는 반어인가!
『노자와 21세기』 245쪽 중단
참으로 배꼽을 찌르는 개그다. 기가 막혀서, 잔인해야 한다면서 미워하면 안 되고 음해하면 안 된다 하니 개그계의 황제답다. 동양학자 해라. 동양학자 못 하게 하면 정치한다고 나설까봐 겁난다.
이 대목의 해설에서 도올은 자기가 1989년에 펴낸 『길와 얼음』이라는 책이 우리말로 『도덕경』을 번역한 최초의 책이라고 자랑하면서 나발을 불고 있다.
---pp.130~131
조금 해설을 붙이면 '성인이 백성을 다스리는요체는 마음과 뜻 즉 심지를 비우고 약하게 만들고 반면에 그 배와 뼈는 채우고 강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말로써 노장정치사상의 핵심을 이루는 구절이다. 다시말하면 백성이 쓸데없는 야심이나 큰 뜻을 세우는주제 넘는 생각을 못하게 하면서 그대신 배부르고 등 따시게 해 주라는 소리다. 腹實骨强(복실골강)이란 쉽게 말하면 '배부르고 등따시다'는 말이다.
노자는 정치 사상적으로는 우민정책의 주창자로 보이기도 한다. 단 그의 우민은 애민을 위한 우민인 것이 마키아벨리즘의 우민정책과의 차이점이다. 즉 다스리는자를 위한 우민이 아니라 다스림을 받는 백성을 위한 우민이다. 아무 생각없이 배부르고 등 따신 백성이 제일행보한 백성이라고 보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성인의 정치라고 말하는 것이다
--- p.72
일단 노자의 결론은 그렇다. '도에 대해 말하기는 하지만 사실 도는 설명이 가능한 무엇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이해를 할 것인가? 바로 도가 낳은 만물의 법칙에서 그것을 유추해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도'에 기반한 생활 윤리이며 규범이다. 그리고 그것에서 도출한 정치사상이 바로 노자의 '성인정치'다. 성인정치는 공자의 '왕도정치'와 확실히 다른 정치론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이와 비슷한 철학적 토대 위에 서 있는 정치사상을 꼽는다면 나는 니체의 '초인정치'를 들고 싶다. 물론 양자는 같은 점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지만 위대한 두 스승의 응시점은 같다고 본다.
--- p.113,1-9,제4장 중에서
이책은 처음부터나를 놀라게 했다.'너희가 노자를 아느냐'서두에자신감있는말하며,1장의해설을현장의불경번역을예로 들면서 설명한'도가도 비상도,....'부분은 이전에들어왔던설명은 모두엉터리로만드는 통찰력을 느끼게했다.'돌선생'의T.V쇼내용은그표현이시종일관 배꼽잡게했고,하루밤새책을 완독하는데 상당한 도움이됐다.무엇보다도 나를감탄하게만든부분은 10장의설명이다.통찰력과필력을 넘어 '고인과의 영적교류'가 이루어졌다,고 짐작돼는 부분이다.
'척제현람 능무자호'는 지은이가 감탄하고 눈물흘렸다는구절이지만 '천문개합 능무자호'구절설명은 내가진짜'도덕경해설서'를 보고있다는 확신이들게만든내용이다. 한자해석의 기술적문제는(다른'전문가?'의견해)이런탁월함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다는것이 나의생각이다.그리고 덧붙인다면'도덕경2탄'은 배우고자하는 학인을위해 필요없는내용은 빼버렸으면하는것이 바램이다.
--- pp.12-14,pp.249-309
그렇다면 <도덕경>은 무엇에 대해 써놓은 책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정치사상서'고 노자의 주장은 바로 정치론이다. 그리고 곁들여 뛰어난 처세학 교과서이기도하다.사람들이 생각하듯이 형이상학적인 철학서가 아니라 극히 현실적이고 형이하학적인 정치논문이다. 조금 더 진도를 나가면 사람들이 노자의 이야기를 '도인술'또는 '신선술'같은 것을 가르친 신비스러운 비서처럼 왜곡시켜 놓은 대목을 만나게 된다. 물론 우리의 도올도 별 수 없이 그에 편승하고 있다.그러나 진정 <도덕경>의 올바른 원뜻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 글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 p.11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