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에 있는 일이삼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이다. 제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 ??
그 당시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했는데, 아무튼, 남학생들은 교실에서 제기를 차기도 하고 딱지치기를 하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며 떠들썩하게 놀고, 여학생들은 끼리끼리 모여 앉아 조용히 오미자놀이를 하기도 하고 공기놀이를 하기도 하며 가끔씩 까르르 웃는다.
풋풋한 초가을 햇살이 기웃거리는 유리창 쪽의 자기 책상에 혼자 앉아 만화책을 보며 킬킬대는 양달구.
고창수가 장난스럽게 달구 쪽으로 다가간다. 뒤에다 뭔가를 감췄다.
“야, 달구야, 무슨 만화니?”
고개 들이밀고 보다가,
“아, 내가 본 거구나.”
계속 만화만 보는 달구.
창수, 훼방이라도 놓듯 어깨로 달구 어깨를 툭 치며,
“야, 달구야.”
“왜 그래?”
귀찮다는 표정으로 돌아보는 달구.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몰라. 오늘이 무슨 날이야?”
“우리 할아버지 제삿날이야.”
“뭐? 쳇, 난 무슨 국경일을 내가 또 까먹은 줄 알았잖아, 짜식!”
달구, 다시 만화 본다.
“야, 달구야.”
“왜 또 그래?”
화나서 돌아본다.
“맛있는 것 줄게 눈 감아 봐.”
“뭐?”
“맛있는 것 줄 테니까 눈 감고 손 내밀어 보라고.”
“정말? 좋아, 히힛…….”
달구, 눈 감고 손 내민다.
창수, 뒤에 감추고 있던 걸 달구 손바닥에다 놓고 얼른 자기 손으로 덮으며,
“이젠 눈 떠 봐!”
달구, 눈 뜬다.
창수, 덮었던 자기 손을 얼른 치우면, 달구의 손바닥에 놓여 있는 징그러운 개구리 한 마리!
“으악!”
달구, 너무 놀라 걸상과 함께 뒤로 벌렁 나자빠진다.
교실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개구리, 폴딱폴딱 뛰지도 않고 어디로 달아나지도 않는다.
그 개구리를 손으로 덥석 집어 들고 흔들며,
“우하하하하, 이 겁보야, 이건 진짜 개구리가 아니고 박제된 개구리야, 박제된 개구리!”
창수, 개구리 다리를 거꾸로 치켜들고 달구 눈앞에다 들이민다. 달구, 넘어진 채 얼굴을 뒤로 젖히며,
“으! 저리 치워! 징그럽단 말야!”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히히히.”
달구, 화나서 발딱 일어나며,
“좋아, 그럼 이번엔 내가 하나 보여 줄게.”
“뭔데?”
“너도 눈 감고 손 내밀어 봐.”
“좋아! 내가 겁낼 줄 알고? 얼마든지 해 봐.”
창수, 박제된 개구리를 호주머니에다 집어넣은 다음 즉시 눈 감고 손 내민다.
달구,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창수의 손바닥에다 탁 놓고 자기 손으로 얼른 덮으며,
“이젠 눈 떠!”
창수, 눈 뜬다.
얼른 자기 손을 치우는 달구. 창수의 손바닥에 큰 복숭아만 한 무슨 시커멓고 징그러운 것이 놓여 있다.
“으악! 이, 이게 뭐야?”
손을 홱 뿌리는 창수.
자세히 보니, 교실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또르르 굴러가다가 멈추는 커다란 솔방울이다.
달구가 그걸 덥석 집어 들고,
“우하하하하, 이 겁보야, 이건 솔방울이야, 솔방울! 솔방울을 보고 놀라다니, 넌 나보다 더 겁쟁이구나.”
“그, 그게 솔방울이었어? 시커먼 쥐새끼 같은 무슨 징그러운 것이 아니고?”
몇몇 여학생과 남학생들이 어느새 모여들어 하얗게 질려 있는 창수를 보며 한바탕 폭소를 터트린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의 철봉대 부근에서 친구들과 깔깔대며 서툴게 배구를 하는 5학년 홍연아.
공중 높이 솟아오르는 하얀 배구공!
철봉대에선 창수가 혼자 매달려 지금 턱걸이를 하고 있다. 겨우 턱걸이를 한 번 하곤 두 번째엔 쩔쩔맨다. 목이 올라가지를 않아 턱을 위로 추켜올린 채 빨개진 얼굴로 다리를 탈탈 털어 댄다.
이때 높이 날아오는 배구공을 토스하려다가 그만 창수를 몸으로 들이받는 연아.
창수, 턱걸이를 막 간신히 한 개 더 하려던 참인데, 연아가 들이받는 바람에 턱걸이를 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꽈당 쓰러진다.
놀라 뛰어오는 연아, 얼른 창수를 일으켜서 옷의 먼지를 떨어 주며 미안하다고 한다.
--- 솔방울과 이웃집 누나
하지만 화가 단단히 난 창수, 코를 씩씩 불며 둘째누나 또래인 연아를 노려보다가, 때마침 축구를 하고 있던 창수 또래 아이들의 축구공이 굴러 오자, 그 공을 집어서 연아의 얼굴을 딱 때려 버린다.
비명을 지르며 뒤로 벌렁 나자빠지는 연아.
창수, 분풀이를 했다는 듯이 킬킬대며 달아난다. 쓰러진 연아, 코피를 쏟으며 얼른 일어나지 못한다. 같이 배구를 하던 몇몇 여학생들은 다시 배구를 하며 노느라 아무도 모른다.
--- 내일의 여자대통령