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기숙사에 틀어박혀 있다가는 썩어버린다.” “기숙사를 위스키 통 같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자신을 숙성시키고 있는 겁니다. 맛이 깊어질 겁니다.” “억지 논리 펴지 마! 게으른 소리 하지 말고 주말을 충실하게 보내!” ---「제1장 폼포코 가면과 주말 탐정」중에서
고와다는 평소에 조금 더 긴 휴가를 원했다. 하루나 이틀의 휴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괜스레 부족함을 느낄 뿐, 지루함의 바닥까지 이를 수 없다. 따분하고 따분해서 싫증이 날 정도로 게으름을 부리지 않으면 일할 의욕 따위 샘솟을 리가 없거늘. “지루함의 바닥까지 느껴져야 진정한 여름휴가지!” 고와다는 망고 프라푸치노를 들고 홀로 건배했다. 이 지상낙원에서 망고 프라푸치노는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그는 프라푸치노를 쭉 마시고 털썩 누워 하늘을 보았다. “아아, 나는 이제 의미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제2장 휴가의 왕국」중에서
“월요일이 오면 우리는 분초를 아끼며 일해야 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너도 그렇지? 언제까지고 신입입니다, 하는 얼굴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령 내가 허락해도 하느님은 용서하지 않겠지. ……물론 그건 월요일부터 시작될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주말을 만끽해야 하는 거야.” 모모키는 말했다. 그러자 소장이 “워워.” 하며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 “두 사람 다 조금 진정하십시오. 분명히 맞는 말입니다. 언젠가 반드시 월요일이 옵니다. 그러나…….” 소장은 고와다를 흘끔 보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세상만사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양 시치미를 뗀 얼굴로 하품을 했다. 너무나 훌륭한 하품이었기에 소장은 자신도 모르게 하품을 했다. 하품이란 전염된다. 하품은 내면의 게으름뱅이들이 지르는 포효다. “그러나 내일은 일요일입니다, 여러분.” 소장은 그렇게 말하고 눈가에 괸 눈물을 훔쳤다. “질릴 만큼 빈둥거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