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정은 판타지 e-book 소설 『박수』를 통하여 흥미로운 장르를 대중에게 선보이며 등장하였다. 이후 『아내의 폰섹스 파트너』란 성인 에로 추리물을 발표하였으며 현재 인터넷 연재소설 『똥개』를 집필 중이다. 이번 출간 작품 『이웃집 여자 이웃집 남자』는 작가의 성(性)에 대한 재미와 흥미 외에, 성인들이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배우자들의 성에 대한 예의, 배려 등이 감각적인 문체로 묘사되어 즐거운 소설로 구성하게 되었다.
“아주 깨끗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거야. 적어도 내 앞에선 숨길 이유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어.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보여 줘도 돼! 그래야 우리 사랑도 훨씬 깊어지게 될 거야. 섹스와 사랑은 원래 한 몸이거든. 섹스가 미지근하면 사랑도 식게 돼 있어. 아니 아니, 섹스가 미지근하다는 건 사랑도 미지근하다는 거야! 그럼 당연히 한 눈을 팔게 돼 있는 거고.” “에이 설마! 말도 안 돼! 내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럼 노력해야지! 사랑과 섹스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마! 그 두 개는 한 몸이야! 그 순간 우리도 하나가 되는 거야. 그리고 앞으론 오빠라고 하지 말고 자기야 내지는 여보, 영환 씨 라고 불러.” 아! 오글오글! 이런 낯간지러운 대사를 날리고 다시 한 번 가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웬일인지 그날만은 가희도 시키는 대로 잘 따라 주었다. ---「01 그 - 훔쳐보기Ⅰ」 중에서
오르가슴이라는 걸 느껴 보고 싶은, 정확히는 성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과 남편과의 섹스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겠다. 남편을 보는 내 시선에서 언젠가부터 설렘이란 느낌이 줄어들고 남편의 날 어루만지는 손길에서 ‘사랑’보다는 ‘그저 늘 하던 일’ 혹은 ‘별다른 감정 없는 익숙함’이 더 많이 느껴지면서부터 그 아쉬움은 점점 더 커진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일을 치른 후 팔베개를 해 준다거나 맨살로 부대끼며 속삭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다 이젠 거의 없어져 가고 있다는 데 있었다. 친구들은 그걸 권태라 불렀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부정하다 규정한 다른 돌파구를 찾는다거나 하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테니스와 요가면 충분하다. 아니 충분했었다. ---「02 그녀 - 스릴러 영화처럼Ⅰ」 중에서
집으로 오라면 예전처럼 경기까진 아니더라도 아직도 흔쾌하게 오케이 하는 법이 거의 없는 가희였다. 집으로 오라는 내 의도는 뻔했고 집에서 일어날 일들도 뻔했으므로. 밥을 먹고 TV를 보며 대충 더듬다가 밖으로 나가자는 가희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덮치면 ‘싫어’ ‘그건 안 돼’ ‘난 오빠랑 이렇게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오빠는 왜 자꾸 그런 변태 같은 걸 요구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다가 적당히 마무리하고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 ‘결혼하면’이라는 믿을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하고 ‘사랑해’라며 뽀뽀를 해 주고 불만이 좀 풀어지aus 집까지 데려다 주는 수순. ---「03 그 - 훔쳐보기Ⅱ」 중에서
어쩌면 나는 그동안 내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속이고 있었다기보단 누르고 있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싶다. 이성으로 본능을 누르고 정숙한 아내인 척, 지적이고 도도한 여자인 척 살아오면서 그동안 억눌려 숨을 쉬고 싶어 하는 본능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런 지난 내 삶에 대한, 아니 억눌렸던 본능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