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무척 좋아하여 별명도 ‘랄프 로버(방랑자)’인 15세 소년 랄프, 현명하고 책임감이 강한 18세의 듬직한 청년 잭 마틴, 밝고 명랑하고 유머가 넘치는 14세 소년 피터킨 게이, 이 세 소년은 항해 중 폭풍우를 만나 무인도 산호섬에 셋만이 살아남게 된다. 세 소년은 절망하지 않고 서로 도우며 젊은이들 특유의 활기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낸다. 자연이 무척 아름다운 산호섬에서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하며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쓴다.
어느 날, 산호섬으로 원주민 두 부족이 찾아온다.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세 소년은 약한 부족 편에 서서 싸움을 돕게 된다. 특히 원주민 가운데 ‘아바티아’ 라는 여인의 목숨을 구하게 되어, 이를 계기로 원주민 추장 타라로와 우정을 나누게 된다.
원주민들이 돌아가고, 다시 산호섬에서의 생활을 즐기던 중, 산호섬으로 찾아온 해적선에 랄프가 잡혀가게 된다. 그 해적선은 무역선으로 가장하여 여기저기 원주민들의 섬을 찾아다니며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 랄프는 선장이 원주민들을 비겁하게 공격하려는 계획을 알아내고 지혜롭게 맞서 막아 낸다. 그리고 해적선의 배도 차지하게 되어 의기양양하게 친구들이 기다리는 산호섬으로 돌아오게 된다.
산호섬에서 다시 만난 세 소년은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모험을 하기로 한다. 특히 전에 만났던 원주민 아바티아가 추장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부족의 추장과 결혼하길 바라자, 이를 도와 주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들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인육을 먹고 우상을 섬기는 원주민들을 (기독교인으로) 교화시키고자 계속 모험을 감행한다. 세 소년의 노력으로 원주민들에게 잡아먹힐 뻔한 위기를 넘기고 원주민들도 기도교인이 되고, 세 소년은 그리운 고향으로 배를 돌린다.

<b>작가의 경험이 담긴 생생한 소설</b><br/><br/> 460쪽이 넘는 이 해양 모험 소설을 읽다 보면, 《로빈슨 크루소》 못지 않은 세세한 묘사를 엿볼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이 날것 그대로의 천연 자연 속에서 세 소년이 만들어가는 즐거운 세상. 그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듯 세세히 묘사될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작품에 풀어 놓았기 때문이다.<br/> 로버트 밸런타인은 열여섯 살 때 캐나다의 한 무역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뒤로 6년 동안 먼 바다를 항해하며 인디언들과 교역을 했다. 이 때의 경험이 그의 남은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원래부터 문학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아버지는 신문사를 경영하고 삼촌들은 유명한 역사 소설가인 월터 스콧 경(1771~1832년)의 작품을 출판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경험을 자연스럽게 문학으로 풀어 냈다. <br/> 이러한 배경을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밸런타인은 작품을 쓰기 전에 철저하게 미리 연구를 했던 작가였다. 등장인물들의 삶을 최대한 잘 묘사하기 위해 직접 탐정, 등대지기, 선원, 탐험가가 되어 지내 본 뒤에야 비로소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산호섬》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남태평양의 섬을 직접 방문한 경험은 없었지만, 인디언들과 교역을 했던 경험뿐 아니라 선교사들이나 탐험가들이 쓴 남태평양 여행기를 꼼꼼히 읽고 작품에 적용했다. 그래서 밸런타인은 사실적인 남태평양의 해양 모험 소설로 전혀 손색이 없는 《산호섬》을 만들어 낸 것이다. <br/> 무역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젊은 모피 교역상 The Young Fur Traders》이 발표되자, 그는 모험 소설 작가로 이름을 떨치게 됐다. 그 뒤로 그는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는 데 삶을 바쳤다. 약 40년 동안 80여 편에 이르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최고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산호섬》이다. 1858년에 처음 출판된 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산호섬》이 얼마나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는지를 잘 보여 준다. <br/> <br/><br/><b>당시 영국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또렷이 담겨 있는 소설</b><br/><br/> 밸런타인이 작품 활동을 했던 때에는 《산호섬》처럼 난파당한 선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해양 모험 소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당시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 아래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만큼 세계 곳곳에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인들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채워 주면서 동시에 젊은이들에게 진취적 기상을 심어 주는 모험 소설이 굉장한 인기를 누렸던 것은 당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시절에 직접 먼 바다로 항해한 경험이 있는 밸런타인이 난파당한 선원들의 모험담을 쓰게 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일이었다.<br/> 그렇기 때문에 《산호섬》에는 당시 제국주의적 사고가 밑바탕을 이루고, 기독교를 전파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배어 있다. 원주민들의 낯선 생활방식을 ‘우리와 다른 문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유럽의 뛰어난 문화에 맞게 바꿔 줘야 한다는 사고방식 바로 그렇다. 원주민들을 백인보다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고 원주민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는 내용도 무척 고집스러워 보인다.<br/> 이러한 요소들이 《산호섬》이 처음 출간된 지 거의 150년이 다 된 지금의 시점에서 읽을 때 문학적인 감동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요소들을 《산호섬》의 문학적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오히려 문학 속에서 한 시대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겠다. <br/> <br/><br/><b>넓은 세상에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기쁨, 넓은 세상을 사랑과 정의와 평화로 채우는 기쁨 </b><br/><br/> 《산호섬》은,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1850~1894년)이 남태평양의 넓은 바다를 동경하게 된 것은 바로 《산호섬》 때문이었다고 밝혔을 정도로 해양 모험 소설로서 이후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 <br/> 《산호섬》이전에 나왔던 《로빈슨 크루소》가 어른의 표류기, 어른의 모험담이라고 한다면, 《산호섬》은 청소년의 모험담이다. 《보물섬》에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어른들의 통제를 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반면에 《산호섬》은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어른들의 도움이나 간섭 없이 자신들만의 판단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br/> 앞에서도 살폈듯이, 현 시점에서 보았을 때 이 작품에 녹아 있는 당시 영국의 세계관과 가치관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처음 출판된 이래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세 주인공들의 정신적인 성장에 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br/> 세 명의 선원들이 모험을 하며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은, 용기와 지혜, 정의와 평화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이것은 (이 책이 출간된 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주인공들이 위험천만한 모험을 감행하고, 목숨을 걸고 원주민들에 맞섰던 것도 바로 사랑과 정의, 평화를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처음 바다를 떠났을 때 어린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니었던 어린 선원 세 명은 그들의 모험에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담았고 정신적으로는 완전한 어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산호섬》은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