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경험해본 사람은 그 실패의 두려움을 안다. 또 실패라는 것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도 잘 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에게는 실패가 마냥 두렵고 아픈 것만은 아니다. 그 실패를 겪고 이겨냈을 때 자신을 더 도약시키고 발전시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일반인과 현명한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은 실패를 겪는 동안에는 그 실패를 겪은 이후에 얻게 될 것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볼 수도 없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실패를 겪으면서 그것이 가져다 줄 유익을 알고, 또 볼 수 있다. 실패라는 벽돌을 디딤돌로 이용했을 때는 자신을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라는 벽돌이 걸림돌이 되어 채여서 넘어지면 좌절하게 되고 또 다른 시련을 겪어야 한다.
실패라는 과정이 없는 성공이라는 결과는 있을 수 없다. 사실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실패라는 벽돌이 디딤돌이 될 것인지 걸림돌이 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오늘도 나는 또 하나의 벽돌을 쌓는 중이다.
우리 솔고는 의료 기기 제조업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건강 서비스업을 운영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제조업을 발판으로 해서 서비스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기반에는 어쩌면 구두닦이 찍새와 딱새의 경험이 녹아든 것일지 모른다. 내가 솔고를 시작했던 1974년에 우리 회사는 매우 초라한 가내수공업에 불과했다. 당시 우리와 비슷한 제조 회사 중에 우리보다 기술력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더 크고 앞서가는 회사가 많았다.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니, 우리 솔고가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젊은 시절 2년간의 영업 경험(찍새)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찍새와 딱새의 경험을 통해서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차이를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제조업이 성공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서비스업이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경험했던 것이다. 찍새와 딱새의 융합, 그것이 우리 솔고의 밑바탕이고 지금까지 버텨온 힘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세상은 융합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정보와 지식은 넘쳐나고 접근도 아주 용이하다. 그 정보와 지식을 잘 비비면 된다. 그래서 융합은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년 혁신적인 기업 목록에 올라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 중에는 항상 3M, 구글, 애플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 기업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업무 시간에 구성원들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매달려 일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기업의 문화와 분위기가 갖추어져 있어야 할 텐데, 나도 요즘 솔고의 조직원들에게 비빔밥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비빔밥 리더십’이란 ‘생각을 비벼라’, ‘마음을 비벼라’, ‘상황을 비벼라’, ‘손을 비벼라’라는 것이다. 창조하려면 생각을 비비고, 역경을 극복하려면 상황을 비비고, 인간관계를 키우려면 마음을 비비고 손을 비벼서 스킨십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는 말이다. 이 비빔밥 리더십은 나를 비롯해 우리 회사 조직원들을 창조적으로 바꾸어주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
나는 우리 민족의 유전자 속에 비빔에 대한 DNA가 내재한다고 확신한다. 비빔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한국인만의 정서와 문화가 있다고 믿는다. 학자들은 지금 시대를 창조의 시대요, 융합의 시대요, 통섭의 시대라고 말한다. 융합과 통섭이 강조되다 보니 인문학과 소통이 함께 강조되기도 한다. 나는 융합이니 창조니 통섭이니 하는 말이 결국은 비빔밥과 같다고 본다. 결국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잘 비벼서 새로운 맛을 내는 것. 그것이 창조요, 융합이요, 통섭이다. 융합이라는 것이 꼭 거창한 인문학적 지식을 동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경험일지라도 그 경험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긴다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융합의 에너지로 발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빔밥 문화를 만들고 자연스러운 융합의 DNA를 갖춘 우리 한민족은 21세기를 이끌 미래 지향적 인재 군단이라 할 수 있다.
“웃으며 밥값 하자”라고 사훈을 바꾼 후에 본격적인 웃음 운동을 도입한 우리 회사는 미션도 “우리는 세상을 웃게 한다”라고 바꿨다. 물론 웃음 운동을 도입하고 웃음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다음 날부터 무슨 대단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콩나물시루에 물 붓기와 같다고 한다. 한두 번의 교육이나 습관 훈련으로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그 물이 다 빠져나가고 마는 것 같아도 어느덧 콩나물이 훌쩍 자라듯이, 끊임없이 교육하고 습관을 들이면 어느덧 변화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제 솔고는 불혹의 나이라는 4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불혹이라 함은 어느 것에도 미혹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솔고도 마흔 살이 되면서 어떠한 것에도 미혹하지 않으며 웃음과 가치관으로 똘똘 뭉친 그런 여유가 넘치는 회사를 꿈꾼다. 오늘도 우리 회사는 “우리는 세상을 웃게 한다”를 외치며 하하하 웃어대는 직원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