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 마을에 목수인 김봉구 아저씨는 방귀쟁이입니다. 아이들만 보면 살금살금 다가가 엉덩이를 쑥 내밀고 뿡! 방귀를 뀝니다. 그러고는 점잖게, 싸우지들 말고 사이좋게 나눠 먹어라 그럽니다. 애들이 코 싸 쥐고 야단인 시늉들을 하면 또 번개처럼 옜다, 이건 덤이다! 한 번 더 얹어 줍니다. 방귀 덤을 들쓴 아이는 팔팔 뛰고, 동무들은 깔깔 배를 잡습니다.
조무래기 애들은 봉구 아저씨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아저씨, 나 방구 나팔 한 번만! 조르기도 합니다. 아저씬 오냐, 알았다, 넙죽 업고는 논두렁 밭두렁 뛰어다니며 뿡! 뿡! 장단 맞춰 쏘아 줍니다. 이래서 봉구 아저씨는 방구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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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는 숨을 몰아쉬었다.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엄마는 높다란 목소리로 천황폐하들을 외웠었다. 귓가에서, 귓속에서, 그 때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그러나 유난히 높았던 엄마의 목소리, 그것만 자꾸 떠오를 뿐이었다. 겐지는 툭, 고개를 떨구었다.
'쥐새끼 같은 놈.저놈을 묶어.'
죽창을 든 남자가 소리쳤다. 농부 같은 남자가 달려들어 손을 묶었다.
'안 돼! 난 일본 자람이야. 진짜야, 진짜란 말이야.'
겐지가 발버둥치며 몸을 비틀었다. 죽창을 든 남자의 손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후드득! 도라지꽃으로 피가 튀었다. 여자애가 긴 비명을 질렀다. 땅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까마귀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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