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리더인가 어떤 리더인가 한 분야에서 오래도록 정진해 지식과 경험을 쌓고 남의 모범이 되면 일단 리더이기 십상이다. 어떤 성격의 조직이든 그 안의 높은 사람, 생각이 발라 여러 사람의 귀감이 되는 사상가, 사랑과 헌신으로 봉사하는 사람, 모두 리더다. 열심히 공부하고 남을 도와 존경받고 역할모델이 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지도가 높고 인기가 치솟는다고 정부 같은 공공부문의 리더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얽히고설킨 법과 제도의 제약을 넘어 이해가 서로 충돌하는 주체들을 설득하고 협상할 수 있는 남다른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이해에 충실한 관료주의의 벽도 지혜롭게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p.4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온갖 고생을 다 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물론이요,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정치권과 기업의 은밀한 후원도 필요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일단 조직생활을 시작하면 언젠가 자신도 정상에 오를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니 낙오라도 하면 인생 전체에서 실패했다고 자책하려 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 좁디좁고 높디높은 꼭대기로 가는 길이 만만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물론 자생집단의 리더는 또 달라, 리더라고 모두 다 같은 경로를 따르고 같은 인식과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면서 위로 올라가려는 욕구와 자리를 탐하는 본능은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다. 높은 산꼭대기를 오르려고 하는 것도 다 그런 욕망이 발현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애써가며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산에 오를 때는 숨도 차고 힘들긴 하지만 성취감에 취하면 세상이 내 것 같다. 하지만 내려올 때는 관절 부위에 큰 부담이 가 산행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산행에서는 하산이 훨씬 더 어렵다. 리더에서 내려올 때 내가 어떤 평가를 받을까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pp.20-21
나력\을 지녀야 한다. 리더들이 권력을 지향하다가 자리를 탐하는 것이 상례다. 자리를 맡으면 안하무인이 되기 십상이다. 내 생각만 강요한다. 그러다 자리에서 내려오면 언제 있었느냐 싶게 외면당한다. 그런 리더가 될 것인가 그러면 인생이 아깝다. 자리를 맡지 않아도, 아니면 자리에서 물러나도 사람들이 기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나력이다. 이는 곧 비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효상은 ‘빈자의 미학’을 말한다. 세상은 어차피 지셴린의 말대로 “다 지나간다.”라고 생각해야 현명하다. 한때의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인생을 통틀어 한 축과 한 선에서 내 좌표를 항상 가려야 한다.
셋째, 잔향 쳄?남길 수 있어야 한다. 나력과 같은 의미에서 은은한 기품을 말한다. 리더들 중에는 자리에 있건 떠났건 두고두고 칭송받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악취를 날리는 리더도 많다. 권력에 향기를 기대하는 것이 지나칠지 몰라도 현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윽한 향기를 두고두고 풍기는 리더가 소망스럽다.---p.29
리더는 ‘옳은 판단, 훌륭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훌륭한 리더십의 기본이 그렇다. 그러려면 어둠을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실패할 줄 알아야 한다. 돌아온다는 보장 없이도 필요하면 노를 저어 폭풍우가 몰아치는 대해로 나갈 줄 알아야 한다. 용기는 실력을 압도한다. 트루먼은 “C학점을 받은 학생이 세상을 경영한다.”라고 했다. 지식보다는 용기를 우선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나는 점수보다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초연과 용기라는 말을 자주 강조한다. 리더에게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혹시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을까 위험을 떠안지는 않을까 성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리더는 수많은 두려움 속에서 산다. 리더에게 강한 의지와 홀로 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런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렇다고 독선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비판과 비난 속에 나 홀로 외톨이가 되는 일이 허다하지만 의연히 고난을 딛고 일어설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태양이 너무 쬐면 사막이 된다는 것, 폭풍우가 몰아친 후 찬연한 노을이 뜨는 것쯤은 바른 리더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p.46
리더십 자화상은 나 자신의 리더십이 어떤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발안이다. 리더는 누구나 나는 괜찮은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내 리더십의 어디가 강점이고 어디가 약점인지를 잘 모르며 리더십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 리더십 지수를 따라 자신의 리더십 자화상을 그려보면 대번에 내 리더십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뭐를 더 보완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더욱이 나만이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참모들의 자화상을 알게 되면 내가 그 참모에게 무슨 일을 맡길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재즈를 좋아하는 참모에게는 기획을 맡겨도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새 기관을 형성할 때 미래를 알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에게 임무를 맡기면 효과가 다를 것이다. 이러한 자화상 그리기는 비단 정치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기업, 의료, 군대, 경찰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상황에 맞게 만든 것이라 우리의 리더들에게 적용하기 쉽다. 리더십 자화상을 통해 적재를 적소에 배치해 본인에게 마땅한 역할을 맡기게 되면,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조직에도 큰 득이 된다.---pp.95-96
이미지만으로 인물의 됨됨이를 가리지는 못한다. 참고사항일 뿐이다. 이들의 리더십은 동시에 이들이 맞을 시대 상황과 맞닥뜨려 어떻게 발휘되어 유권자로부터 어떤 호응을 얻느냐가 관건이다. 이미지는 인물로, 이슈로, 그리고 정당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미지는 총체적인 것이어서 단지 옷 잘 입고 넥타이 잘 매고 말 잘하는 차원을 넘는다. 부분적으로는 좋아도 전체적인 인상이 나쁠 수가 얼마든지 있다. 매끈하고 맵시 있다고 인상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미지만으로 지지가 계속되고 인기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시대상에 맞아야 한다. 신구 인물 교체라는 여론이 비등a한 것도 구塚菅걀?식상해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바라는 것이겠지만, 사람 얼굴 바뀐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생각과 패러다임을 체화한 인물이어야 한다. ---p.130
리더는 저절로 탄생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선출이나 임명의 방식으로 된다. 언제 어떤 식으로 리더가 될지 모르지만,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장차 리더가 될 사람들은 리더가 되기 위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리더십센터는 이러한 준비와 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리더십센터에는 다양한 강좌가 있지만, 그중에서 2010년 가을 한가람고등학교, 2011년 봄 현대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은 미래 리더를 위한 것으로 총 10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리더십에 대한 기본 강의부터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언뜻 보면 관련 없어 보이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리더십 교육에서 음악 강의가 중요한 이유는 화음과 조화 때문이다. 음악을 모르면서 이견을 조화시키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음악은 상상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 음악의 변주와 리더의 응변은 그 맥락이 같다. 리더십센터의 훈련 방식은 예술지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론도 이론이지만 실제에 더 다가가려고 애쓴다.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들도 가르친다. 훈련의 기본 틀로 분석과 종합의 세계, 창조의 세계, 실천의 세계를 상정하고 이 세 가지 세계의 교집합에 리듬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pp.183-185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는 고전물리학적 기계론 패러다임이 우리를 지배했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이 등장하고 개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부분의 합이 전체가 아니라 부분은 부분대로 존재 가치가 있고 전체는 그 자체로 또 다른 존재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생물학적 지각론의 패러다임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란자의 주장도 이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럽다. 또한 리더가 세밀하게 부분을 관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무만이 아닌 숲 전체를 봐야 한다는 것도 생물학적 지각론의 패러다임의 하나다. 불경기에 서민들 발목을 잡은 저축은행 사태도 개별 나무인 저축은행만 보지 말고 금융, 보험, 증권, 나아가 경기 흐름 전체를 살펴보며 처방을 내려야 문제가 근본적으로 풀린다. 세상의 변화를 리더가 알아야 하는 것은 현재도 중요하지만 내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에게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p.213
이제 다른 리더십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노력한 세대의 몫을 부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지금까지 지속되었던 리더십을 답습하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리더십 위기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잘 굴러가도록 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스스로 자신을 생각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사물을 새롭게 볼 줄 알고 일을 해낼 새로운 방법을 찾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기존 권위에 의문을 품고 세상을 향해 거대담론을 제기할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대학 교육에서 지금까지 민주시민의식을 심화하고 독자적으로 사고하며 표현과 행동에서 자유롭고 책임 있고 사려 깊게 행동하라고 배우지 않은 학생은 없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의적이고 유연하고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동시에 융합적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친 적은 드물다. 진정으로 말하건대, 아무리 좋은 엘리트 대학을 나오고 지적으로 우수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도 어떻게 생각해야 옳은지를 아는 사람이 그리 흔하지 않다. 하루 빨리 전형적 지혜conventional wisdom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천적 지혜phronesis를 터득해야 한다.---pp.260-261
눈앞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멀리 보며 깊게 생각하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는 양자 패러다임의 핵심이다. 작게 보지 말고 크게 보라는 것이다. 내용만 보지 말고 맥락도 짚으라는 것이다. 어제·오늘만 생각하지 말고 내일도 보라는 것이다. 리더십이 보다 스마트해지려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합쳐야 하고 그것은 ‘상황맥락지능’을 키워야 가능하다고 여러 번 말했다. 또한 깊게 사려하는 것은 지식인의 몫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다른 것이 보인다. 다르게 생각해야 비판정신을 키울 수 있다. 바르고 정의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사람답게 살게 한다. 리더십 교육에서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나보다 남을 앞세운다. 나대기를 예사로 아는 리더에겐 불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훌륭한 리더, 기품 있고 격조 높은 기사 같은 리더라면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알아야 한다. 그것이 오만한 아상이라면 이를 알고 실천하기는 어렵다. 똑똑하기보다 어리석기가 더 어렵다는 린위탕의 말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나의 나’와 ‘나의 너’를 알기 위해서는 라캉이 말하는 거울계에 머물고 있지 않은지 알아야 하고, 터득해야 하고, 내 역량은 어느 수준인지 ‘내 값self worth’을 알아야 하고, 나를 비워야 하고, 나를 계속해서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고, 나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실천이 전제다. 그래야만 내가 주장하는 리더십의 기본 룰인 ‘9:1, 1:9’의 법칙이 지켜진다.
---pp.3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