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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국경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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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국경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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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574g | 153*224*30mm
ISBN13 9788958611240
ISBN10 895861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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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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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있었다. 엄마와 헤어지고서야 실감하는 이별, 그녀는 길가에 우뚝 섰다. 주머니를 뒤져 휴대전화를 찾았다. “엄마, 그 동안 잘못해서 미안해. 내가 꼭 잘될 수 있으리라 믿고, 너무 걱정하지 마.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엄마, 엄마.” 그녀는 우산을 놓고 주저앉았다. 마침내 엉엉 울었다. “엄마를 보는 게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요.”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소녀에게 목숨을 담보로 한 이별은 버거웠다.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같은 시각, 다른 은신처에서는 일곱 명의 탈북자가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들어온 최은실 전도사가 주의사항을 전했다. “만약에 공안에 잡히면 다른 사람을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혼자 잡혀야지, 또 있다고 하면 다 잡혀가잖아.” 그리곤 한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잔인한 말인 건 알지만 단 한 명이라도 더 탈출시키는 게 제 임무입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작별시간. 영미는 언니 금미와 형부, 두 살 배기 조카와 헤어져야 했다. 언니 가족은 다음 기회에 탈출하기로 했다. 친자매는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렸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울음소리가 나면 옆집에서 신고를 하거든요.” 전도사가 말했다.
희영이 역시 울면서 금지에게 말했다. 그들은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라 친자매나 마찬가지다. “언니만 살려고 도망쳐서 미안해.” ---p.92

아! 어머니….
여자가 눈물을 터뜨렸다. 중국인 남편의 눈치를 보며 좀처럼 말문을 떼지 않던 이였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몇 년 만에 처음 하는 조선말. 남편은 아내의 표정만으로 대화를 눈치챈다. 남편을 두려워하면서도 여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팔려온 북한 여자입니다. 몸이 아픈 중국 남편한테 끌려와 짐승처럼 일만 하고 살지요. 내 아이는 중국에서 호구戶口도 얻을 수 없습니다. 탈북자 아이에겐 중국 국적을 주지 않아요.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까요.”
나는 물었다. “이제 곧 추석입니다. 어떤 소망을 가지고 계신가요?” 여자는 대답했다. “희망, 소망…. 그런 거 잘 모릅니다. 아마 남편은 집에 가면 당신들 앞에서 울었다는 핑계로 매질을 하겠지요. 이제 맞고 사는 것도 익숙합니다.” 여자는 눈물을 맨손으로 닦았다. 가녀린 몸매와 달리 손바닥이 두터웠다.
“그저 죽기 전에 우리 어머니를 한 번 만이라도 보고파요. 만나서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했다고 빌고 싶지요. 오늘도 대문을 열어 놓고 저를 기다리실 겁니다, 우리 어머니는.”
안고 있는 아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제 딸은 저처럼 살면 안 되는데 걱정입니다. 탈북자 아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학교도 가지 못합니다. 아이의 앞날이 두렵습니다.”
조선말을 모르는 중국인 남편은 멀뚱멀뚱 앉아 그녀를 노려보았다. 여자의 말대로라면 오늘 저녁, 한바탕 매질이 있을 것이다. ---p.92

헤어짐을 앞둔 자매가 하나로 엉켰다. 그리고 한참을 떨어지지 못했다. 남한으로 가서 함께 먹고 살자는 언니, 굶더라도 조국에 남겠다는 동생. 생각은 달라도 같은 핏줄이다. 북한으로 동생을 데려갈 브로커가 자매를 억지로 떼어냈다. 해가 저물면 동생은 강을 건너야 한다.
동생을 태운 차가 부르릉 하고 출발했다. 은숙은 금숙에게 무슨 말을 남겼을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냥 울기만 하더군요.” 차가 보이지 않는데도 금숙은 헤어진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눈물을 닦던 그녀가 콧노래를 불렀다. 어머니가 힘들 때 혼자 부르던 노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금숙은 돌아가신 엄마의 마음을 그제야 이해했다. ---p.112

누님하고 제가 먼저 잡혔을 때 제가 군인하고 한편으론 말을 하고 한편으론 대적할 때 누님이 먼저 피했어요. 그 때 군인이 저는 굴복시키지 못하니까 누님들 달아나는 것을 보고 누님의 방향을 향해서 쫓아갔어요. 그 뒤로 저도 갔구요. 결국 누님이 얼마 못가서 잡혔고 그들이 무릎을 꿇으라 했을 때 누님은 이미 무릎을 꿇었어요. 거기서 그들이 저를 쳤고 저는 입고 간 옷과 신발이 두만강에 엎어지면서 모두 젖어 몸이 많이 무거웠어요.
그들과 맞주먹질 않은 건 그들이 성질나면 총으로 쏠 것 같아서였어요.
거기서 돈을 줘도 받지를 않았고 뭐라고 말해도 그들의 귀에 말이 들어가지 않고, 남자 기자는 그림자도 보이지도 않고. 그렇게 시간만 지체 하면 북쪽에 군인들이 더 올 것 같았고 그래서 전 생각한 게 누님들이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랬어요. 파출소에다 전화하면 10분 안으로 올 수 있는 거리라 생각해서 그 자리를 떠났어요. 빨리 알려야겠다는 심정으로 혼자 힘으론 누님들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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