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목적 No, 수단 Yes.
한국에서의 영어 담론을 요약해보면? 세계화, 출세, 하지만 무엇보다도 열등감…….
영어의 엔진을 갈아껴라, 미국인처럼 발음하려면 몸구조를 바꿔라, 미국식 영어를 해야한다…….
'그러다 우리말도 영어처럼 하면 어떻게 하지?'
'에이, 영어를 공용어로 쓰면 돼지 뭐!'
단지 기우에 불과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대학원 시험에 영어 어휘(GRE)을 본다. 우리는 우리말 어휘시험은 보지 않고 영어 어휘만 본다. 이런 현실에서 영어에 점령당할지 모른다는 걱정들은 지나친 국수적 소아병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컨추리 보이 영단어'는 한국식 영어를 주창하는 대열에 끼어 있는 셈이다. 필자가 외국물을 먹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기존의 '한국식 영어' 대부분이 '미국식 영어'의 '한국적 모방'이라는 점에서는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몇 번만에 끝내준다거나, 몇 일만에 끝내준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과장광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확실히 다르다. 영어가 그렇게 쉬웠다면 왜 머리 좋은 한국 민족이 영어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야 하는가?
'컨추리 보이 영단어'는 비록 '촌놈'이 하는 영어지만 어설프게 뒷다리나 굵고 있지는 않다. 그럴듯하게 자신을 포장하는 '도시놈'이 하는 수법을 '촌놈'이 그대로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촌놈'이 촌놈인 까닭은 자신만의 미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촌놈'은 미련하고 둔해보여도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것이 아닌가. 한국도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촌'일 뿐이다.
각설하고, '컨추리 보이 영단어'는 '한국인에 의한, 세계인을 위한, 믿음직한 영어책'이다. '촌놈'인 한국인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영어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인류 최고의 자산인 두뇌를 활용하여, 영어를 고민하는 세계인들―특히, 동양인―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믿음직한 방법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주장이 과장인지 아닌지 살펴보도록 하자.
'컨추리 보이 영단어'가 믿음직한 영어책인 까닭
1. 새로운 개념과 관점에 입각하여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적인 개념은 '의미소'(意味素), '논리적 상상력', '연결회로'이다. 그리고 핵심적인 관점은 '두뇌를 활용하자', '어려운 단어는 없다', '영어를 게임처럼 즐겁게'이다. 방법의 핵심은 '자주 봐서 잘 알고 있는 쉬운 단어를 이용하여 자주 보지 않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어려운 단어를 잡자'이다.
'의미소'란 동양적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 어휘 공부에 있어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어원'을 통한 방법은 세 가지 점에서 우리에게는 쉽지 않다.
첫째, 어원의 뜻을 별도로 또 암기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둘째, 어원의 철자가 일정하지 않다(cli-, clin; bent).
셋째, 어원은 별도로 독립적인 단어로 쓰이지 않는다.
이러한 까닭에 어원을 이용한 방법은 영어를 매우 잘하는 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효과적일 수 없다. 어원을 활용하여 공존의 히트를 친 바 있는 소위 '꼬꼬영'이 그 명성에 비해 한국인의 영어 실력에 기여한 바를 봐도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뭔가 우리에게 맞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 찾은 것이 바로 '의미소'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자의 好를 보면 여자[女]가 아들[子]를 안고 있다. 그리고 劇을 보면, 호랑이[虎]와 돼지[豕]가 칼[刀]을 들고 춤을 추고 있다. 이렇듯 각각의 한자는 독립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결합하면 새로운 의미를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영어 어휘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의미소'이다.
movie에 들어 있는 vie를 가지고 '의미소'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대개 3∼5개의 철자를 가진 영어 단어를 의미소로 삼는 것이 좋다. vie의 제일 앞에 있는 자음만 알파벳 순서로 돌리면 다음과 같은 단어를 얻을 수 있다. die, lie, pie, tie. 이 단어들을 이용하면 다음의 단어들을 얻을 수 있다. obedient, client, pier, patient. 잘 보면 각각의 영어 단어 안에 의미소가 들어 있다.
그런데 이렇게만 해서는 별로 대단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논리적 상상력'을 이용하여 '연결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die-obedient(복종하지 않으면 죽어)
lie-client(고객에게 거짓말하면 안돼)
pie-pier(부둣가에서 파이를 먹다)
tie-patient(그 정신병 환자를 잘 묶어 놔)
왼쪽에 있는 단어들은 잘 알고 있는 단어들이고, 오른쪽에 있는 단어들은 비교적 어려운 단어들이다. 이렇게 '논리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쉬운 단어와 어려운 단어를 '연결회로'로 묶어 놓으면, 어려운 단어란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수 있어 영어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단어로 많은 단어를 얻을 수 있고, 영어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어른들은 영어를 심각하게 생각한 나머지 무작정 외우려고 들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초등학교 2학년 짜리에게 rain과 train을 주고 두 단어를 '논리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연결회로'를 만들어보도록 했다. '기차가 빗속을 뚫고 지나간다'고 대답하고는 그림까지 그려보였다. 몇 개월이 지난 후에 다시 물었을 때 그 아이는 rain과 train를 정확히 기억해냈다. 아마도 그 아이는 두 단어에 대해 튼튼한 '연결회로'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 아이는 영어를 게임처럼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