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고픔은 내 목구멍으로 내 밥을 넘겨야만 면할 수 있음으로 밥은 개별적이지만, 당신들의 배고픔 또한 그러할진대 밥은 공동체적이다. 밥은 명석하고도 난해하다. 모국어 ‘ㅂ’은 늘 내 마음의 깊은 늪 속에서 이무기와도 같은 슬픔을 흔들어 깨운다. 아마도 아버지의 ‘ㅂ’과 밥의 ‘ㅂ’ 때문일 터이다. 흰 쌀밥의 찰기와 완두콩밥의 영롱함과 팥밥의 평화 속에는 또 그만큼의 치욕이 섞여있을 터인데, ‘먹는다’는 그 전체를 육화시키는 동물적 행위이다. 정끝별이 모아놓은 밥詩는 그 모든 밥의 온도와 질감을 먹여준다. 세상의 모든 밥들이 두루 잘 보이니, 정끝별도 이제는 밥을 많이 먹어서 나이도 많이 먹었구나. -김훈(소설가)
정끝별 시인이 가려 뽑은 시들을 읽는다. 깔끔하게 차린 웰빙 식단이다. 송송 썰어 넣은 시들의 맛이 달고 시원하고 맑고 싱싱하다. 사각사각 입소리까지 난다. 허기진 영혼을 채워 줄 백설기 같은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정성스레 밥상을 차려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름다운 사람 생각이 났다. -문태준(시인)
“잔치가 열렸군요. 존경하는 시인들께서 모두 한 곳에 모여 뭔가 드시고 계시군요. 다들 먹성도 좋으십니다. 못 드시는 게 없군요. 노을도 드시고,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도 드시고 궁지에 몰린 마음도 드십니다. 이제 배불리 드셨으면 대답해주세요. 밥 먹는 일이 도대체 뭔가요? 그런데도 우린 왜 이렇게 허기진 건가요? 궁금합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사회는 정끝별 선배가 보신다네요. 자, 그럼 모자 비뚜름하게 눌러쓴 김종삼 선생님부터…….” -김연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