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축과 투자를 위해 금융상품을 활용한다. 금융상품은 금융기관이 판매하는 ‘돈과 관련된 서비스’이고,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우리는 금융소비자이다. 따라서 저축과 투자를 잘 한다는 것은 훌륭한 안목을 지닌 ‘현명한 금융소비자’가 된다는 뜻이다.
현명한 금융소비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제대로 된 재무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는 특정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나 활용을 넘어서, 금융 전반에 대한 균형 감각을 키워나가고 현금흐름과 자산배분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무목표를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해 이에 맞는 저축과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1년 금융감독원은 우리 실정에 맞게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위한 금융교육 목표와 내용 체계 등을 정립하여 교육현장에서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초중고 금융교육 표준안*’을 마련하였다. 금융교육은 미국과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 중으로, 한국에서도 금융교육이 실시되는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재무교육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꼭 필요하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재무설계의 기본개념을 익혀 ‘현명한 금융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안내하려는 의도에서 쓰여졌다.
특히 필자가 2008년부터 4주 과정의 재무교육 프로그램으로 개설해 현재까지 매월 오픈 되고 있는 ‘재무설계 학교**’의 수업 내용과 재무상담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상담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와 핵심 이슈를 살펴볼 수 있게 하려 한다.
재무상담 사례를 선정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상담의 결론에 최고 보다는 최선의 답을 담으려 노력했다. 여기서 ‘최선’이란 재무상담을 의뢰한 고객의 투자성향과 상담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여,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모색하였음을 의미한다. 또한 비슷한 재무구조라 하더라도 다른 성향의 고객, 혹은 다른 재무설계사였다면 조금씩 다른 솔루션이 나왔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사례 중 상당수는 고객들이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경우도 있음을 고백한다.
언론에 소개된 재무상담 사례 중 상당수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특정 상품 홍보를 위한 목적이 엿보이거나 혹은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이 깔끔하게 결론이 나는 멋있어 보이는 것들이다.
그런데 현실 속 재무상담의 구체적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부분, 즉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노후준비와 자녀 교육자금 그리고 주택자금처럼 모두가 중요하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면 나머지가 소홀해지는 그런 재무목표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상품을 판매한 분과의 인간 관계나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손실 우려 때문에 정확한 개선방안이 있음에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과 고민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것이 이 책의 의도 중 하나이다. 이렇게 애매한 상황 앞에선 재무적인 ‘선택’이 요구되고,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
한편, 이미 잘못된 몇 번의 재무적 의사결정 때문에 재무구조가 망가져 버렸거나 40대 중반을 훌쩍 뛰어넘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가 코앞에 다가온 사람이 정말 많다. 이 분들은 행복한 미래를 미리 준비한다기 보단 이미 눈앞에 닥친 버거운 현실에 대해 차선책을 찾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무상담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입사원이나 신혼부부처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의 플래닝을 돕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부분이 훨씬 효과적이고 행복한 상담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재무상담을 통해 부채나 투자, 은퇴나 부동산, 보험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고 방향성을 세워가는 분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고, 상담을 받으며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십 수년간 부부 간에 쌓였던 불만 등이 녹아 내리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 가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신입사원이 학자금 대출이나 부모님의 대출을 대신 갚아 나가면서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같이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볼 때면 존경스러운 마음도 많이 들었다.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보다 따스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재무설계사로 전직하고 나서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픈 분들이 있다. 우선 재무설계학교 학생들과 재무상담 고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 한다. 그 분들 덕분에 이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또한 재무설계에 관심을 보여 준 기업 담당자들, 재무설계 현장에서 날 믿고 따라주는 이원선, 정욱, 서효림, 윤혜정, 이동호, 임형석, 윤상윤, 홍승범, 황치성 등 팀원들을 비롯한 동료 재무설계사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긴 시간 옆에서 지켜보며 큰 격려와 지지를 보내 준 내 인생의 반려자 수연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11년 12월 20일 김 현 용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