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게 나쁜 아버지라는 걸 안다.”
계모를 들인 아빠는 수미에게 “내가 네게 나쁜 아버지라는 걸 안다”고 말하고, 이에 수미는 “나쁜 아버지조차 못 된다”고 응수한다. 이 대사는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그의 오랜 동료였던 요셉슨과의 대담에 나오는 내용으로 잉마르 베리만이 아들과 나누는 대사를 차용한 것이다.
영화 속에 장화, 홍련은 안 나온다
주인공 자매의 이름은 수미, 수연으로 장화, 홍련은 나오지 않는다. 수미, 수연이라는 이름의 작명 경위인, 즉 호수의 이미지가 들어있는 단어‘수’자가 여자아이의 이름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장화(장미)와 홍련(연꽃)의 각 글자를 따다 붙인 이름이라고.
오필리아와 〈장화, 홍련〉
주인공의 이름을 수미, 수연으로 지을 때 물의 이미지를 넣은 것은 김지운 감독이 〈장화, 홍련〉을 처음 떠올렸을 때 존 에버릿 밀레의 1852년 작‘오필리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이미지로 인해 〈장화, 홍련〉에 호수 장면이 만들어졌다. 밀레의 이 그림은 〈텔미썸딩〉에서도 쓰였다. 오필리아는 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사랑하는 이(햄릿)에게 버림받고 그녀의 아버지마저 죽이는 비운의 여인. 그녀는 결국 슬픔과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고 만다.
공포의 집은 무려 8억원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집. 제작팀은 시공간이 모호하고 낯선 분위기를 위해 벽지와 소품까지 독특한 물건들로 채워 넣었다. 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에 지은 이 예쁜 집에 들어간 돈은 무려 8억. 설계도만 1,000장이 넘고, 제작에만도 다섯 달이 걸렸다고 한다. 세트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촬영장소 별로 다른 색깔의 천을 사용한다는‘엠비언스 조명’을 이용했다고 한다.
도대체 CG가 어디에 쓰인 걸까?
영화를 본 사람은 도대체 이 영화 어디에 CG를 썼을까, 의문이 들 것이다. 눈에 확 띄는 쪽이 아니라 감쪽같이 지우고 수정하는 쪽에 역량을 발휘한 CG였기 때문. 대표적인 장면이 계모가 환각에 시달리며 소리를 지를 때 집의 전경을 보여주는 장면. 촬영 때는 그 곳에 아버지 무현이 있었으나 장면의 느낌을 정교하게 살리기 위해 감독의 주문에 따라 아버지를 지웠다고. CG담당자 왈“ 눈여겨보세요. 모르실걸요!”
원작하고 얼마나 다른가?
〈장화, 홍련〉의 원작은 두 자매가 계모의 음모로 억울하게 죽어 원혼이 된다는 전형적인 계모형 가정 비극. 그러나 영화 〈장화, 홍련〉은 원작의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틀을 제외하면 닮은 점이 거의 없다. 잔인한 권선징악의 이야기 구조를 비틀고 가족사에 얽힌 슬픔을 그리고 있어 고대소설 ‘장화 홍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전개된다.
체험담대로 찍었다니까
〈장화, 홍련〉은 사실 네티즌이 만든 영화다. 기획부터 공모를 통해 시나리오 작업에 일반 네티즌을 참여시켰고, 1만여 명의 네티즌이 올린 경험담을 토대로 영화 속 공포장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네티즌이 귀신도 잡은 셈이다.
귀신도 스태프이다
귀신영화에 귀신이 빠지면 되나. 이런 영화는 꼭 하나씩 괴담이 떠돌기 마련인데, 〈장화, 홍련〉도 예외는 아니다. 무덤가 근처에 지은 세트 주위로 고양이와 할머니의 그림자가 수시로 나다니는 것은 물론,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각 스태프들에게 말을 거는 바람에 ‘조용히 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사람이 있었다고. 한밤중에 홀로 32신의 CG작업을 하던 한 스태프는 내선 23번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곳은 아무도 없는 거실의 전화번호였다고.---p.25-29
앉은 자리에서 맥주 30병, 손예진 실제 주량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사랑스러운 음주 장면으로 남자들을 홀린 손예진이 이번에도 술병을 꺼내 들었다.‘ 소주를 맛있게 먹는 세 가지 방법’을 외치며 소주를 들이붓는 손예진이다. 앉은 자리에서 맥주 30병을 원샷하고 옆 사람의 셔츠를 찢어버리는 오싹한 주사까지 겸비했으니 어떤 남자가 이 여자와의 술자리를 마다할 수 있을까? 호흡을 맞춘 이민기마저“술 마시는 모습이 너
무 귀여웠다.”면서 “실제로 한 번에 30병을 마신다 해도 귀엽게 봐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손예진은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배우로 유명하다. 원래 술을 못 마시기도 하고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스타일이란다. 하지만 이 같은 주량은 항시 술자리에서 맨 정신에 남의 주사를 마주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들을 보고 연구한 손예진은 술 취한 연기만큼은 자신 있는 배우가 됐다. 〈오싹한 연애〉를 통해 다양한 음주 패턴을 연기한 손예진은 개인적으로 “주류 광고가 들어 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보이기도 했다.
퓨전의 달인, 황인호 감독
〈오싹한 연애〉는 황인호 감독의 연출 데뷔작쳀다. 감독은 멜로라는 큰 줄기 안에 호러와 코미디라는 양념을 적절하게 섞어냈다. 황인호 감독의 이력을 들춰보면 이러한 퓨전 장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황인호 감독은 〈시실리 2km〉와 〈두얼굴의 여친〉 등의 작품에서 시나리오를 썼다. 두 영화 모두 적절하게 혼합된 장르를 통해 독특한 재미를 이끌어냈던 작품이다. 특히 〈시실리 2km〉 같은 경우는 국내엔 생소한 ‘펑키 호러’를 표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장르 파괴의 습성에 대해 황인호 감독은 자신의 성격을 그 이유로 둔다. 바로“틀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요소들을 집어넣으면서 혼합되는 느낌을 좋아한다.”는 것이 감독의 변이다.
신인감독 보는 촉도 귀신 같네
‘멜로의 여왕’ ‘로코퀸’이 같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여배우가 바로 손예진이다. 손예진은 〈오싹한 연애〉에서 귀신을 보는, 즉 ‘촉’이 남다른 ‘여리’로 분했는데, 알고 보면 진짜 손예진의 촉도 여리 못지않다. 그렇다고 손예진이 귀신을 본다는 것은 아니다. 바로 신인 감독을 선택하는 촉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영화는 감독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예술분야다. 그만큼 작품에서 감독의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르다. 물론 신인감독이라고 해서 역량이 뒤처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검증을 필요로 하고, 신인감독들은 그 절차를 밟지 못했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1년간 수많은 영화들이 관객들과 마주하지 못하고 스러져 가는 현실을 볼 때 그 검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예진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상당 부분을 신인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궐기대회〉 〈내 머리속의 지우개〉 등 입봉작들에 출연했으나 거의 매번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오싹한 연애〉도 마찬가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하는 손예진이지만 결국 남다른 촉이 2011년 로맨틱 코미디 작품 중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이쯤 되면 입봉을 꿈꾸는 연출가들은 시나리오를 싸들고 손예진의 뒤를 따라다니며 작품의 흥망을 점쳐달라고 부탁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민기, 누나를 누나라 부르지 못하고
손예진은 최근 두 작품에서 연달아 연하남과 연기를 펼쳤다. 첫 번째는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민호였고, 〈오싹한 연애〉의 이민기가 두 번째다. 이민기가 손예진보다 두 살이 어리고 후배이다보니 연인 연기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이민기는 함께하기 전부터 손예진을 많이 좋아했던 입장이라 그 마음이 크다보니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하여 이민기는 촬영 초입 호칭을 정할 때 손예진을 ‘누나’가 아닌 ‘여리 씨’로 정했고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손예진을 ‘누나’라고 부를 수 있었다.
텐트 키스, 사실은 가짜였다?
〈오싹한 연애〉의 키스신 중 가장 로맨틱한 장면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텐트 키스다. 두 사람이 첫 키스를 나누는 이 장면을 위해 제작진은 텐트 제작에 특별히 많은 신경을 썼다. 하지만 정작 두 배우는 키스신에 꼼수를 썼다. 손예진과 이민기는 아름다운 조명 속에서 빚어지는 실루엣 키스를 연출하면서 실제로는 키스를 하지 않았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해봤던 그림자놀이를 하듯 얼굴을 엇갈리듯 포개어 그림자로만 키스하는 모습을 만들어냈다. 어찌 보면 편하게 키스신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촬영현장은 실제 키스 촬영보다 더 어색해 두 배우가 연신 웃음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p.419-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