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서론
1.1. 언어유형론
언어학은 언어에 대한 해석을 목표로 하는 과학으로 언어의 본질, 언어 운용의 동기, 기제와 원리, 말소리, 어휘, 문법의 구성 성분, 각 언어 층위를 구성하는 성분 간의 조합, 조합의 규칙과 원리, 언어의 통시적 변화에 내재된 규칙 등을 연구한다. 언어를 해석하는 학자들 간의 관점과 방법론의 차이로 인해 언어학의 여러 이론 학파가 생겨났다. 현재 가장 주요한 학파로 형식주의 언어학, 기능주의 언어학, 언어유형론이 있다.
형식주의 언어학이라는 개념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주로 언어의 형식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구 방법의 형식화를 의미한다. 언어과학은 언어의 형식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언어 현상은 물리 현상처럼 객관적인 연구 대상으로 구성 원리가 기본적으로 일치한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물질 세계의 구성을 보면, 원소주기율표 하나에 온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가 기재되어 있듯이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물질은 유한하다. 그런데 세계가 지금처럼 다채로울 수 있는 까닭은 이러한 유한한 물질이 서로 다른 배열과 조합을 무한히 거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계를 연구하는 주된 임무는 이러한 물질들의 배열 및 조합의 규칙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배열과 조합의 차이에 따라 생성물도 자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와 흑연을 예로 들면, 구성 성분은 동일하나 원소의 배열과 조합 방식만이 다르다. 여기서 원소의 배열과 조합 방식의 차이는 형식의 문제이며, 구성 원소의 속성이라는 내용적인 문제는 아니다.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어 문장 ?三?李四(장싼은 리쓰를 사랑한다)와 李四??三(리쓰는 장싼을 사랑한다)을 예로 들면, 두 문장을 구성하는 원소는 동일하지만, 배열 형식의 차이로 인해 완전히 다른 문장이 된다. 형식주의 언어학은 바로 이러한 형식을 출발점으로 하여 언어를 연구한다.
형식주의 언어학은 언어 형식을 유한한 규칙에 의해 생성된 산물로 간주하고, 이러한 형식의 규칙을 인류에게 생득적인 것으로 본다. 언어 형식의 규칙은 언어 내적 요소이며 언어 외적 요소와 무관하다. 형식주의 언어학자들은 이런 유한한 형식의 규칙을 탐색함으로써 언어를 해석하는데, 이는 형식주의 언어학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형식주의 언어학에서 말하는 형식의 두 번째 개념은 연구 방법의 형식화이다. 즉, 형식주의 언어학의 연구는 공리적이며 논리적인 언어의 보편 원칙에 근거하여 언어 형식의 규칙을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연구 방법은 내성법을 이용해 내면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의 분석이나 적용을 모두 형식화하여 표현하는 동시에 언어 보편 원칙에 따라 논리적인 추론과 검증을 거치게 된다.
기능주의 언어학도 언어에 대한 총체적인 해석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기능주의 언어학은 언어를 사회적 의사소통 기호 체계의 하위 체계로 본다. 언어의 규칙들 또한 모두 언어 체계 내부에서 생겨난 것은 아니며 인류의 생득적 자질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언어 규칙은 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인식과 의사소통 등 사회적 요소에 의하여 성립하였고, 대부분의 규칙은 모두 언어 사회적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비롯한 언어 외적 요소의 작용으로 형성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언어 규칙의 형성과 해석은 언어의 사회적 기능 등 언어 체계 외부의 요소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언어의 주요 기능은 사회적 의사소통에 있다. 의사소통은 주로 화자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데, 화자의 생각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언어는 본질적으로 화자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그 결과로 이루어진 부호화된 말소리 표현이다. 이와 동시에 의사소통은 반드시 사회적 규칙을 따라야 하고,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환경 및 언어적 의사소통의 목적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만 한다. 의사소통의 목적을 달성하고 원만한 의사소통을 이루기 위해, 언어 형식은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부호화하여야만 한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언어의 표현 형식은 사람의 인지와 사회적 의사소통 기능 등 각종 요소를 부호화한다. 언어학자들은 언어 형식을 해석하는 데 있어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요소들로 인하여 여러 언어 형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연구 방법에 있어 형식주의 언어학과 기능주의 언어학은 모두 구조주의 언어학을 계승하고 있는데, 특히 언어 요소의 분포에 대한 분석에 있어 그러하다. 하지만 형식주의 언어학은 구조주의 언어학을 기초로 비교적 완정한 규칙 체계를 만들었으나, 현대 기능주의 언어학은 언어 처리의 연구 방법론에 있어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기능주의 언어학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저명한 언어학자로는 Langacker와 Talmy 등이 있다. 그들의 연구 방법은 주로 내성적 인지 해석에 기초한다. 기능주의 언어학도 연구 방법상 형식화된 표현을 채택하지만 주로 언어의 기능적 기제를 설명하는 데 활용한다.
기능주의 언어학은 여러 언어 현상을 해석하고 이론적 가설을 설정하는 데 있어 많은 언어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일부 형식주의 언어학자들도 언어 기능을 출발점으로 한 언어 현상의 해석과 이론적 가설에 동의한다. 예를 들면 기능주의 언어학자들이 제시한 경제성 원리, 도상성 원리 및 시간 순서 원리, 의미 근접성 원리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가 적용되는 조건, 특정 구조가 원리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 원리 적용을 판단하기 위한 통사구조의 형식 등은 기능주의 언어학자들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
언어유형론은 긴 역사를 갖고 있는데, 언어 유형에 관한 최초의 연구는 18-19세기의 독일 학자 Schlegel 형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들은 처음으로 세계의 여러 언어에 수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들에 의하면 어떤 언어들의 내부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존재하며 다른 언어들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발견된다. Schlegel 형제는 먼저 단어보다 더 작은 단위인 형태소의 형태적 차이에 주목하여 단어의 형태적 변화의 특징에 따라 언어를 굴절어, 교착어, 고립어 세 가지로 나누었다. 그 중 굴절어와 교착어는 동생 Friedrich von Schlegel이 19세기 초에 제시한 것으로, 당시에는 교착어를 부착어(affixal language)라고 하였다. 나중에 형인 August Wilhelm von Schlegel이 고립어를 추가하였는데, 당시에는 무구조언어(no structure language)로 불렀다. 이후 독일의 역사언어학자 A. August Schleicher(1821-1868)가 Schlegel 형제의 용어를 고립어, 교착어, 굴절어로 수정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Schleicher는 언어가 고립 단계에서 교착 단계로, 다시 굴절 단계로 발전한다고 생각하여 굴절어인 인도유럽어를 최고 단계에 있는 언어로 보았다. 그의 이론은 인종적 편견에 부합하는 바가 있어 유럽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상반된 주장도 있었다. 동시대의 독일학자 Hans Conon von der Gabelentz(1807-1874)는 Schleicher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고, 우열의 잣대로 언어를 판단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그가 제시한 체계는 형태언어와 비형태언어의 구분이 없다. 그는 특정 언어에서 통사적 수단만으로 문법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 그 언어에 형태가 없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보았으며, 많은 언어적 사실이 그의 관점을 뒷받침한다. 고대 중국어에도 형태적 굴절은 존재하지 않지만 성조의 변화를 통해 서로 다른 문법적 의미를 나타내는 음운적 굴절이 있다. 이 밖에 현대 중국어에서는 동사, 명사, 형용사 중첩 등 중첩 형태로 주관성과 형상성을 표현하지만, 주관성과 형상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중첩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어의 중첩 형태는 종종 통사적 기능의 변화를 일으키므로, 문법적 작용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Gabelentz는 더 나아가 중국어의 형태가 인도유럽어보다 덜 발달된 것은 아니라고 간주하여 인종적 편견을 부추기는 우열론에 반대하였다. 즉, 언어마다 언어적 사유가 다르게 실현되고, 서로 다른 사유 구조가 언어 구조에 반영된 것을 언어 유형으로 본 것이다. 그의 관점은 지금까지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 언어유형론에는 고립어, 교착어, 굴절어의 기본 유형 외에도 또 다른 유형이 있다. 독일의 언어학자 Wilhelm von Humboldt(1767-1835)는 혼합 형식을 지니는 언어를 발견하여 이를 종합어(incorporating language)라고 명명하였다. 종합어는 여러 개의 형태소가 어근으로 결합하여 각종 문법적 의미를 나타내는데, 예를 들어 에스키모어 등 북아메리카의 일부 언어에서는 동사와 목적어가 하나의 어휘 형식으로 결합할 수 있다. 이 언어들에서는 동사 어근에 시제, 상, 양태, 서법, 인칭, 수 등 각종 문법적 의미를 지닌 형태소가 결합하여 복잡한 구조를 지닌 단어가 형성된다. 마찬가지로 명사도 수, 격 등 문법적 기능을 하는 형태소와 명사 어근이 하나의 어휘 형식으로 결합한다.
전통 언어유형론에서 제시한 언어 유형인 굴절어, 교착어, 고립어, 포합어 네 가지의 언어 유형은 언어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단어의 형태를 기준으로 구분한 것으로, 전통 언어유형론은 형태유형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1.2에서 간략히 소개하고 상세한 내용은 8장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전통 언어유형론, 즉 고전 언어유형론은 언어를 유형적으로 분류하였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가지며, 과학적 의의를 갖는 현대 언어유형론과는 거리가 있다. 현대 언어유형론의 성립은 미국 학자 Joseph Harold Greenberg (1915-2001)의 연구를 기점으로 한다. Greenberg는 언어유형론의 발전에 있어 시대의 획을 그은 인물이다. Greenberg 이전의 언어유형론은 인류 언어의 보편성을 추구하고 언어 규칙을 정리하여 여러 언어 현상 간의 상관성을 규명하는 연구가 많지 않은데, 일찍이 Roman Jakobson(1896-1982)이 언어들 간에 존재할 수 있는 세 가지 관계에 대해 제시한 바 있다. 첫째, 언어 현상 A와 B는 상호 존재 조건이 된다. 둘째, 언어 현상 A는 B가 존재하는 조건이다. 셋째, 언어 현상 A와 B는 무관하다. Greenberg는 그 중 두 번째 관계를 강조하였으며 이를 함축 관계(implicational relation)로 발전시켜 현대 언어유형론의 기본적인 기술 방법을 정립하였다. 이 책의 언어유형론에 대한 소개와 논의는 Greenberg 이후의 현대 언어유형론의 입장에서 다룬다.
언어유형론은 형식주의 언어학이나 기능주의 언어학과 같은 특정한 언어관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어유형론 학자들은 언어 유형에 대한 연구를 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언어와 언어 간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며, 언어 간 차이의 이면에는 보편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언어유형론의 발전에 따라 언어유형론 학자들은 점차 언어 개별성과 보편성은 언어 내적 제약과 언어 외적 제약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언어 내적 제약은 주로 화자의 심리적 기제에서 비롯된다. Chomsky(2006:58)가 밝힌 바와 같이 언어는 일종의 심리 현상이기 때문이다. 화자의 심리 기제를 떠나서는 언어 기호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언어 외적 제약은 지리적 제약과 공동체적 제약 및 지리적, 공동체적 제약과 관련된다.
첫째, 언어 내적 제약은 언어 체계가 사람이 언어 기호를 처리하는 심리적 조작 기제의 제약을 받는 것이다. 대뇌의 작용 기제 및 선천적인 조건의 한계, 예를 들어 언어 기호를 즉시 처리할 때 필요한 기억 용량의 한계 등이 있어 언어의 통사 구조는 무한한 확장 없이 일정한 범위 내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 즉, 어떤 언어의 문장이든지 사람의 즉시 처리능력의 제약을 벗어난 복잡한 통사 구조를 가질 수는 없다.
둘째, 언어 내적 제약은 언어 기호를 처리하는 과정이 본질적으로 대뇌 작용이기 때문에 언어의 해석과 부호화 과정에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생물적 본능을 따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본능은 또한 언어의 통사 구조의 제반 특성 또는 표현 형식을 결정한다. 일례로 여러 언어의 문법에서 중간 삽입(center-embedding) 구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부가 성분은 핵심 성분과 같은 쪽에 위치하려는 경향이 있고 의미 관계가 긴밀한 성분끼리 가까이 있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미적으로 관련이 있지만 문법적으로 비교적 거리가 있을 때에는 표지를 사용해야만 한다. 사람의 가치관도 언어에 반영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생명이 있는 대상을 생명이 없는 대상보다 더 중요시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정도의 차이도 언어 형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 언어가 정보 전달을 위해 사용된다면, 정보의 초점과 비초점의 차이, 신정보와 구정보의 차이, 정보의 필요 등급도 언어 형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언어에 존재하는 이러한 기본 속성들은 현대 언어유형론에서 언어 보편성의 해석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학파에 따라 연구 대상에 대한 인식과 연구 방법에 차이가 있다. 언어학 내에서는 형식주의 언어학과 기능주의 언어학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언어유형론의 언어관과 연구 방법은 형식주의 언어학 및 기능주의 언어학과 다르다. 형식주의 언어학에서 언어 보편성은 생득적인 심리 문법의 일부이다. 이러한 언어 보편성은 절대적이고 예외가 없으며 생물학적 특성 및 언어 습득과 관련된다. 언어유형론은 사람의 대뇌에서 일어나는 언어 기제에 대해 통일된 견해를 보이지는 않으나, 현재까지의 모든 연구에서 언어에는 다수의 보편성이 존재하고, 확률 상의 함축적 보편성을 지니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보편성에 대한 관점에 있어 유형론과 형식주의 언어학이 엄격한 의미에서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 방법에 있어서 언어유형론은 형식주의 언어학에서 사용하는 연역법 또는 순서화된 조작법과 달리 귀납법을 사용한다. 언어유형론의 귀납법은 귀납으로 도출한 명제의 논항 사이에 존재하는 필연적 상관성을 규명한다. 이는 현대 언어유형론의 중요한 연구 방법이다.
형식주의 언어학이 연구 방법에 있어 언어의 형식적인 특징에 주목하고 규칙의 수립을 통한 형식화된 논리적 연역과 추론을 강조한다면, 기능주의 언어학은 구체적인 언어 현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규칙을 도출하고, 사용자의 감정과 인지, 의사소통의 목적과 환경 등 요소를 통해 규칙을 해석한다. 언어유형론은 범언어적인 비교를 강조하고 부각시키며,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언어 간 비교를 통해 언어의 보편성 및 개별성을 찾고자 시도한다. 유형은 개별성에 기초한다. 왜냐하면 개별성 간의 차이가 서로 다른 유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유형 간에도 개별성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개별성은 보편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초로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보편성을 특정 언어의 개별성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언어유형론에서 보편성과 개별성은 상호 보완적이며, 보편성의 발견은 개별성의 발견의 전제가 된다. 언어유형론은 서로 다른 정도의 상대적인 보편성을 규명한다고 할 수 있다.
언어유형론에서 언어 보편성을 수립할 때 이론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가능한 언어 형식과 불가능한 언어 형식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언어 형식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경향성일 뿐이다. 언어유형론은 여러 가지 언어 현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함축적 관계, 즉 한 현상이 다른 현상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지, 한 현상이 다른 현상의 존재의 필요 또는 충분조건이 되는지의 문제에 주목한다. 함축적 관계는 서로 다른 참조항 간의 상관성이다.
언어 보편성에 대한 기술과 해석에 있어, 형식주의 언어학이나 기능주의 언어학은 주로 한정된 자료의 기술을 통해 보편성을 수립하거나 이론적 가설을 설정한다. 그러나 언어유형론은 대부분 큰 언어 표본에 나타나는 범언어적 현상을 대조하고 기술하여 함축적 보편성을 도출하고 도출한 보편성에 대해 이론적 해석을 시도한다. 이론적 해석은 형식적일 수도 있고 기능적일 수도 있으나, 기능주의를 기본으로 한다(?丙甫, 金立? 2010). 원칙적으로는 이렇지만 제한적인 언어 표본을 바탕으로 제시한 함축적 가설도 배제하지는 않으며, 다시 더 큰 언어 표본을 통해 가설에서 검증으로 이어지는 추론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언어유형론 연구의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연구의 전통은 현대 언어유형론의 선구자인 Greenberg가 제창한 것이다.
만약 언어유형론이 보편성만을 찾기 위한 것이라면, 형식주의 언어학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유형론은 여기서 더 나아가 언어가 왜 이렇게 쓰이는지에 대해 해석하는 것을 이론적 목표로 삼는다. 한 언어가 말소리, 어휘, 통사에 특정 형식을 지니는지, 그 기제는 무엇인지를 해석하는 언어유형론의 관점은 형식주의 언어학 또는 기능주의 언어학과 다르다. 언어유형론은 언어 내부의 함축적 규칙을 추론함으로써 개별 언어의 특징을 해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고려한다. 예를 들어 어떤 언어에서 문장의 앞쪽에 동사가 놓이면 그에 상응하는 통사 현상들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전치사 언어나 절 형식의 관형어가 전치하는 언어도 각각 그에 상응하는 통사 현상이 존재한다. 함축적 규칙은 생물학의 DNA와도 같다.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종 간의 차이 또는 개체 간의 차이는 유전자의 차이가 결정짓는 것이다. 언어 간의 차이도 언어적 유전자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개별 언어의 언어적 유전자가 그 언어의 형식적 특징을 결정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