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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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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과 만남

: 변화를 꿈꾸는 영혼의 게으른 남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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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7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045985
ISBN10 898804598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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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 류혜숙 ruru100@yes24.com
여행의 설렘은 반복되는 일상의 틀을 깨고 잠시 일탈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움을 찾고, 질서를 떠나 자유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 그렇기에 행선지가 어디이든 떠남은 묘한 흥분을 주며 마음의 부담까지 덜어낸다.

『떠남과 만남 - 변화를 꿈꾸는 영혼의 게으른 남도 여행』은 변화 경영 전문가 구본형이 느림을 찾아 떠난 여행의 기록이다. 20여 년 간의 직장 생활에서 처음으로 벗어나 목적 없는 떠남을 계획했던 저자는 햇볕을 쬐며 바다를 보고, 마음 속의 변방을 찾아 천천히 걷는다.

한 달 반의 여행 일정이 담긴 이 책은 남도의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고요한 한가로움을 찾아 천천히 걷고, 마음가는 대로 움직이며 자기 안으로 달려간 내면의 기록이다. 예송리 해수욕장에서 넓고도 푸른 바다의 여유를 즐길 수 있고, 수많은 사람이 묵어간 여관방에서 밤새 아이들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청해진 유적지에서는 장보고를 생각하고 외딴 섬에서 조급했던 삶의 부끄러움을 느낀다. 탑승한 기차의 행선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 내키는 곳에 머무르고, 호젓한 산사에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림의 철학을 배운다.

경영학을 공부한 전문가답지 않게, 그의 글에는 진한 감성이 묻어 있고 따스함과 깊이 있는 성찰이 배어 있다.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난 자가 온몸으로 걸어간 움직임의 궤적을 남기며 여행지에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감정들을 꼼꼼히 체크한다. 저자에게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며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다. 달빛 그윽한 밤에 홀로 걷는 것이며 벚꽃의 잎이 눈처럼 날리는 찰나에 그리움으로 터져 버리는 것이다.

여행에서 20년 간 지배해온 관습 - 아침의 면도, 평일 대낮의 자유에 대한 공포, 지위에 대한 압박, 월급이 주는 안심, 그리고 인생이 주는 유한 책임 - 을 벗어나고 싶었다는 저자는 다시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남이 비장하지 않다고 말한다.

'햇빛이 맑으면 걸어갈 것이다. 그곳이 어디라도 좋다. 마음이 가면 내 발도 따라갈 것이다. 비가 오면 뒷골목 허름한 술집에서 비를 보며 앉아 있을 것이고, 그것도 싫으면 초라한 객지 여관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한 권의 책을 읽을 것이다. 나에게 장대하고 아름다운 꿈이 있는지 물어볼 것이고,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더 이상 묻지 않고 기다려 줄 것이다.......나는 앞으로 휴식의 일환으로 여행을 계속 할 것이다. 생각하기 위하여 걸을 것이고 쉬기 위해서 걸을 것이다. 버리기 위해서 떠날 것이고, 힘과 정열을 얻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위대한 정신들을 만날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끌벅적 떠나는 소란스런 여행도 좋겠지만 배낭 하나 둘러메고 마음가는 대로 떠나는 여행,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비일상을 꿈꾸며 떠나는 여행,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누군가를 미친 듯이 그리워할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진정한 여행인지 모른다.

문득 내게 규정지어진 삶의 틀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새로운 변화를 찾아 지금 나의 것을 버리고 싶은 때, 저자의 진지하고 사색적인 고백은 내 안의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날 용기와 되돌아올 희망을 줄 것이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여행처럼 설레는 것은 없다. 지도처럼 매혹적인 것 또한 없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뛴다. 강진의 햇살이 느껴지고, 마량에서는 500년 전과 같이 제주에서 들어온 배에서 말들이 투레질을 하며 내려오는 듯하다. 해남 대둔사 숲이 울창한 어느 길목에서 나는 젊디젊은 나와 만나게 된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던가? 왜 그리도 마음이 아팠던가? 왜 진도에서 울돌목을 건너와 길가의 그 바위에 그렇게 앉아 있었던가?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며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다. 달빛 그윽한 밤에 홀로 걷는 것이다. 어느 낯선 포구 신새벽에 플라스틱 통 속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보는 것이다. 매화향기 그윽한 강가에서 술을 한잔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 벚꽃잎들이 눈처럼 날리는 그 찰나에 그리움으로 터져버리는 것이다. 여행은 다른 사람이 덮던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먹던 밥그릇과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온갖 사람들이 다녀간 낡는 여관방 벽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낡은 벽지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다른 사람을 자신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행은 햇빛을 쬐며 바닷가를 걷는 것이다. 빛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다. 다른 사람 속으로 파도처럼 들어갈 수도 있다. 아아, 파도처럼 하나의 물결에 다시 또 하나의 물결이 되어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행은 또한 가슴에 고이 간직해온 그곳이 쓰레기와 콘크리트와 빠릿빠릿한 상인의 눈매로 가득 찬 것을 발견하고 쓸쓸한 뒷모습으로 떠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속의 더 먼 변경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가장 작은 글씨를 손가락으로 더듬어본다. 그곳에 가면 내가 있을 것이다. 그때 그 모습으로 혹은 아주 순수한 하나의 꿈으로 그곳에 그렇게 있을 것이다.

여행은 도피가 아니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버리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버린 후에 되돌아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는 것은 없다. 오직 버리기 위해 떠난다. 소유한 것이 많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 매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배낭 하나도 무거운 짐이다. 무엇을 더 담아 올 수 있겠는가?

나는 여행을 통해 20년 간 나를 지배해온 관습을 버리려고 했다.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하는 면도, 평일 대낮의 자유를 비정상성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공포,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 월급에 대한 안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유한 책임.

20년 만에 주어진 한 달 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책 머리 중에서
어른이 되면 자신에게 주술을 거는 힘을 잃어버린다. 마법의 힘을 상실했기에 그가 보는 것은 목욕탕이며 수건이며 세숫대야일 뿐이다. 그 속에서 물고기도 커다란 고래도 멋진 하얀색 배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리고 급기야는‘양 어깨에 짐을 잔뜩 진 당나귀’ 같은 중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했으니 먹고 살아야 한다. 일상의 걱정들과 정해진 일정들이 내적인 성찰을 방해한다. 사회화의 과정에서 습득된 지식이 어린 시절 가졌던 마법의 힘을 대체하게 된다.
--- p.218
어둠이 깔리고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갑자기 혼자있다는 사실이 싫어졌다. 혼자 아무 곳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와 수염을 기르고 배낭 하나로 떠돌기를 바랐는데, 지금 방안으로 찾아드는 외로움은 무엇인가?......만일 참으로 돌아갈 곳이 없이 떠도는 나그네라면 그처럼 외롭고 지친 인생은 없을 것이다.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함께 있고 싶다. 함께 있다 혼자 있게 되면 그립고 혼자 있다 함께 있게 되면 작은 일로도 서로 다툰다. 그렇게 얼고 녹고 다시 얼고 녹으면서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
--- p.111 -마량의 밤 중세서
새벽이 되어 눈을 떴다. 잠시 눈을 끔벅이며 이불 속에 누워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여러 생각들이 구름처럼 밀려오는데 아이들이 참 보고 싶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울린다. 어제 고등학교 3학년인 큰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모의고사를 보았는데 잘 보지 못했다고 속상해 했다. 위로를 해주었지만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견뎌내야 하는 것은 늘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자식들의 어려움을 대신할 수있다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이미 모두 죽어 없어졌을 것이다. 과로와 지나친 심려 때문에.
--- p.248
변화는 유행이 아니다. 머리카락에 노랑물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런다고 백인이 되지 않는다.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는것은 초라하고 비루한 일이다. 비웃음만 살뿐이다.고양이가 되고 싶은 가여운 쥐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변화는 주변에서부터 핵심을 향하는 내면화 작업이다. 쥐가 쥐임을 깨닫는 것이고 쥐로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특별한 동물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미키마우스'나 '미니마우스,'가 되는 것이다. 쥐가 되고 싶은 쥐. 이것이 변화의 화두다
--- p.50
내 생각엔 꿈이란 지금의 자기 이외의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이다. 현실적 불만족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러움의 표현이다. 그래서 꿈에는 슬픔이 깃들여 있다. 어쩌면 약간의 질투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이미 되어 있는 사람이 있거나 가지려고 하는 것을 이미 취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 p.147
게걸스럽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되지는 않으리라. 그런 사람은 섬진강에 오지마라. 슬픈 사람만 와라. 자기를 잃은 사람만 와라. 저 푸른 강물에 자기를 두고 간 사람만 와라. 다시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만 와라.
--- 202001/03/29 (sag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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