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인식론적 전환과 함께 매체가 스토리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매체를 지배하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매체, 새로운 기기,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어플리케이션, 새로운 서비스를 목격한다. 그것들은 0과 1의 데이터로 변환될 수 있는 한 무한히 변조되고 융합되는 것들이다. 매체가 수단적, 절차적, 잠정적, 일시적인 것이 되면서 스토리의 궁극적, 목적적, 완결적, 영구적 성격은 전면화되었다.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니라 사람이다. 매체는 사람의 꿈과 희망을 0과 1의 데이터로 변환해서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세계, 사람들의 희망은 매체를 넘나든다. (...) 매체를 넘나드는 희망의 이야기 속에는 누구나 찾아 가질 수 있는 자신의 총체적인 발전의 가능성과 길이 열려 있다. 하나의 길이 다른 길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매체를 넘나드는 희망은 가장 멋진 스토리텔링,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스토리텔링이다.
--- p.7-8
(...)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목표란 흰색과 검은색을 더하여 하나의 회색을 만들고자 함이 아니다. 오히려 흰색과 검은색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장 안에서 누군가는 흰색을, 누군가는 검은색을, 또 누군가는 그 둘 사이의 회색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영화는 영화의 쇼트 및 시퀀스 등 나름의 표현 전략이 있고, 애니메이션 역시 특유의 회화적 전략이 있으며, 컴퓨터게임 역시 게임 고유의 상호작용적인 전략이 있기 마련이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이들을 하나로 동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별 전략과 장르별 관습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들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하는 통합적 장을 지향한다. 이처럼 형식적으로 다양한 미디어가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내용적으로도 현실과 허구, 실재와 가상, 기술과 예술에 대한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 p.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