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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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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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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670g | 145*210*30mm
ISBN13 9791196027919
ISBN10 119602791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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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막히고 위축되고 지쳐 있었다. 수은등의 사각인 암흑에 죽음의 신이 숨어서 이쪽을 쳐다보며 희미하게 웃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놈이 휘파람으로 자장가를 불기 시작하면 최후의 순간이 찾아온다.
신참 시절에 고참 갱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막장이 붕괴하기 직전이면 공기나 메탄가스가 틈새로 새어나오는 소리가 휘파람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19p

걸음이 느린 사람들이 화염에 잡아먹혔다. 온몸이 불덩어리로 화한 사람들이 잇달아 쓰러졌다.
한 남자가 불길에 싸였다. 갑자기 몸 내부에서 불이 붙어 타오른다.
끔찍한 단말마의 비명이 흘러나왔다.
오노는 그 남자를 외면하며 달렸다.
죽고 싶지 않아. 저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주위에서 화염이 쫓아왔다. 오노는 도망쳤다. --- p.77

“명령하는 자가 명령받는 자를 이끄는 생산 시스템이지. 조직에 동료애 같은 건 필요 없다.”
“명령받는 자에게 무엇을 요구하지?”
“명령받는 자들은 곧 착취당하는 자들이야.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책임을 완수하는 충성심이야.”
“네가 언제부터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지? 요즘 시대에 어떻게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계급론으로 조직을 말할 수 있나.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피가 통하고 고민하고 더러 실수도 하는.”
“순진하구나, 기류.”
“구성원들 속에 개인적 원한이나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이 소용돌이치면 조직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위에 있는 자가 인심을 잃으면 그 조직은 붕괴한다는 걸 명심해야 해.” --- p.91

이 자들은 알아야만 한다. 이것은 경영의 패배라는 것을.
내부 권력투쟁이 국가의 장래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
고즈키에게 사망선고를 내리려고 하는 자들, 즉 시키시마 사장은 등받이에 기대어 천장을 올려다보고 기타조노 발전사업본부장과 무라타 관리본부장은 남의 일이라는 양 서류를 살펴보는 척하고 있었다. 우쓰노미야 경영기획본부장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임원들의 얼굴에서 얼굴로 바쁘게 시선을 옮기고 있는 아키야마 사장실장은 풍향만 살피고 있었다. --- p.143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책임져야 할 몫도 달라야 할 겁니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되고 나서야 사실을 공개하다니, 이런 회의는 대체 뭐 하러 합니까.”
책임 없음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자,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무토를 추궁하는 자.
혼미에 빠진 회의가 점차 거칠어져서 참석자는 히로시게파와 미야우치파로 대별되어 간다. --- p.293

“시민여러분! 이번 재해는 정부가 원인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집을 잃고 가족을 잃었습니다. 여러분이 당하고 있는 고통의 원인을 만든 자들이 관저에 앉아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부에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총리와 직접 면담할 것을 요구합니다. 힘을 모읍시다!”
“지금 도쿄 만에서 가동 중인 도쿄 만 제1발전소를 멈추지 않으면 제2, 제3의 분화가 일어납니다. 도쿄 시내가 괴멸합니다. 지치부와 신주쿠에서 분화가 일어나고 지진이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부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 시위대는 이미 수만 명을 넘었습니다. 우리 목소리를 전합시다.”--- p.299

네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을 닫았다. “가자.”하며 가와구치가 하강 버튼을 눌렀다. 가벼운 진동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점점 빨라졌다. 중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강하는 속도가 굉장했다.
두려워하던 증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신 몸 내부가 왠지 뜨거웠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뭔가가 용솟음친다.
기류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가슴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볼펜으로 갈겨쓰고 그 페이지를 죽 찢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리니어식 엘리베이터는 최고 속도로 깊이 40킬로 밑의 지하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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