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들면 간호해줄 사람도 없고, 어쩌면 결혼 한 번 못해 보고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아야 할 것도 같다. 그렇게 되면 혼자 10년 정도 실버타운 같은 곳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마련하려면 지금부터 저축해야 한다, 정부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요즈음은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정도까지 일본 경제가 황폐해지면 집 근처에 밭을 갈아 농사라도 지을 생각이다. 아무리 궁한 처지에 놓이더라도 아끼고 절약하면 적은 돈으로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분수에 맞게 살자’라고 생각하면 정신적인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돈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늘 마음이 든든하다. 또 돈이 있어도 행복하고, 돈이 없어도 행복하다.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차분한 평정심의 원천이기도 하다.---pp.18-19
쩔쩔매지 않고 우아하게 돈 쓰기
우리는 돈에 쩔쩔매며 사는 데 지쳐 있다. 돈 쓰는 일에 아등바등하지 않도록 마음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돈에 매여 사는 삶에서 한 발 비껴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이것이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런 상쾌한 기분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고 싶다. 이 책에 나온 대로 한 번 살아보고 나서 “아, 과연 5만 엔(약 67만 원)으로도 살 수 있구나.”라든가, “7만 엔(약 93만 원)이면 충분하다.”라고 말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아직 일본에서는 ‘고작 이 돈을 벌려고.’라든가 ‘내가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지.’하는 생각만 버리면 누구든 5만 엔이나 7만 엔 정도는 벌 수 있다. 누구든 돈에 쩔쩔매지 않고 우아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저런 물건을 소유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적은 수입으로도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지고 생활할 수 있다.---pp.23-24
손에 넣을 수 없을수록 간절해진다
욕망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단 실현 가능한 욕망이 하나씩 채워지면 그만큼 괴로움을 느낄 거리가 없어진다. 괴로움이 없는 상태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행복일 것 같지만, 마음은 그런 상태를 행복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쾌락의 전제가 되는 괴로움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걸로는 안 돼. 좀 더 새롭고, 큰 괴로움이 생기게 하려면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 우리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것을 갈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제 욕망의 수준을 넘어 충동에 이르게 된다. 실현 불가능한 것을 갈망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pp.74-75
행복해질 수 없는 시스템
누구나 궁극적으로 욕망이 완전히 채워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욕망이 채워지지 않은 괴로움으로 인해 계속 자극받기를 바란다. 욕망이 채워지면 쾌락을 느끼고 이때의 쾌락은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린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욕망이 완전히 실현되기보다 실현되는 과정 속에 머물기를 바란다. 이것이 심해지면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것을 꿈꾼다. 심한 경우에는 욕망이 실현되려는 순간 일부러 실패를 자초하거나, 머뭇거리거나, 파괴해버리기도 한다.---pp.78-79
현실 세계의 고통과 가상 세계의 쾌락
우리 뇌는 따끔따끔한 고통의 자극을 기분 좋은 정보로 고쳐서 받아들이고, 그것을 갈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데이터를 다시 고치는 과정을 불교 용어로 희론(戱論)이라 한다. 쉽게 말해 제멋대로 추측해서 데이터를 고쳐 쓰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뇌가 데이터를 고쳐 쓰면, 더 이상 현실을 인지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을 괴롭히던 현실 대신 가상 행복에 사로잡혀 버린다. 만일 당신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아등바등하는 와중에서도 행복하다면, 가상 쾌락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비록 가상이긴 해도 계속 기분이 좋게 느끼며 지낼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더는 희론(戱論)으로 진실을 감출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사실은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진실을 감출 수 없는 지점에서는 욕망 때문에 생긴 괴로움이 한계에 이른다. 그리고 자극적이라 기분이 좋다고 눈가림하며 자신을 속였던 것들도 무너져 내린다.---pp.97-98
분노를 벗겨내면 욕망이 튀어나온다
욕망을 누르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인 버리고 사는 연습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둘은 겉보기에는 같아도 속은 아주 다르다. 욕망을 누르는 것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 아니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욕망이 도저히 실현 불가능할 것 같자 욕망 그 자체를 억압해버리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때문에 생명력이 있는 건강한 욕망마저 모두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즉, 욕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의욕을 잃어버린 것이다.---pp.118
행복한 소비를 위한 첫걸음
돈을 행복하게 쓰? 위한 첫걸음은 단순히 욕망에 이끌려 원하는 것과 정말로 필요한 것을 구별하는 일이다. 그리고 필요한 것에만 돈을 쓰는 것이다. 현대인은 자신의 심신에 필요한 것을 뒤로 미루고, 가짜로 자아를 자극하는 것에 돈을 쓰기 쉽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pp.172-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