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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하루키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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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하루키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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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451g | 140*200*18mm
ISBN13 9788994040677
ISBN10 899404067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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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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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문장은 여행 중 멀미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장 속에 달팽이관과 고막 사이를 조이고 여는 이상한 장치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문장과 문장 사이는 자연스럽게 끊어지고, 그 틈을 이용해 바깥 풍경을 놓치는 일 없이 긴 여행 동안 얇은 책 한 권을 전부 다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최고급 안심 스테이크를 소스까지 말끔히 먹어치운 것 같은 포만감을 준다. 책을 팔에 끼고 있으면 토즈 슈즈의 광고카피 같은 편안함이 주변 공기를 고즈넉하게 데운다. 마치 옆에서 작은 커피 메이커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느낌이다. --- p.88-89

당시 나는 재즈에 대해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담담히 어린 시절에 겪었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귓가를 적시며 흐르던 빌 에반스Bill Evans의 「왈츠 포 데비Waltz For Debby」가 서정적이라는 느낌만은 기억한다. 그렇게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읽는 내내, 어린 시절 자주 들르던 동네 근처의 ‘바’를 연상시켰다.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는 풍경 말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 마지막 연인을 만났다. --- p.114-115

1963년 1월 쌀쌀했던 어느 날, 효고현 고베에 사는 중학교 3학년 무라카미 하루키는 표를 끊고 어두운 음악당 안으로 들어갔다. 현수막에 쓰여 있는 이름, ‘아트 블레이키 앤드 더 재즈 메신저스’. (……) 이미 재즈 메신저스는 2년 전에 일본을 방문해 공연은 물론이고 TV에까지 출연한 터라, 일본의 재즈팬들은 그들을 다시 본다는 생각에 설레고 있었다. ‘재즈…… 과연 무슨 음악일까. 나도 한번 들어봐야겠어. 그 안에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시시하고 뻔한 게 아닌, 내가 모르는 정말 멋진 신세계.’ 소년은 이렇게 속으로 뇌까리며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음악을 찾아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 pp.148-149

이 음반은 시더 월턴의 유작이다. 그는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진가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로서는 그의 부음 소식이 매우 허망했다. 하지만 그나마 하루키 씨의 좋은 글 한 편으로 나는 한 연주자의 진면목을 찾아 미모를 헤맸고, 그 과정 덕분에 시더 월턴을, 그의 까다로움을 하나의 비경?境처럼 발견하게 되었다. 현재 시더 월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 p.166

하루키에게 1960년대가 가버렸다는 것은 높았던 꿈과 이상이 좌절되고 좋았던 시절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댄스 댄스 댄스》에서의 ‘나’는 “여자아이는 꿈처럼 아름다웠으며, 로큰롤은 영원히 로큰롤이었다”고 1960년대를 회상하고, 《노르웨이의 숲》에서 나오코가 죽은 후 와타나베와 레이코가 함께 부르는 비틀즈의 노래들은 나오코를 위한 진혼곡이자 1960년대를 보내는 애절한 작별인사다. --- p.223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는 ‘나’와 친구의 대화 중에 친구가 마지막에는 사막만이 남는다고, 정말로 살아 있는 것은 사막뿐이라고 말하자 ‘내’가 마음속으로 거기에 동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 역시 짐 모리슨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중의 하나다. 짐 모리슨은 어려서 가족과 함께 사막을 여행하다 인디언의 죽음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그의 삶과 음악 속에 지속적으로 반영되는데, 그래서 그의 노래에서는 언제나 황량한 사막의 냄새가 난다. 도어즈의 앨범 『웨이팅 포 더 선Waiting For The Sun』의 재킷 안쪽에는 짐 모리슨이 직접 쓴 「도마뱀 왕의 축사The Celebration Of The Lizard King」라는 시가 있는데, 이 시에서 그는 ‘I am the Lizard King’이라고 선언한다. 이처럼 스스로 도마뱀의 왕을 자처했던 짐 모리슨은 삶과 죽음에 관한 끝없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언제나 사막으로 향했다. 그래서 사막은 항상 짐 모리슨을 떠올리게 한다. --- p.256

연대감을 상실한 공허함, 그 여백은 음악이 침투해 채우기에 좋은 공간이 된다. 음악은 답답한 공간보다는 성당같이 높은 지붕이 있는 공간에서 근사하게 울려 퍼진다. 그러므로 공허함을 탓하지는 말 일이다. 하루키의 작품들은, 상실감과 공허함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안의 음악이 울리기 좋아진다. 하루키의 작품들은 어쿠스틱이 빼어난 음악홀이다. --- p.289

하루키는 문학에서 음악의 효용을 말하며 독자들이 읽어나가는 글의 리듬을 중시한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드랜드》란 작품은 거대한 대위법과 같다. 침묵과 적요, 햇빛이 비치지 않는 흑백의 ‘세계의 끝’은 온갖 모험이 컬러풀하게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바소 콘티누오 위의 합주와도 같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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