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답을 찾기 위해, 엉뚱한 이야기 한 토막을 꺼내보려 한다. 대학에 가는 권리(특혜)를 놓고 세 자녀가 경매(auction)를 벌인다는 가정이다. 경매 물품은 대학등록금이요, 경매 출품자는 가난한 부모이다. 어째서 하필 경매냐고 의아해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경매는 자원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경매는 모든 참가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한다. 따라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지 않으면서 자원을 배분하는 방법이 된다. 경매의 낙찰가 등 결과를 분석하면 맏아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특혜의 정도를 알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동생들이 입은 손해의 정도도 알 수 있게 되며 손해의 정도를 알면 손해 보상의 정도도 알 수 있게 된다. --- 「chapter 4 대학 갈 권리를 경매에 부치다」 중에서
그렇다면 맏아들이 도덕적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맏아들이 훗날 동생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가난한 부모가 맏아들과 사전에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 있다. 대학등록금을 대주는 조건으로 나중에 동생들에게 보상을 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는 서면 계약의 형태다. 이 방법이 부모자식 간에 너무 매정한 처사라면, 구두 계약이나 약속을 받아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는 맏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할 수 있다. “우리집 형편이 좋지 않아서 맏아들인 너밖에 대학에 못 보내겠구나. 너만 대학에 가는 대신, 훗날 성공해 큰돈을 벌면 형편이 어려운 동생들을 꼭 보살펴야 한다. 알겠니?” --- 「chapter 4 맏아들의 의무를 자율에 맡겨도 될까」 중에서
이 책의 초점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입어온 한국의 기업들과 부자들에 맞추어져 있다. 그동안 기업들이 이룩한 성공이 누구의 어떤 도움으로, 그리고 누구의 희생 위에서 얻어진 것인지를 다루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성공은 그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성공한 기업들의 이면에는 정부가 제공한 커다란 특혜가 있었다. 그 덕분에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기업들의 성공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지 못한 기업들과 정부가 제공한 특혜의 부담을 떠안은 국민들의 희생 위에서 얻어진 결과이다. 그리하여 결론은? 정부로부터 특혜를 얻으면서 성공한 기업은, 그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그 빚을 갚아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 「chapter 5 한국의 성공 신화」 중에서
강남 개발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정부가 강북개발을 억제하고 경제적 자원을 강남으로 집중시킨 가운데 이루어진 성과다. 강북 개발을 억제하고 경제적 자원을 강남에 집중했다는 것은, 강남 개발이 강북 및 여타 지역의 희생 위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강남 개발로 인해 부자가 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강북 및 여타 지역 시민들의 희생 위에서 부를 축적한 셈이다. 경제적 자원이 강남에 집중적으로 지원되지 않고 강북이나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면 그 지역이 강남 대신 개발되고 발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 「chapter 6 강남 불패 신화」 중에서
재벌과 부자들이 자신들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데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 자신들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기적 유전자’들에 대한 반감 말이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말하는‘이기적 유전자’들만이 살아남는 그런 사회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세율인상 주장은 ‘이기적 유전자’들이 더 잘사는 것을 막기 위해 강제적으로 세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부자들의 반성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