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는 맥동하는 빛을 붙잡았다. “저기가 극락인가. 저건 내가 평생 가꾼 밭이야.” 그리고 영감님은 다정하게 하루카를 보았다. “너는 신과 함께 있구나. 그게 좋은 신인지 나쁜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 p.33
아버지는 살릴 수 있는 환자에게 약을 팔아 삶을 선사한다. 나는 살릴 수 없는 환자에게 죽음을 선사한다. 우리는 표리일체. 나는 그저 아버지의 도구. 아버지의 그림자. 하지만 그것으로 족하다. 아주 좋아하는 아버지가 사용하는 도구여서 나는 자랑스럽다. --- p.34
“그렇게 딱해할 것 없다. 구마고로 너도 사연이 있지 않느냐. 다들 사연이 있어. 극락원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아무튼 올바름이란 무엇인가? 그건 몰라. 하지만 악이 무엇인지 따져보자면 나쁜 건 우리뿐만이 아니지. 막부도 번도 전부 다 악이야.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구마고로.” --- p.105
“누구도 이기고 지지 않았습니다. ” 그 싸움을 지금 돌이켜보건대 각각의 입장에 선 사람이 저마다 해야 한다고 여긴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대의 아버지는 마사쓰구 님을 찔렀을 때를 포함해 모든 순간에 졌다고도 이겼다고도 생각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 p.366
“저는 여기에 앉아 긴 꿈을 꿀 겁니다.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그것이 제일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적도 한편도, 언젠가는 한데 어울려, 의좋게 지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