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 말은 통하지 않고 배는 고프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음식 사진이 붙어 있는 '친절한 메뉴판'을 건네받았을 때의 그 희열이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사진, 그림, 자세한 설명 따위가 간절한 법이다. 혹시 C, 자바, 파이썬, R과 같은 컴퓨터 언어 속에서 코카콜라를 반복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친절한 언어 메뉴판' 『프로그래밍 언어 도감』을 펼쳐보시라.

책에서 다루는 언어는 67개. 핫하다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웬만큼 다 모아둔 셈이다. ‘언어 도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프로그래밍 언어의 특징과 기능을 쉽게 풀어두었다. 설명 글 옆에는 이해를 돕는 귀여운 그림이 삽입되어 있고, 언어의 탄생 배경도 실어 놓아 재미 역시 놓치지 않았다. 언어마다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샘플코드를 수록해, 언어별 특징을 비교해볼 수도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계보, 연표, 개발방법론, 알고리즘 등 언어와 관련해 알아두면 좋을 다양한 정보는 덤이다. 무엇보다도 언어를 선택하는 여러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선택 장애가 있는 컴퓨터 언어 희망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보가 흘러넘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 그렇다. 시작하기도 전에 선택의 늪에서 좌절하기 십상이다. 컴퓨터 언어도 마찬가지다. 인생 첫 프로그래밍 언어든, 서브로 배워둘 두 번째 언어든 간에 일단 선택을 해야 시작할 수 있다. 어떤 언어를 배우는 게 좋을지 몰라 주저하고 있다면, 다음 절차를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프로그래밍 언어 도감』을 펼친다. ‘친절한 언어 메뉴판’을 읽는다. 구미가 당기는 언어를 고른다. 배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