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러는 게 당연해. 대신 밴프에 가서 새로 애완동물을 키우자. 조그맣고 돌보기 쉬운 녀석으로. 햄스터 같은 거 말이야.”
엄마가 빙긋 웃었다.
“햄스터 싫어요! 난 쿵치가 좋아요. 내 방, 내 공원, 우리 학교가 좋다고요! 난 엄마, 아빠랑 다 함께 저녁 먹고 싶어요. 한 사람하고만 먹기 싫어요! 나한테 안 물어봤잖아요! 나랑 의논 안 했잖아요! 와, 진짜 고마운데요, 전 싫어요.”
대니가 소리쳤다.
“뭐라고?”
아빠가 말했다.
“싫어, 싫어, 싫다고요!”
“에이, 귀염둥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야.”
형이 말했다.
대니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평생 이렇게 화가 나 보긴 처음이었다. --- 「엄청난 소식」
부모님이 대니가 없어진 걸 알아차리긴 하겠지만, 한동안은 모를 게 분명하다. 이웃 사람들하고 친구네 부모님들에게 전화를 할 게 뻔하다. 그러기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이건 여기 구덩이에 한동안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멍청하게 굴 수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다.
계속 이렇게 되뇌었지만 심장은 계속 쿵쾅거렸다. 무언가 마음이 차분해지도록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부모님은 언제나 무슨 결점이라는 듯 대니더러 현실적이라고 말하곤 했다.
좋아,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행동할 테다.
좋은 생각이 있었다. 책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거였다. 대니는 가방을 확 열고 물건들을 꺼내 바닥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땅콩버터 에너지바 세 개
물이 3분의 1 정도 든 보온병 하나.
포도 주스 얼룩이 진 큼지막한 체육복 티셔츠 하나.
교과서와 문제집 몇 권.
쓸모없는 휴대 전화 하나. --- 「가방 속 잡동사니」
“물론, 나지. 쥐라도 온 줄 알았어?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쥐하고 헷갈린다고 하는데 아주 자존심 상해. 우린 걔네랑 완전 다르다고. 첫째, 쥐는 오래된 쓰레기를 아무거나 먹어. 우웩! 두더지는 훨씬 까다롭다고. 우린 유기농만 고집하지. 그래, 쥐가 똑똑한 건 맞아. 하지만 내 생각엔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항상 머리를 굴린단 말이지. 어떻게 이 사과를 훔치지? 어떡하면 저 지하실에 몰래 들어갈까?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도 당연해. 사람들이 두더지한테는 나쁜 말을 하지 않잖아. 너, 누굴 ‘두더지새끼’라고 부른 적 있어? 쥐새끼가 아니라?”
두더지가 말했다. --- 「드디어, 드디어!」
“뉴욕이나 밴프를 왔다 갔다 하며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뉴욕에는 할 일이 백만 가지는 있을 거야, 그렇지?”
“최소한 백만 개지.”
두더지가 말했다.
“그리고 밴프에 가면 하이킹도 하고, 스키랑 스노보드도 탈 수 있어. 눈 덮인 산들이 있거든. 그리고 곰하고 늑대같이 멋진 동물도 있고.”
“늑대?”
“영원히 그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아마 휴가 때는 모두 함께 지낼 거고. 오해는 하지 마. 부모님 행동을 인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이잖아. 피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없으면 일을 더 엉망으로 망쳐 놓을 게 분명해. 내 말이 맞지, 두더지? 두더지?”
대니는 두더지를 건너다보았다.
이런. 두더지는 발을 허공으로 뻗고 잠이 들었다. 대니는 두더지의 조그맣고 둥그런 배가 쌕쌕 오르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두더지는 정말 단순하게 살았다. 구멍을 파고, 벌레를 먹고, 시를 짓고. 그런데 사람은 너무 복잡하다. --- 「드디어, 드디어!」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